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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케이 Dec 21. 2024

뉴욕 일기 #5:
인생 첫 연말 in 뉴욕

항상 바쁘고 정신없는 월스트리트의 하루하루에서 잠시 벗어난 달콤한 휴가

최근 일주일간의 연말 휴가가 시작되었다.

지난주에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체력도 후달리고 겨우겨우 회사를 나가는 느낌이었는데

휴식이 정말 필요한 시점에 휴가가 시작돼서 너무나도 굳 타이밍이다.

휴가라서 좋은 점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 일등을 뽑자면,

매일매일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눈이 떠질 때 일어나는 것이다.

평소에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수면의 질도 좋지 못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며칠 동안 푹 자니까

언제 피로가 쌓였냐는 듯이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나는 집순이이다.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물론 너무 좋아하지만,

그렇게 배터리가 오래가는 편이 아니다 ㅎㅎ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고,

되도록이면 해가 지기 전에 집에 오고 싶어 한다. 

집에 혼자 있으면 정말 할게 많다. 

집도 치우고, 요리도 하고, 뒹굴 거리다가 운동도 하고 샤워도 하고 책도 읽는 등등

가만히 있어도 계속할 일이 있고,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금방 간다.


집에 혼자 있으면 생각도 정말 많아진다.

오늘은 '내가 ___하다는 걸 ___를 보고 알게 된다'를 주제로 한참 생각을 했는데


몇 가지만 공유하자면, 

내가 현재 얼마나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나 자신을 잘 돌보고 있는지는 집에 있는 식물을 

얼마나 잘, 자주 관리하고, 식물이 얼마나 건강한지가 알려준다. 

오늘도 한 식물의 다 진 꽃잎을 정리하다가 

새로운 꽃봉오리가 생기고 새로운 잎들이 자란 모습을 보고

나에게 요즘 마음의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나를 챙기는 것도 참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데

거기에 더불어서 식물에 물도 규칙적으로 잘 주고 관리를 해줬기 때문에

새로운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이니까 말이다.


내가 얼마나 건강한지, 몸의 에너지,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나도 모르게 누워 있는 시간의 양과 앉아 있는 시간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다. 

얼마 전 아팠을 때는 뭐만 하면 누워있었고, 회사에서도 바로 앉아 있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나도 모르게 요가매트 위에서 정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몸이 많이 회복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마음이 좀 외롭구나는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 목에 피로감을 느낄 때 알게 된다. 

외로운 마음이 크면 통화를 할 때 혼자서 몹시 조잘거린다. 

통화를 할 때는 잘 못 느끼는데 끊은 직후에는 

노래방에서 오랫동안 노래를 하고 나왔을 때처럼

목근육이 많이 쓰였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들어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연말을 가족과 보내지 못한다는 점이,

그래서 나 홀로 멀리 떨어져서 연말을 보낸다는게

아쉽고 외로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오늘은 오랜만에 머리를 자르러 갔다. 

작년에 금발로 탈색을 하고 머리가 정말 상해서 

머리를 자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ㅎㅎ

가을에 머리를 한번 잘랐었는데

그새 머리가 엄청 자랐다. 시간 참 빠르다..

지난번에 집 근처에 발견한 한국 미용실에 갔었는데

정말 솜씨가 좋으셔서 이번에도 또 갔다. 

맨해튼에 산다면 꼭꼭 추천한다⬇️

https://www.romi-salon.com/

다른 미용실들보다 조금 더 가격이 있긴 한데,

한국분이 잘라 주시는 것도 있고,

서비스의 퀄리티가 좋아서 돈값을 하는 것 같다.

훨씬 저렴한 옵션들도 있지만,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케바케인 경우가 많고

서비스의 퀄리티가 들쭉날쭉하기도 한다고 한다. 

머리를 오랜만에 자르니까 너무 가볍고

앞으로 샤워할 때 머리 말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너무 기쁘다. 


최근에 된장찌개에 중독이 되어서 집에 있으면 거의 매끼니때 먹는다. 

지난주에 끓여둔 된장찌개를 어제 다 먹어서

어젯밤에 부랴부랴 새로 만들었다. 

초간단 된장찌개 레시피:

- 재료: 감자 1개, 애호박 1개, 버섯 10개, 양파 반 개, 양배추 조금, 두부 반모, 파, 들깨, 된장

1. 멸치 육수를 낸다.

2. 모든 재료를 다 넣고 끓인다.

3. 된장을 한 스푼 넣고 들깨를 적당량 넣고 끓인다

-끝-


매콤한 걸 좋아하면 들깨 대신 고춧가루를, 

나처럼 고소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들깨 추천한다.

들깨를 넣는 게 정말 신의 한수이다.


재료를 썰고 국을 끓이는데 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최소한 3일은 먹으니까, 정말 시간대비 효율이 좋다.

매일 같은 걸 먹는데도 질리지도 않고 너무 맛있다 : )


뉴욕에서 보내는 첫 연말인데

아직은 소소한 일상밖에 없다.

여기는 연말이라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은데

그만큼 관광객도 너무 많아서 나가기가 꺼려지는 것 같다.

매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벗어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내 발로 다시 그 카오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기분이랄까..

그래도 첫 연말이니까 멋진 트리는 한번쯤 보러 가봐야겠다�


제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연말되시고 멋진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Happy Holi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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