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리뷰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이자 메가 히트작 <아몬드>. 출간된 지 5년이 넘은 지금 이 시점에도 베스트셀러에 있는 메가 히트작이다. 한국 소설계에 이 정도 히트를 친 소설이 몇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한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독서 생기부에 올릴 정도이다. 나도 생기부에 이 책을 올린 다음에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정말 짧고 어찌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설정과 전개가 이어지지만, 읽을 때마다 엄청난 속도로 끊지 않고 읽게 되고, 긴 여운에 잠기게 된다. 특히, 초반의 그 강렬한 소설의 시작은 정말로 큰 충격임에 분명하다.
이 책은 알렉시티미아라는 증상을 가진 윤재라는 주인공에서 시작된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지 못하는 이 증상은 주인공 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 정말로 비극적인 상황에 주인공이 놓이게 되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 살아가기 힘들 정도의 슬픈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정말이지 너무나 비극적이다. 이 소설은 그런 슬픔의 절정으로 독자를 보내고,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단순히 청소년, 성장 소설로 이 소설을 보기엔, 이 소설의 스토리는 누구나 상관없이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고도 명료하지만 2023년 지금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 바로 타인과의 연대와 공감이다. 타인과의 연대와 공감. 한국 사회는 지금 초연결 사회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매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공감과 연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이 엇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부정적인 의견이다. 만약 그것이 진정한 공감과 연대였다면,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지금과 같이 불행한 처지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살률이 OECD에서 가장 높은 국가, 학생들의 삶의 질이 가장 떨어지는 국가가 되진 않았을 것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폭력과 혐오의 환경에 놓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갈등과 혐오, 그리고 고립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아몬드>에서 작가가 말한 내면에 대한 공감, 결코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가 대한민국 사회에, 적어도 아이들에게나마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를 제하더라도 <아몬드>는 작가의 서사를 이끄는 힘, 그리고 주인공의 세밀한 감정 변화를 드러내는 필력만으로도 훌륭한 소설이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 과정, 상호작용하면서 아픔을 이겨내는 서사와, 비극에 조명되지 않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연민은 우리 모두가 온기를 가지고 있고, 온기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점과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연대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드는 소설임에 분명하고,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점에도 틀림이 없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연대, 공감, 문제까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인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이유도 아닌 그저 “인간이기에”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공감하고 연민하고 연대하여야 하지 않을까.
이틀 전, 터키에서 강진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더 많은 사람이 남겨진 채 살아가야만 한다. 그들의 사회가 남겨진 사람들을 잘 돌볼 수 있기를, 우리 모두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연대가 만연한 지구 공동체의 일원이기를 바라본다. 우리는 짐승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의 인간도 아닌, 문명사회의 “인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