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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 Jun 30. 2024

공간 I

사우나: 내면의 상담소

공간이 주는 힘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은 공간이라도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들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은 "사우나"이다.


언제부터인가 업무로 지친 몸을 힐링하는 곳으로 사우나를 가기 시작했다. 사우나를 가는 시간은 저녁 7시 30분쯤. 그리고 목요일이다. 일주일의 막바지를 힘들게 달린 나는 퇴근길에 그대로 사우나로 향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따뜻한 온기가 있는 탕 안에 들어간다. 꽤나 뜨거운 온도인데도 참는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속상한 기억, 아쉬운 기억들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때 좀 다르게 했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이렇게 밖에 못했을까?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걸까?


 다시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간다. 마치 나를 스스로 고문하면서 성찰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숨이 막힐 정도로 참는다. 내가 꼭 이 온도와 이겨내야 하는 것처럼 나 혼자만의 경쟁이 시작된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이제 됐으니 그만하고 나가라고 외친다. 그제야 나는 머릿속의 모든 생각이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지워버릴 것은 지워버리고, 결심할 것은 다시 결심한다. 


어느 순간 사우나는 나의 생각 공간이 돼버렸다. 땀인 척 눈물도 흘릴 수 도 있다. 무언가 불안하고 안 되는 일들이 있을 때, 무언가 도전적인 일을 결심할 때는 사우나가 나의 상담소가 된 것이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한 심리상담사가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이 난다. 자신이 가장 편한 장소를 정하고, 그곳에서의 편안함을 계속 생각하면 굳이 가지 않고 그 장소를 연상만 해도 마치 그곳에서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고 했다. 지금은 그 공간이 나에게는 사우나이다. 나를 온전히 안아주는 곳, 뜨거운 기운으로 다시 삶의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곳, 이제 나의 그 온전한 공간만 생각만 해도 스스로 정리가 되는 안정감을 느낀다. 


외롭지만 나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나만을 생각하는 이 공간... 나에게는 소중한 내면의 상담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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