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든 경찰차든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즉시 최대한 길 옆으로 차를 세울 것.
번쩍번쩍한 경찰차 빛이 바로 내 뒤에 나타나면 내 차를 세우란 의미(대부분 과속이나 신호위반임).
경찰이 차를 세우면 두 손을 핸들에 올릴 것,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방을 뒤져 면허증을 꺼낸다는 둥 쓸데없는 행동을 절대 하지 말 것 등
뉴스를 보면서 나름의 행동강령을 정리한 것이기도 했고 먼저 정착한 분들이 일러준 조언이기도 했다.
그날은 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서 늘 그렇듯 1차선으로 운전을 해서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백밀러로 번쩍번쩍 요란한 경찰차가 보였다.
차를 옆으로 세워서 비켜주려고 하는데... 약간 싸한 기운이 느껴진다.
'번쩍번쩍 빛이 바로 뒤까지 올동안 내가 모를 수 있나?
지금까지 소리가 안 나다가 갑자기 소리를 왜 내는 거지?'
상황 파악이 한참 진행 중인데...
갑자기 Stop the car!이라고 확성기가 울린다.
저 장면은 저 소리는 분명, 미국 영화에서 본 거다. 범죄자들에게 외치는 그 외침이었다.
'나? 지금 나더러? 내 차를 세우란 건가?'
답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묻는다.
경찰을 만나기 전에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와 죽을 수도 있을 만큼 뛰기 시작했고, 오른발은 그의 지시에 따라 즉시 브레이크를 콱 밟았다. 멈추라는 경찰의 말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1차선 대로 한가운데에다 차를 세우란 뜻은 아니었나 보다.
경찰이 내 차로 급하게 뛰어오더니 다급하게 Put your car on the side!이라고 외친다.
'너무 놀라서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 거 같은데요.'
경찰이 2차선부터 4차선의 3개 차선을 막아줘서 간신히 갓길로 차를 세웠다.
선글라스를 벗고, 가요인지 팝송인지 흐르던 노래도 끄고, 두 손은 다소곳하게 핸들에 올리고
경찰을 기다렸다.
무서웠다.
경찰 관련 총기사고도 많고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듣고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경찰이 내게 오는 그 10초가 10년 같았다. 뭘 준비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내가 뭘 잘못했지?
경찰이 속도를 어느 정도 냈냐고 묻는다.
'미국은 과속탐지기 없나요?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속을 한 건가?'
나는 과속을 잘하지 않는다. 고속도로도 못 탈 만큼 고속을 두려워한다.
경찰이 말한다. 근데 넌 왜 1차선을 이용한 거니.
"집에 가려고요. 좌회전이 필요하거든요"라고 답했다.
경찰이 웃는다.
"너의 집은 3마일이나 떨어져 있어. 여기서부터 1차선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 1차선은 다들 고속으로 다니기 때문에 너에게 위험해. 너는 2차선이나 3차선으로 가다가 나중에 차선을 옮기는 게 좋아"
"그렇다면 차를 세운 이유가 뭔가요?"
"너의 안전을 위해서 안내해 주려고 차를 세운 거야."
'뭐? 내가 잘못 들었나?'
그러면서 흰 이빨을 드러내 웃으면서 악수를 청한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똥 씹은 표정으로 악수에 응했다. 그와 중에도 내가 범법자가 아닌건지 확실한 정리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나는 법을 어긴 것이 없고, 당신은 나의 안전을 위해 내 차를 세운 거다. 맞아?"
"완벽해. 네가 잘 알아들었으니까 이제 가도 좋아." 라면서 다시 악수를 청한다.
안도의 숨이 쉬어지긴 하는데 목구멍으로 뭐가 올라온다.
'지금 장난하나? ㅁㅊ나? 할 일이 그렇게 없나?'라고...
가라는데, 가도 좋다는데,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진이 다 빠졌다. 남의 편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가래? 그럼 됐네. 괜찮아. 조심해서 와."
데리러 온다 해도 차가 2대가 되니 어쩔 도리가 없긴 했지만 참.. cool하더라. 무정하더라.
다음 편에서 계속...
#미국생활 #경찰관 #속도위반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