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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클로이 Dec 14. 2022

장거리 연애, 이젠 졸업해도 되겠습니까?

30대에 시작한 나의 노빠꾸 연애에 켜진 빨간불

나와 나의 남자 친구는 장거리 연애 중이다. 


서울과 대전, 광주와 부산, 춘천과 대구 정도의 장거리면 참 좋으련만, 우린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정말 찐 롱디 연애를 하고 있다. 원래 한국에서 시작된 연애인데, 그가 거처를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서 우리는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장거리 커플의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내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특히나 나의 30대에 멀리 떨어져 연애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만약, 내가 조금이나마 나이가 어렸을 때 장거리 연애를 해야 했다면, 눈물, 콧물 빼면서 떠나야 하는 이를 붙잡고 안 놓았거나, 아니면 그냥 헤어지자고 마음먹으며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머리가 커진 30대에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구제불능처럼 제멋대로 붙잡지도, 일구어낸 소중한 관계를 쉽게 끊어내기도 싫었다. 이 사람이다 왠지 확신이 들었고, 나와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나는 선뜻 장거리 연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나이가 차서 시작한 장거리 연애는 노빠꾸다. 


보고 싶고 못 견디겠으면 그가 있는 곳으로 간다.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후 우리는 기회가 되는대로 한국과 미국을 오갔다. 처음 내가 남자 친구를 보러 가기로 마음을 먹었을 땐 회사를 다니고 있던 터라서 남은 휴가를 영혼까지 끌어모아 추석을 낀 2주 동안 미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퇴사 이후엔 시간이 많아져서 조금 더 길게 미국에 머물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는 남자 친구도 여름에 휴가를 내어서 한국에 다녀갔다. 


생각해보면, 그냥 30대의 연애 자체가 노빠꾸인 것 같다. 


첫 만남 때도 어쩐지 말이 잘 통해서 가볍게 커피 한 잔 하자던 것이 4차로 이어져 함께 힙합 뮤직바에서 함께 노래까지 부르다 헤어졌고, 그게 우리의 첫 데이트가 되었다. 내가 처음 남자 친구를 보러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와 나는 아예 미래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만난 지 1년 남짓 시간이 지났을 때인데, 그와의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래에 어차피 만나게 될 일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내 마음에 대해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더 적극적이고 저돌적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부모님을 부단히 설득했고 결국엔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외로운 장거리 연애를 금방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우리는 한국-미국을 3번 더 왕복해야 했고, 지금도 정확한 결혼 날짜를 잡지 못한 채 하염없이 장거리 연애만 이어가고 있다. 그 이유인즉슨, 나와 내 남자 친구는 결혼도 우리가 원한다고 원하는 때에 할 수 없는 국제커플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약속한 미국 여행 이후, 남자 친구와 나는 바로 피앙세 비자를 신청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게도 미국 이민국의 비자 프로세스가 코로나로 인해서 굉장히 많이 지연되어버려서 원래 8-10개월 걸리는 피앙세 비자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그래서 결혼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장거리 연애 중에 있다. 


노빠꾸로 쭉쭉 달려가다 켜진 이 빨간불이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이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마냥 헛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남자 친구나 나나 서로에 대해 모르던 세세한 부분까지도 알게 된 것도 있고, 같이 지내면서 함께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무엇인지 배운 점들도 많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 인내의 시간이 우리 둘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이 장거리 연애 꼭 어서 졸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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