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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무빙 Jan 20. 2023

박정현 song for me, 이적 쉼표

그 둘의 싸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작더라도 손에 닿을 희망
세상이라는 무거운 짐을 힘들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용기
...
아직 늦진 않았어
힘든 기억도 추억이 돼
편하기만 한 여행은 없잖아
언제까지나 미룰 순 없어
작은 기적은 내가 시작해야 해
길고도 좁던 저 골목 모퉁이
돌아설 때면 상상도 못 할 멋진 세상
기다리고 있겠지
이대로 주저 않진 않아
바보같이 울지도 않을 거야
어리광도 안 할래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세상에 맘껏 소리쳐줄 거야
세월이 흘러 생의 끝자락
뒤돌아 볼 대 후횐 없도록
한 점의 후회 갖지 않도록 I live


작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테이크 원 박정현 편을 보았다. 가수 박정현이 직접 뽑는 그녀의 노래 중  한곡. 그 한 곡을 픽하면 그것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진다. 가수가 원하고 바라는 모습의 무대가 연출되는 것이다. 여의도 한강에 무대를 꾸미고 그녀가 서있다. 황금색? 황동색? 촤르르 흐르는 드레스를 입고 떨려하는 그녀가 어여쁜 아가 같고 안아주고 싶었다. 어디서 그런 힘과 목소리가 나오는지. 한 번도 이 곡을 제대로 불러본 적 없다던 그녀는 온몸과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완벽하다.

그날 이후 듣고 또 듣고 있다. 들어도 또 듣고 싶다. 이틀 전 요가 수업 마치는 사바아사나 곡으로도 틀었는데 그만 내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높은 벽을 만날까 봐 두려워하는 나랑 닮았다. 힘내어 뛰고 있는데 이 길이 아닐까 봐 떨려하는 내가 보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보겠다고 외치는 마음의 소리가 지금의 나와 같다.


한 때 파이팅걸이라는 별명이 있었던 나다. 그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활력을 주는 파이팅걸.


며칠 째 이 이 못 견디게 좋아 반복해서 노래를 듣는데 불현듯 밀어내는 마음이 올라왔다.

체한 것처럼 거북하게.

‘아니야. 이건 내가 20대 후반에나 들었으면 진짜 임팩트 있는 노래다. 뭘 그렇게 힘을 들여 살아. 다짐하고 도전해야 해? 꼭?' 비아냥대는 목소리.


20대 중후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엄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 먹고 다니며 한 달 열심히 일하면 매달 25일에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4대 보험 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다만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전문성을 더해줄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더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시간이다. 그뿐이다.






2023년 1월. 지금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훨씬 더 많아졌다. 무겁다.

32살에 결혼을 했고 지금은 두 아들이 있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은 나로 존재함과 동시에 아내, 엄마가 되었다. 요가강사이고 블로그 쓰는 블로거다. 그뿐인가?

브런치에 글 쓰는 작가다.

바쁨이 결코 최선은 아니지만 노는 것 줄이고, 잠도 줄이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여전히 미래가 안 보이는데 노래처럼 또 열심히 해야 해? 마음을 말해주어 깊은 울림이 있어서 듣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화가 올라왔다. 무슨 일이야.

숨을 깊이 내쉬어본다.


마음속 꾸물거리는 미래를 향한 욕구,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열심, 열심의 힘듦, 다 놓고 싶은 감정,  정말 그럴까 봐 불안함, 다시 힘내보려는 마음, 그러다 또 지침.


그러다 핸드폰을 꺼내어 들었다. 이적의 쉼표를 플레이한다.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입새가 떨어지는 걸
눈여겨본 적은 언제였죠
...
어쩌면 헛된 걸 좇듯이 허겁지겁
달려온 그날들은
어찌나 그리도 허무하게 흩어져 버렸는지
난 이제 높다란 나무 밑 벤치 위에 앉아
하늘만 바라봐요
말없이 한참을 안아줄
이토록 따뜻한 햇볕 아래
꿈꾼다는 건 좋은 거라
그렇게 얘기들 하죠
하지만 부디 잠깐만
날 내버려 둬 줘요

날 내버려 둬 줘요


그래... 날 내버려 둬 줘요. 날 내버려 두라고 대신 얘기해 줘서 이적 씨 고마워요. 이적의 쉼표는 제목과 꼭 같다. 열심히 뜀박질을 하다 숨이 한껏 차올라 더 이상 못 뛸 것 같은 그때에 쉼표를 찍는다. 그저 잠시 멈춰 가슴 한번 쓰다듬고 수분으로 촉촉이 적셔준다.


좋아하는 곡이고 주변에 추천하는 곡이고 요가 수업에서도 여러 번 들려드렸던 곡이다. 그렇게 한 숨 돌린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듣다 잠시 졸았다.

눈이 떠졌다.


다시 박정현 song for me를 플레이한다.

아까는 화가 무섭게 올라오더니 다시 새롭게 들린다. 주옥같은 가사말들.

'그래. 작은 기적은 나로부터 시작되야지.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직 않았지. 긴 마라톤을 하면서 잠시 쉼표를 찍는 건 필수야.

쉬어가면 되지 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다. 그렇게 나를 토닥이고 안아주기로 한다. 



오늘 하루도 song for me와 쉼표를 몇 번이고 넘나 든다.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도 참.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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