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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쓰더발류 Jan 09. 2023

노인과 키오스크


나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활과 스마트하고 촘촘하게 연결된 스마트폰보다는 조금은 답답하겠지만 예전의 ‘삐삐감성을 가끔씩 그리워하고, 스마트기기의 딱딱한 액정보다는 부드러운 종이에 사각사각 글씨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러한 예전 감성을 좋아하고 나 스스로 유지하고 싶다 해도 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거스르기가 어렵더라.


어느 화방에 들려 필요한 미술 재료들을 사서 양손 무겁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 답답하고 어딘가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 핸드폰 화면이 없었다. 양손 가득 짐을 들어 어느  손에 핸드폰을  수가 없었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게  정도로  편리함에 익숙해졌고 내가 좋아한다던   감성들은 그저 추억 속에 묻혀 가끔  추억을 떠올려볼 뿐이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서,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기술의 발전이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지 모른다. 사실 최신 스마트폰이나 최첨단 기술을 꼭 좋아하지만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기술들을 통해 편리함을 누릴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편리한 것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편리함 조차 제대로 누릴 수가 없어서 오히려  불편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발생한다.


최근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나 카페 같은 곳만 가봐도 무인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일반적인데, 나이 드신 분들이 내 앞에서 그들에게는 차갑고 낯설기만 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느라 뒷사람 눈치 보며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가급적이면 도와드리거나 천천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긴 하지만 그들에게 얼마나 큰 배려가 될지는 모르겠다.



나 자신이야 어떻게든 거기에 따라가고 적응하겠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만큼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배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나라고, 당신이라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언제나 그렇게 민첩하고 유연할  있을까.



Thanks to

the photo(cover) by Matt Bennett on Unsplash

the photo(body) by KAL VISUAL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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