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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니니 Feb 21. 2023

걱정해서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독박육아와 마음이 시끄러움을 핑계 삼아 브런치에 글쓰기를 휴업했다. 

쓰는 것은 적극적인 행동이지만 읽는 것은 소극적이니 피난처 삼아 책을 읽었고, 유튜브를 보았다.

그런데, 출장에서 남편이 돌아오고 아이가 브런치 글 언제 또 쓰냐, 새로운 글을 기다리는데 왜 안 쓰냐고 채근한다(너는 내 글 읽지도 않잖아라고 할 수는 없는 터).




정우열 정신과 의사가 유튜브에서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다.

사람의 정신은 생각과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걱정은 생각이고 불안은 감정이다. 불안을 많이 느낄수록 그 불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걱정을 많이 한다. 생각하기가 훨씬 쉽고 감정을 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을 하다 보면 걱정은 부정적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다시 불안을 몰고 오는 악순환이다.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표현하면서 해소해야 한다. 정신건강을 위해 내 감정에게 내 편이 되어 줘야 한다고 했다. 문득 정혜신 의사의 책 '당신이 옳다'도 떠올랐고, 오뚝이샘도 감정을 포착하고 감정을 이해한 후 그 감정을 표현해 주라고 했었다. 서천석 의사도 기다려주고 믿어주고 마음을 읽어주는 것은 우리의 본능이 아니라며 그래서 육아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불안이라는 내 본능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어떻게든 잘 이겨내는 과정인 거 같다. 


죄책감과 불안감 덕에 나는 더 좋은 엄마가 되었나? 아이가 그 덕에 더 행복해졌나?
죄책감이 깊어질수록 내가 하는 모든 일과 아이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성에 차지 않았고,
그러면서 다시 불안감이 엄습하면 간섭과 잔소리가 거세졌다. 그럴수록 아이와의 관계는 아슬아슬하고 짜증스러워졌다

엄마는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는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제 운명을 감당할 때 그저 옆에 있어 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의 성취는 엄마의 공이 아니며, 아이의 실패 역시 엄마의 탓이 아니다. 그러니 엄마들은 '아이에겐 스스로 자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김경림지음). 


김경림 씨의 책을 한숨에 읽으면서 두 번째 다시 넘기고 있는데, 이미 작가의 서문에서 할 말을 다 알 수 있고 옳다구나 싶다. 그런데, 그렇다면 아이에게 스스로 자라는 힘이 있다고 믿고 나는 나의 생을 뚜벅가면 되느냐, 아이에게 최소한의 신념과 가치, 태도는 심어줘야 하는 거 같은데 그런 걸 심어주려 해도 이미 나와 아이 사이에는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심어주려는 방법이 되는 매개가 공부라서 그런 것일까. 


아이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내 욕망을 충족하거나 아이를 감정의 배설구나 방패막이로 삼지 않게 되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감정 관리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아이 앞에서 불안해하지 말 것, 아이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 것, 아이 앞에서 슬퍼하지 말 것,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은 아이 모르게 할 것, 엄마의 괴로움은 절대 아이 모르게 따로 해결할 것

육아할 때 죄책감이 느껴진다면 '지금 여기'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에 있다는 이야기인데, 소리를 내어 말하면 '지금 여기'에 머무는 데 도움이 된다. 내 아이를 본다.  

아이의 단점이 보인다는 것은 엄마의 기대에서 비롯된다. 기대를 내려놓고 '발견'하세요('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김경림지음).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겸손을 발휘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란 존재가 나로서 그대로 존중받거나 사랑받아본 적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나라도 나를 무조건 예뻐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내 편이 되어주라고... 그렇게 나를 먼저 사랑해야 내 아이도 사랑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된다. 돌고 도는 뫼비우스 띠처럼 뭔가가 얽혀 있다. 

문제는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내 존재로 사랑받고 인정받아본 적이 없어서 지금의 어려움을 겪는 것인데, 내가 그 역할을 수행해서 해결해야 한다니 머리가 빠개지는 느낌이다. 


#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김경림 작가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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