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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Dec 21. 2022

떡볶이 집에서 헌팅당한 여자

제일 좋아하는 음식 일등 떡볶이

떡볶이는 내 평생 베프이자

이 친구와는 추억이 정말 많다.


몇 년 전 직장 동료를 통해 알게 된 곳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서

40년 넘게 하시는 곳이다.

허름하고 잘 보이지 않는 간판이 있는

이곳이 참 좋다.

카드는 안돼요.

현금 아니면 계좌이체만 가능한 곳


회사가 가까운 거리라서

주로 혼자서 때로는 지인들과 같이

그렇게 수십 번 그곳을 가게 된다.

체인점 떡볶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

양념소스과일과 야채를 갈아서 만드신다고 한다.


밀떡은 어슷 썰기로 모양이 비스듬하다.

양념이 잘 배라고 손수 어슷 썰기를 하신다.

신나게 이곳을 다니며 먹던

다른 지역으로 회사 발령이 나고 만다.

(이곳과 헤어짐이라니 주저앉고 싶었다)




몇 달만이다.

얼마나 오고 싶었던 곳인가

우선 은행 ATM기에 가서 현금을 찾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달려간다.


그동안 할아버지 할머니를 50번 이상 봤지만

나를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매번 헷갈린다.

하지만 모르셔도 상관없다.

나에게는 소중한 분들이니


신이 났고 랩 하듯이  목소리로 주문을 한다.

떡볶이 2인분. 떡꼬치. 튀김 1인분씩 주세요’

입안에 떡볶이 한 개를 넣는다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찬다.

조미료 맛이 아니다

소스를 아무리 먹어도 입안이 짜지 않다.


‘사장님 떡볶이 1인분 더 주세요’

할머니가 물어보신다. 그렇게 먹고 싶었어?

'네네 그럼요'

정신없이 먹다 보니 마지막 한 개가 남았다.


 너무  아쉬워라. 고민을 하다가

‘사장님 떡볶이 1인분만 더 주세요’


어? '아이고 이렇게 많이 먹고 가면

질려서 앞으로 여기 못 와. 이제 그만 먹어'

그럴 없는데

'저 회사 멀리 있어서 자주 못 와요. 

1인분만 더 먹고 갈게요' 

할머니도 이제 포기하신 눈치다.

'그려 많이 먹고 가'

마지막 한 접시다

한 젓가락 한 젓가락이 소중하다.


자주 못 온다는 생각에

이 세상에서 나와 떡볶이만 있는 사람처럼

초집중하며 다시 먹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께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오랜만에 와서 정말 맛있게 먹고 간다고

서서 얘기를 잠깐 나눴다.

가는 문 앞에서 한번 더

‘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드렸다.



잠시만요!

그 작은 가게 안에는 남자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다.

(집중해서 먹느라 있는 줄도 몰랐다)

네?

식당에서 이렇게 맛있게 먹고

예쁘게 인사하고 가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한다.


내가 그랬구나.

그렇게 맛있게 먹었구나.

본인 회사 후배를 소개해 주고 싶다고

연락처를 받고 싶다고 한다.


처음 겪일이다.

깜짝 놀랐다.

이런 게 헌팅인가

(애가 둘인데) 결혼했습니다.

얘기하고 그곳을 나왔다.


인사가 예쁘다고 헌팅을 당하다니

이 허름한 떡볶이 집에서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는다.


무척 황당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이곳과 나는 운명인가


올해 회사 발령이 다시 났고

걸어서 이곳과 5거리가 된다.

예전 일했던 곳 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


아마 그동안 백번은 넘게 온 듯한 이곳

떡볶이집 할아버지 할머니 연세는

80이 훌쩍 넘으신 것 같다.

이제는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그곳에 계셔주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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