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랬구나 Mar 05. 2024

딸기를 씻다 사교육을 생각하다

"너희는 딸기가 겨울 과일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이 딸기가 겨울 제철 과일이라고 말하기에 난 솔직히 놀랬다. 요즘 아이들에게 딸기는 겨울과일이구나. 하긴, 어려서부터 겨울에 딸기를 먹어왔으니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겨울에 먹고 있어도 지금이 제철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고 먹는데 아이들은 아닌가 보다.


나에겐 유치원 때의 생생한 장면 하나가 있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딸기 밭에 딸기 따러 갔던 기억이 있다. 5월 말이나 6월초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에게 딸기는 초여름 과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딸기가 점점 더 빨리 나타나기 시작했다. 봄에 나와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겨울은커녕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나타나는 과일이 되었다. 지금 같은 3월은 이제 딸기 끝물이 되어간다.




아이들 주려고 딸기를 씻으며 딸기를 보고 있노라니, 이 녀석 딸기가 요즘 아이들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구나 싶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익어가는 딸기를, 비닐하우스에서 난방을 하며 영양을 주며 키운다. 그리하여 훨씬 일찍, 무척이나 비싼 값에 나와있는 딸기가 사교육에 등 떠밀려 가는 아이들 같아 보여 안쓰러웠다.


때가 되면 학교에서 배우게 될 것들을, 비싼 돈 주고 학원을 다녀가며, 남들보다 먼저 배워 경쟁에서 이겨 앞서가겠다고 이 학원 저 학원 공부하러 다니는 아이들이 한겨울 딸기와 닮았다.


노지에서 자라서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딸기들이 한 바구니에 담긴 모습도 참 예쁠 텐데, 마트에서 만나는 딸기들은 모양도 크기도 비슷한 것들끼리 가지런히 담겨 평가받고 가격이 매겨진다. 한겨울에 크고 빨간 딸기들이 나란히 누워 포장된 모습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다.


아이들도 각자의 개성을 살려 각자의 모습대로 자라나면 아이들도 훨씬 편안하고, 다양한 재능을 뽐내는 재미난 세상이 될 것 같은데, 모두 다 남들보다 먼저 크고 빨간 딸기가 되어 플라스틱 통에 담기려고 애쓰고 있다.


더 슬픈 사실은 우리 아이는 개성 넘치는 딸기로 키울 테야!라고 외치거나.

혹은, 엄마 저는 노지 딸기가 될게요! 하는 아이를 응원해 줄 용기도 없다는 것이다.



딸기를 씻다가 손이 시려 그만 물을 잠근다.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딸기의 제철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디쯤인지.

달지 않고 크지 않아도 좋으니 밭에서 자란 자연의 딸기가 먹어보고 싶다.  


(이미지 출처_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난생처음 특수동물병원에 다녀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