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은 참으로 편하게 대답했다.
덩달아 놀라면 내가 더 걱정할까 봐 나를 배려한 태도였을까? 쳇, 얼토당토 안 한 상상을 해본다.
그럴 리 없다. 누구보다 걱정이 많은 사람인데...
그럼 그 태도 뭐지? 이쯤에서 진위파악은 그만둬야 한다. 더 하면 기분만 나빠질게 뻔하다.
차를 머리든 등이든 이고 가고 싶었다. 운전해서 갈 용기도, 힘도 없었으므로...
그래도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한다.
신데렐라처럼 서둘러 출발했다.
경찰관과 담소(?)를 나누느라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퇴근시간과 겹치면 차가 막힐 것이고 그러면 차선 변경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분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더 일찍' 1차선으로 진입했다.
물론 주변에 그분이 있는지 살피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었다.
운전대만 잡으면 심장이 자동적으로 더 많이 뛰었고 운전자체가 하기 싫었다.
그런데 기묘한 증상이 하나 더 생겼다.
자동차 머리 위에 뭐라도 달린 차(아래 그림 참조)만 보이면 나쁜 짓이라도 한 사람처럼 혼자 화들짝 놀랐다.
각종 배달차나 광고문구를 올린 차들이 진심으로 경찰차로 보였다.
나는 심각했으나 남편과 아이는 몇 바탕을 웃었는지 모른다.
사진 출처: 와니니 아들 그림 (배달차가 그리도 많더구먼 필요하다니까 눈에 띄지를 않네요)
그렇지만 미국생활에서 운전을 안 한다는 것이 불편함과 답답함의 동일어이므로 오래도록 지속할 수는 없었다. 1주일 정도 후부터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튜터(전직 변호사 할아버지)에게 그런 경우가 있는지 물었다.
'그 경찰관 좀 이상한 거 아니야?'가 속마음이었지만
객관적인 진위 파악을 하기 위해 묻는 것처럼 교통경찰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처음에 만나자마자 면허증을 달라고 안 했으니까 네가 법을 어겨서 잡은 건 아니야.
그 경찰은 정말로 네가 걱정돼서 안내해 주려고 한 거 같아.
간혹 속도가 너무 느려도 예방차원에서 잡긴 하거든."
미국 경찰관은 범법자를 잡는거 이외에도 친절하기도 한 거 같다고 생각하고 이쯤에서 그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놀란 내 마음도, 서운한 내 마음도 모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