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부터 말하자면,
"00 이는 형이 있어서 그런지"로 시작되는 말이다.
우리 아이 이야기든, 다른 집 아이 이야기든 형이 있어서 그런지,라는 말로 시작되는 말 중에 아들 둘 엄마인 내가 기분 좋게 들어본 말은 없다.
'형이 있어서 그런지'로 시작되는 문장의 마무리는 대략 이렇다.
형이 있어서 그런지 거칠다. 욕을 잘한다. 게임을 많이 한다.(우리 둘째가 들어본 말은 아님^^;;)
씁쓸하게도 이런 말들을 아들이 하나만 있거나, 딸만 있는 엄마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들 둘 이상을 가진 엄마도 스스럼없이 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오우 제발 그만!
형이 있는 어떤 아이가 드세고 욕을 찰지게 한다면 그건 그 아이의 특성이지 형 때문은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형이 있기 때문이라기 보단 부모가 그렇게 양육한 것이다. 왜 형 탓을 하는가.
아들 둘을 키우지만 '남자'라는 카테고리에 같이 묶어 두기엔 두 아이는 몹시, 굉장히, 엄청나게, 너무나도 다르다. 사람 둘을 키우다 보니 점점 깨닫는 건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개인들이라는 사실이다. 나와 남편이 낳았지만 부모와 똑같지도 않고, 같은 부모가 낳고 같은 양육방식으로 키워도 각각의 아이는 서로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더 억울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다른 둘을 키우며 각자의 특성에 울고 웃느라 정신이 쏙 빠지게 힘든데 형이 있어서 그렇다니. 그냥 그런 거다. 그 아이가 그런 거다.
더 웃긴 건 남자아이 치고 얌전하다는 말을 듣는(이 말도 나는 불편하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남자아이는 괴물인가?) 우리 집 아들들을 누군가가 말할 때 쓰는 말들이다.
'00 이는 형이 있는데도, 얌전하네?'
이쯤 되면 우린 국어사전에 형이 뭐라 되어있는지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형이라는 단어에 내가 모르는 정의라도 있는 건가.
형에 대한 잘못된 정의는 오빠가 있는 여자아이들을 말할 때도 활용된다.
'00 이는 오빠가 있어서 그런지' 이 문장의 마무리도 '형이 있어서 그런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언니가 있어서'라는 말 뒤에는 안 좋은 말이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누나가 있어서'라는 말의 뒤에는 누나가 있어서 그런지 차분해, 야무져. 와 같이 누나가 아니었음 동생인 남자아이는 안 좋을 뻔했는데 누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식의 말들이 이어진다.
나는 누가 누군가를 판단하는 말들을 불편해한다. 그 사람에 대해 뭘 그리 많이 안다고 그러나 싶다.
그냥 내가 본 그날의 모습이 그랬을 수도 있고, 그 순간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행동 하나 가지고 그 사람 형, 오빠까지 소환하다니 너무한다 싶다. 누군가 문제 행동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일이다.
나는 오빠가 있는 사람이고, 아들 둘의 엄마이다.
언니가 아닌 오빠라서, 딸이 아닌 아들이라서 더 좋거나 더 나쁜 건 없다.
그냥 그들이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