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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의마음 Dec 13. 2023

잠깐의 컴퓨터 수업을 마치고 1

시민대학에서 인문학 강좌를 몇 개 들었다. 대학원 수업처럼 심도 깊은 강의도, 내가 왜 이 자리에 왔을까 후회되는 강의도 있었다. 그렇게 종강을 하고, 아차! 컴퓨터 강의를 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 떠올랐다. 한여름에 메모를 해놓고는 겨울이 되어서야 기억하다니.ㅠㅠ 그새 컴퓨터 강의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간신히 몇 시간을 예약했다. 뭘 배울 수 있을까? 나는 내게 부족한 무엇, 흥미로운 무엇. 이런 식으로 분야를 지정할 수도 없다. 워낙 아는 게 없으니까. 질문도 뭘 알아야 한다.


강의실에 갔다. chat gpt 를 배운단다. 얼마 전 친구가 전화를 하더니 물었다. 

"너 chat gpt 해봤어? 되게 신기하더라. 막 지가 알아서 여러 정보를 읊어대던데"

"그래? 그렇게 대단해? 나야 전혀 모르지." 

친구는 가끔 전화해 학구적인 얘기를 뜬금없이 던진다. 일상이 아닌 그런 얘기들. 이 새 문명에 대한 소개도 그랬다. 뇌에 약간의 긴장감이 도는 것이 반갑고 고마웠다.  

"근데 아직 한국어 정보는 좀 부정확한 듯해. 영어로 묻고 답해야 제대로 된 게 나오는 거 같더라."

친구의 결론이었다. (친구는 영어로 밥벌이를 했고 때때로 영어를  한국어보다도 더 잘한다.) 이것이 chat gpt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는데. 


강사의 말을 따라 이거저거 해보니 친구 말이 맞았다. 대단한 정보도 있었지만, 바보거나 거짓말도 있었다. 2019년 SBS에서 방영했던 <열혈사제>를 질문했더니, 일제시대의 독립투사 얘기라고 진정성 있는 듯 설명을 늘어놓았고,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문재인이라고, 다시 일본어로 물었더니 일본의 내각을 소개했다.  그러고 나니 다른 정보에 대해서도 의심이 생겼다. 진짜 맞는 거야? 맞는 척하는 거야? 컴퓨터가 하는 말은 모두가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큰일이겠군! 그런 종류의 검색은 친절한 네이버에게 물어보는 편이 좋았다. 


확실히 감탄스러운 것이 있긴 했다. 거짓말 생성 능력과도 비슷한, 이야기 만들기였다. 인물 정보, 배경을 입력했더니 술술 기막히게 잘했다. 다행인 것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는 점. 거기에 재미 요소들을 지정한다면 훌륭한 작품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소설가의 영역이 남아 있어서 안도했고, 빨리 문장을 쓰고 한편을 완성하는 것에 많이 놀랐고 찜찜했다. 세상이 뭐가 되려고.... 그걸 보면서 혹시 브런치에도 그런 탄생비화를 지닌 글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쉬지 않고 글을 올려대는 인간 아닌 듯한 능력자들이 꽤 있으니까. 입이 떡 벌어지는 새 문명 앞에서 나는, 감탄하면서 인간의 영역이 쪼그라들어간다는 씁쓸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한편, 수업을 전달하는 강사는 참 아쉬웠다. 그녀는 chat gpt의 신봉자일까. 그 강의로 월급받아 먹고 사니 홍보를 해야 한다지만. 그녀에게 컴퓨터의 세계란 숭고한 신앙 그 자체였다. chat gpt가 모든 지식의 원천이자 종결점인 양 말했다. 그녀에 의하면 지식도 외국어도 모두 기계가 다 알려주고 다 해석해준다. 인간은 그저 요구사항을 자판에 찍기만 하면 된다.  음, 인간에게 머리가 과연 필요할까. 

그러면서 다른 유튜브 수업도 있다며 홍보를 했는데.  

"지금까지 유튜브도 안 하고 뭐하셨어요? 남들이 이런 거 열심히 만들 때 놀고 계셨죠? 코로나 시기에 이거 해서 뜬 사람 많아요. 이런 걸 알아야 뒤쳐지지 않고 살 수 있겠죠. chat gpt로 글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려 보세요! 쓸데없이 놀지 말고 배우세요."  


배움을 독려하는 것일까.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일까. 그 자리에 모인 나를 비롯한 몇몇의 학생은.... 컴퓨터를 몰라도 잘 살아온 세대다. 컴퓨터에 비하면 턱도 없이 모자라겠지만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제몫을 해낸 이들이다. 또한 현재 모르는 것을 배우려 하는 것일 뿐, 그것을 몰라서 살기 힘든 이들도 아닐 것이다. 예의를 상실한 그 발언은 수강생을 사회의 부적응자, 낙오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 강사는 초등학생 컴퓨터 지도도 한다는데 기본 예의를 먼저 배워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대단해도 컴퓨터란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한 기술일 뿐일 텐데. 도대체 컴퓨터가, chat gpt가 뭐길래 그녀의 눈에 인간은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챗,,, gpt에게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 무엇인지 먼저 배워보시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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