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히치하이킹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

by 이현직

2019년 7월 24살에 일본 오사카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가기 전부터 였는지 가고난 직후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에는 NO재팬 운동이 한창 심했었다. 유니클로 불매, 일본 맥주 불매와 주위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하면 눈치를 엄청 많이 보게되던 시기였다.


일본에서 알바를 구하고 있던 나는 당연히 YES재팬이었지만, NO재팬 운동의 여파를 꽤 느끼게 되었다. 오사카 난바 근방에는 워낙 한국인들이 여행을 많이 오니 일본어를 잘 못해도 알바구하기가 비교적 쉽다. 원래 일하고 싶었던 곳은 유니클로였는데, 한국인들이 여행을 안오니 굳이 일본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을 뽑을 이유는 없고 매장중에서도 높은 일본어 실력을 요하는 유니클로에는 당연히 떨어졌다.


유니클로 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여러 종류의 매장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굳이 한국인을 채용할 이유가 점점 사라져갔다. 그런 이유로 나는 NO재팬을 일본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하는 NO재팬 운동에 코리안이 얻어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그래도 평소였으면 한국인 반, 중국인 반이었을 거리에 일본인이 다수가 되어서 외국에 온 기분은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알바를 구하고, 금방 식을 줄 알았던 NO재팬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유니클로 매장도 많이 닫고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한국인이긴 하지만 바다건너에 있어서 그런지 다른나라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NO재팬 운동 자체에 대해서는 별 코멘트가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두 일본여행을 다녀오고 이자카야에서 야끼토리와 일본맥주를 찾던 사람들이 머릿속에 일본이라는 스위치를 꺼버린 듯 일순간에 변해버린 것 같은 모습은 보기에 분명히 묘했다.


일본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뉴스는 봤지만 크게 한국에 대한 감정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았고, NO재팬인건지 NO'재팬을 좋아하는 코리안'인건지 한국에 있는 일본관련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나 나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인터넷만 보면 강점기 수준의 분노에너지가 양국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실제 한국사람 일본사람 각각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에 대한 안좋은 감정은 없으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일본에 어느정도 적응도 했고 여유가 조금 생겨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한국이랑 한국인이 싫으면 안태워주겠지 싶은 마음으로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항상 뉴스, 인터넷에서는 서로 욕하고, 욕하더라고 전하기만 하는데 내 주위에는 없고 대체 누가 싫어하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흰 티셔츠에 한국, 일본 국기와 지도,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그려넣었다. 막상 티셔츠를 입고 히치하이킹을 하려니 집 현관문에서부터 떨렸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집근처 편의점까지 일단 가서 알코올 도수 9도의 츄하이 500ml를 들이키고 도로로 나섰다.


에라 모르겠다 호기롭게 차가 많은 곳으로 나갔다. 괜히 추운 날씨 탓을 하며 떨리는 엄지의 자존감을 세워줬다. 차가 멈춰주기를 바라다가도 막상 속도를 줄여오니 갑자기 '티셔츠의 태극기를 보고 욕하러 오는건 아니겠지?' 같은 생각이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재빨리 내 엄지의 아이덴티티를 히치하이킹에서 따봉으로 바꾸며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을 했다.


취기가 점점 오르면서 떨리던 엄지가 곧게 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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