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활과 스마트하고 촘촘하게 연결된 스마트폰보다는 조금은 답답하겠지만 예전의 ‘삐삐’ 감성을 가끔씩 그리워하고, 스마트기기의 딱딱한 액정보다는 부드러운 종이에 사각사각 글씨 써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러한 예전 감성을 좋아하고 나 스스로 유지하고 싶다 해도 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거스르기가 어렵더라.
어느 날은 화방에 들려 필요한 미술 재료들을 사서 양손 무겁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 답답하고 어딘가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내 눈앞에 핸드폰 화면이 없었다. 양손 가득 짐을 들어 어느 한 손에 핸드폰을 들 수가 없었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게 될 정도로 그 편리함에 익숙해졌고 내가 좋아한다던 그 옛 감성들은 그저 추억 속에 묻혀 가끔 그 추억을 떠올려볼 뿐이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서,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기술의 발전이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지 모른다. 사실 최신 스마트폰이나 최첨단 기술을 꼭 좋아하지만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기술들을 통해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편리한 것이 곧 편안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편리함 조차 제대로 누릴 수가 없어서 오히려 더 불편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발생한다.
최근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나 카페 같은 곳만 가봐도 무인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일반적인데, 나이 드신 분들이 내 앞에서 그들에게는 차갑고 낯설기만 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느라 뒷사람 눈치 보며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가급적이면 도와드리거나 천천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긴 하지만 그들에게 얼마나 큰 배려가 될지는 모르겠다.
나 자신이야 어떻게든 거기에 따라가고 적응하겠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만큼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배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나라고, 당신이라고 그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언제나 그렇게 민첩하고 유연할 수 있을까.
Thanks to
the photo(cover) by Matt Bennett on Unsplash
the photo(body) by KAL VISUAL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