휴대폰 멀리하기 프로젝트
요즘 내가 꽂힌 프로젝트는 휴대폰 멀리하기. 한동안 나는 핸드폰에 침잠했다. 최근에 독립출판책인 나왔고, 책을 만들고 입고하는 이야기를 인스타에 올렸다. 처음 입고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며 메일함을 계속 새로고침하다 입고 수락메일이 왔을 때는 얼마나 짜릿했는지. 내가 만든 영상과 이야기에 좋아요를 받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처음엔 언제나 긍정적이다. 모든 중독은 그렇게 시작된다. 점점 더 알림을 자주 확인하고, 오래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마음은 즐겁다가도 불안하고 조급해졌다. 글이나 그림에 몰입할 수 없었다. 내 정신은 몇 초짜리 릴스처럼 인내심이 없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얼마 전 봤던 영화 더 웨일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죽어가는 주인공은 문 밖의 피자 종업원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조금은 희망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피자를 가지러 나갔을 때 종업원은 초고도비만에 휠체어를 타고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그를 보고 경악하며 가버렸다. 곧이어 주인공은 엄청나게 파괴적으로 폭식한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먹어버리고, 자신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 대학 수강생들에게 욕이 담긴 폭언 같은 메시지를 전송한다.
인스타 릴스를 끝없이 내리다가, 나는 그 장면을 떠올렸다.
두렵고, 불안하고, 상처받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위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정크푸드처럼 잠깐 맛있고, 오래 해롭다. 나의 쉬운 위로는 인터넷에서 얻는 얄팍한 인정이었다.
나는 좀 더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 거라고 다짐했는데, 내 시간과 생각이 인터넷 세상으로 술술 새어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왜 지금 내 정신을 핸드폰에 바치고 있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있다. 너무 재밌다. 책에 나온 소셜딜레마라는 다큐도 보았다. 거대 테크기업들의 비윤리적인 마케팅에 정교하게 조정당하고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했다. 이성이 조금 돌아온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 최대한 '물리적으로' 휴대폰을 멀리하기로 했다.
<실행 중인 것>
-앱 알람 제한 시간을 설정한다.
-낮에는 휴대폰을 화면을 뒤집어놓거나 잘 보이지 않게 내려놓는다.
-밤에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충전기를 부엌 식탁 위에 꽂아 둔다.
오늘이 3일 차(231116현재 7일차)인데 일단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고 만족스럽다.
밤이 되면 쉬운 위로인 인터넷에 자꾸 빠져들었는데 핸드폰을 물리적으로 멀리 두니 자유로운 마음까지 느껴졌다. 글을 쓰고 인증할 때 핸드폰으로 습관노트를 찍어 올려야 하는데 부엌에 있어서 쓰기만 하고 인증은 못했다. 그래도 밤에 블루라이트로 정신을 깨워 피곤한 잠에 드는 것보다 차라리 인증을 안 하는 걸 선택했다.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글을 좀 일찍 써야 할 것 같아서 안방 들어가기 전에 썼다. 졸리다. 책 읽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