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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Nov 07. 2023

<역경이 싸대기를 날려도 나는 씨익 웃는다>_김세영

배구는 김연경, 인생은 김역경

인생 고군분투기. 

제목을 보고 떠오른 키워드였다. 

뭐 인생 험난하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책날개를 펼쳐 저자(김세영)의 이력을 살폈다. 어머... 그냥 단순한 고군분투기가 아니잖아.... 저자 소개만 읽었는데 마음이 울렁인다. 


어릴 땐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싸움 빼고 못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성형외과(成形外科)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생겼다. 더불어 늘 생글생글 웃고 다녀서 성향외과(性向外科)의 도움도 필요 없었고 인기도 많았다. 근데 고1 때 동생이 조현병에 걸리면서 역경이 시작된다. 스무 살 땐 늘 싸우던 부모님이 이혼했다. 33세에는 희귀난치질환(PNH) 판정을 받게 되고, 그 와중에 치매/파킨슨 환자가 된 아빠를 돌봐야 했다. 결국 남들 다 하는 뜨거운 연애는 아까운지 남겨 뒀다. 턱시도는 물론 산후조리원 문턱도 못 밟아 봤다. 흔히 말하는 빛나는 학벌, 두둑한 연봉, 내 명의의 집과 자동차, 노후를 책임져 줄 직업 등 내세울 만한 게 없다. 게다가 운전, 요리, 인간관계, 유튜브 등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적혈구가 깨져서 PT와 가수 김종국 같은 근육은 꿈꿀 수 없다.하지만 인생 역경의 싸대기를 하도 맞다 보니 마음 근육만은 빵빵하다. 여전히 싸움을 못해서 싸우진 않는다. 다만 씨익 웃을 뿐. 그리고 매일 인생에게 말을 건다. “야, 인마! 나에게  역경은 경력이야"                              
 -  알라딘 저자 소개 참고



저자는 가족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중간중간 등장하는 언어유희라고 해야 하나 라임이라고 해야 하나..  

기가 막히게 참신해서 큭큭 웃으며 읽게 된다. 

내용은 참 슬프고 험난하고 상상초월인데, 어쩜 이렇게 웃게 만드는 건지. 


" 그래. 지금은 누가 뭐래도 진흙탕에서 진흙 범벅으로 사는 거야. 이건 때려죽여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현실이지. 진흙탕에 뒹굴어도 마음만은 별을 보자.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럴수록 별은 더 빛나게 보여. 저 사람이 내딛는 열 걸음을 부러워 마. 질질 끌고 가는 나의 한 걸음이 더 값져. 그것도 벅차면 그냥 머물러 있어도 돼. 그러다가 다시 걸어가면 되고. 오늘 걷지 못한다고 해서 안타까워하거나 재촉하지 마. 이제 내 삶은 경주가 아니라 연주(演奏)야. 이 질병 자체가 비극이 아니야. 나의 삶으로 살아내지 못할 때, 그때 비극이 되는 거야. 왜? 이제 나는 희‘귀한’ 놈이니까."

 - p. 103~104  나는 희'귀한' 놈이니까 중에서

                            


" 내가 던져 준 이 배역은 너를 힘들게 하거나 죽이려는 목적이 아니야. 이 배역을 잘 해내는 사람은 어떤 역할도 잘할 수 있어. 그러니 지치지 마. 지치면 천천히 쉬어가도 돼. 실수 좀 하면 어때? 살 수 없다고 내팽개치지만 마. 다만 네 배역에 끝까지 충실하기만 하면 돼. 이 배역은 너만큼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애초부터 원 캐스팅을 했던 거야. 너는 분명 이 캐리어를 끌고 자갈밭을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 그 문턱도 넘어갈 거라고 믿었거든. 너도 이제 잘 알지? 캐리어 안의 짐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내가 너를 믿는 ‘힘’이라는 걸. "

- p. 238  나는 나의 배역을 살아간다, 걸어간다, 사랑한다 중에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책. 아픈 저자가 건강한 독자를 되려 위로해 주는 책. 

나만 힘들고 나만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과 응원을 주는 책.


" 불행은 제 맘대로 와도 행복은 내 맘대로 결정하려는 당신에게" 


오늘도 주어진 배역을 살아가는 당신, 이 책을 통해 힘을 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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