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명품
얼리어답터 讞利於答攄 외전 6
이름이 명품
요즘은 10년 전 대비 명품, 혹은 명품에 준하는 이름값을 하는 브랜드들이 많이 늘어났다.
보통 최고가 시장보다는 중고가 브랜드가 더 많이 늘어났는데, 이 매장들의 홈페이지나 오프라인 매장을 가보면 약간 갸우뚱하게 된다.
이른바 ‘듣보잡’인데 어디선가 많이 익숙한.
의류나 신발 브랜드는 아니지만 다른 분야에서 인지도가 꽤 높은데, 대개 국내상표는 아닌데 갑자기 등장한 그런 브랜드.
이... 뭐지? 하고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이 브랜드의 ‘라이선스 상표권’을 사들이거나 임대해서 사용하는 순수한 한국 브랜드이다.
물론 생산은 중국. 베트남. 동남아 등등.
딱히 ‘국내 브랜드입니다’라고 공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홈페이지나 SNS 나 기타 매체들과 매장의 내부를 보면 뭔가 길게, 그것도 영어와 혼용하여 쓰여 있는데 그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 100년의 헤리티지 정신을 계승하여, 고전적인 디자인을 첨단 소재로 업그레이드시킨 어쩌고저쩌고 ”
대강 읽다 보면 ‘ 아, 내가 모르긴 하지만 뭔가 전통이 있고 외국에서는 유명한 브랜드 인가 보다 ’ 한다.
엄연한 소비자 기만행위이다.
알고 보면 그런 스타일의 여러 개 브랜드 본사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중저가 의류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 한 군데인 경우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일종의 ‘ 브랜드 껍질 만들기’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른바 '짝퉁'은 아니다.
브랜드 의장등록이 되어 있고, 확실히 '합법적' 테두리 안에 있다.
다만 이게 '과장광고'와 '마케팅 기법' 그 사이 어딘가의 모호한 위치에 있음은 분명하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어떤 대책 없던 국가원수가 있었다.
물론 국민이 뽑은 건 아니고, 그 국가원수의 하수인들이 체육관에 모여 뽑은 일명 ‘체육관 대통령’ 되시겠다.
그리고 민심을 달래는 정책 중 하나로 택한 것이 심야 통행금지 해제와 중고생 교복 자율화였다.
매일 교복만 입고 등교하던 학생들은 막 신나 했을지 몰라도, 부모님들께는 갑자기 돈이 나가야 하니 난감한 상황.
좀 사는 집 아이들은 그 당시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오는 옷을 주로 입고, 아니면 백화점의 성인용 매장 옷을 사서 입었다.
좀 없는 집 애들은 당연히 남대문 , 동대문 시장표 옷을 입었다.
문제는 어중간한, 지금으로 보면 중산층이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워낙에 빈부격차가 커서, 중산층 숫자가 좀 적었기에 사는 집 애들을 따라가자니 힘이 부치고, 그렇다고 없는 집 애들과 같은 패션은 좀 자존심 상하는.
그런 현상이 생겼고, 그걸 이용해서 틈새시장으로 뛰어든 브랜드가 있었으니 남대문 시장의 ‘보세의류’ (https://weekly.donga.com/society/article/all/11/174961/1)업자가 재빨리 사업을 시작했었다.
일단 A라는 브랜드로 시작하여 B, C, D, F...... 이런 식으로 무한 브랜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각 브랜드별로 디자인과 로고, 컬러와 라인이 다른 옷들.
거의 포커스가 교복자율화 시장으로 쏟아진 청소년에 맞춰진 옷 들.
A사의 브랜딩 전략은 영리했다.
제품의 품질은 이른바 ‘보세의류’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옷을 담아주는 쇼핑백, 옷에 달린 TAG, 매장의 인테리어와 간판,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마크 등등.
외국 고급 브랜드가 가진 디자인 영역을 벤치마킹하여 다 수의 매장을 상점지역 일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당시에는 백화점이 드물고, 거의 거리매장 시장이 높았기 때문인데, 소비자의 심리는 한 군데 매장에서만 쇼핑하지 않는다는 점, 하지만 자가용이 일반화되어 있거나 대형 쇼핑몰이 없었으니 걸어서 돌아다닐 상권이 넘게 가지는 않는다는 점. 이런 것들을 영리하게 적용하여 판을 짰다.
결과적으로, 해당 브랜드의 옷들은 겉보기에 좋은데 입고 몇 번 세탁을 하면 쭈그리? 해졌지만, 그래도 남대문 동대문 시장처럼 검정비닐에 담아주는 게 아니라 각이 잡히고 브랜드 로고가 팍 찍힌 쇼핑백에 담아주고 쓰잘데 없는 보증서 같은 게 주렁주렁 달려있으니 성공적인 재판매가 이뤄졌다.
어차피 성장기 아이들이니, 1,2년 입고 나면 버려지고 새로 사게 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점점 성인용, 아동용 브랜드까지 포함하는 대형 패션 집단으로 진화했다.
보통 속사정을 아는 백화점들은 해당 브랜드들을 입점시키지 않았다.
그러자 성공한 패션집단은 막강한 현금 동원력으로 건설회사를 만들고, 인테리어 회사도 만들고, 오래된 건물도 사서 아예 자체브랜드만 채워도 넉넉한 쇼핑몰을 만들어버린다.
그 결과, 지금은 명품은 아니어도 소비자에겐 ‘가성비 괜찮은 브랜드’ 정도로 각인이 되었으니 출발선이 어떠하건 이른바 ‘브랜딩’에 대성공한 셈이고, 중국관광객들도 꽤 선호하는 것으로 안다.
초창기에 A사의 브랜드 네임에 대해 해당 국가에서 소송을 걸어와 패소하여 이름이 살짝 줄어들긴 했지만, 오히려 그것 덕분에 상표권의 중요성을 깨달은 A사는 이제 패션을 넘어 대형 유통사, F&B를 뛰어넘어 무려 7,500개가 넘는 브랜드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의 특정 브랜드가 소위 '약빨'이 떨어지면 참신해 보이는 다른 브랜드를 론칭하면 되니까.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몹시 싫어한다.
겉보기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인식을 하도록 홍보에도 막강하긴 하지만,
과거에 잠시 거래할 때 보면 그 직원들이 얼마나 혹사를 당하고 가스라이팅을 당하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그들과 거래를 시작했을 때 담당이 한 말이 또렷이 기억에 남아서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 사장님. 저희 회사와 거래하시면 금전적 이익이 없는 건 아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