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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쓰더발류 Jan 17. 2023

길을 걷다 잠시 멈출 수도, 유턴할 수도


이른 아침 출근길.


좁은 지하철 역사 내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각자 회사로 일터로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평상시의 걸음걸이보다 확실히 빠르다.


괜스레 나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마음이 급해진다. 사람들의 발걸음에 맞추어 발걸음 속도를 높여본다. 무리의 사람들 속에서 남들과 다르지 않게, 뒤처지지 않게 비슷한 속도로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전진한다.


왠지 모르게 나도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 속도가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 게다가 혹시라도 멈춰 서기라도 하면 더욱’


예전에 한 번은 마음이 급해져서인지 내 앞에서 혼자 천천히 걷고 있던 사람을 나도 모르게 짜증스럽다는 듯 지나쳐간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잘 나아가는데 마치 왜 우리의 길을 방해하냐는 듯이.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 무리와 함께 나아가는 속도와 방향이 정답이고 당연한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날 나에게는 바쁜 아침 출근길이었을지는 몰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몸은 고돼도 마음만큼은 여유로운 퇴근길이었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양손 가득 짐보따리가 두 다리에 찬 모래주머니 같았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몸이 불편하여 그 계단이 마치 에베레스트산 같았을 수도.


그날의 그 누군가에게는 그가 가는 속도와 방향이 정답이고 내 짧은 생각이 오답이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길을 가다 보면 잠시 멈춰서 쉬어 갈 수도, 유턴하여 방향을 되돌리고 싶을 수도.




Thanks to

the photo(cover) by Rodrigo Gonzal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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