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가죽 아임다
얼리어답터 讞利於答攄 외전 7
그거 가죽 아임다
우리나라에서 한 때 3초 백으로 불리던 브랜드가 있다.
루 00이다.
어차피 다 알 것을 왜 굳이 이름 자체 모자이크를 하는가 이유는 아래와 같다.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3570631?sid=102 』
글 몇 자 쓰고 1000만 원을 낼 순 없지 않은가?
그것 말고도 외국 브랜드는 상표와 브랜드의 ‘저작 가치’를 높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짝퉁’을 혐오하며, 그걸 사용하는 게 손쉬운 국가를 후진국이라 경멸한다.
재미있는 것은, 오래전에 위 브랜드의 한국지사장은 프랑스인인데, 당시 강남사거리에 흔하던 명품 짝퉁 넥타이를 늘 착용하고 다니면서 가격대비 품질이 좋지 않느냐며 낄낄대던 녀석이 이었다.
본사에서 임대료를 전액 내어주는 강남의 월 천만 원대 ‘관사’에서 지내던 토종 프랑스 부르조아 놈이 돈이 없어서 좌판의 가짜 000수를 사서 목에 걸치고 다녔을까?
짐작컨대, 아마도 놈의 심리에는 외국인이자 번듯한 내가 걸치고 다니면 제아무리 짝퉁이라도 진퉁이 되는 거야 라는 못된 의식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3초 백이라는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갈색가방류. 보통 일반인들은 그것이 가죽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흐릿하게 설명하곤 하니까.
가죽이 들어있긴 하다. 다만 그 가죽의 범위가 손잡이, 가방의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3mm남짓하는 ‘ㅔ파이핑’이라 부르는 부위, 내부의 작은 주머니와 네임태그, 버클의 장식이 매달린 부분 등 일부뿐이다.
그러면 가장 넓은 부위를 차지하고 있는 진갈색 바탕에 브랜드 고유의 패턴이 박힌 부분은 뭘까?
캔버스 천에 PVC 코팅을 입힌 것이다.
PVC? 보통 집안에서 하수도 배관에 쓰이는 연회색 그 PVC? 맞다.
정확히는 폴리염화 비닐(Polyvinyl chloride, PVC)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하나로 강하고, 색을 내기 쉽고, 단단하거나 유연하고, 잘 마모되지 않는다. 열에는 약하다. 인조 가죽·레코드판·포장재·파이프·전기절연체·바닥재에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마모에 강하고, 방수와 방습이 강하다. 그러나 제품이 최초로 개발된 시기는 유기화학제품이 있던 시대는 아니다.
최초의 고안자가 바로 00통의 창업자인데 당시 파리의 화가들이 유화작품을 그릴 때 쓰는 캔버스에서 영감을 받아 캔버스 위에 풀을 많이 먹여서 (아마도 유화용 유성풀일 거다)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했고, 나중에 주변 업자들이 흉내 낸 짝퉁이 흔하게 돌아다니니 짜증이 나서 고유의 패턴들을 개발하여 진품임을 증명하도록 했다고 전한다.
당시는 대영제국의 시대이자 유럽의 식민지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 중남미 등지에 수두룩하던 시절이고, 부자와 귀족들은 멀리 배 타고 여행 가는 것을 최고의 호사로 생각했으니 타이타닉 호가 그 일부이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먼 훗날 바닷속에서 타이타닉호의 일부를 발굴할 때 00통 트렁크를 건져 열어보니 내부에 전혀 침수가 안되었다고도 하니까.
국내에서는 최초에 3초 백 시절에는 의외로 다른 브랜드 제품과 달리 100만 원대 이하의 50만 원대 가방이 많았었고, 사람들은 가죽가방, 그것도 명품이 그 가격? 하고 너도 나도 구매했었다.
나중에는 정책적으로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고 가격을 훌쩍 올렸지만 말이다. 가격이 올랐다고 재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생산공장들도 이탈리아, 스페인 여기저기 상대적으로 노임이 저렴하거나 근로자 보호법이 느슨한 지역에서 생산했었고, 물론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은 1차, 2차 생산공장의 위치를 명기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명품시계처럼 이 공장 저 나라에서 생산한 부속들을 최종적으로 조합하는 곳이 바로 MADE IN 위치가 되니까.
고 00, 구 0, 버 00, 펜 0, 디 0. 에 00, 모든 브랜드 가 그렇다.
자체적인 패턴이 들어가고, 그 상품들이 메인을 이루는 브랜드들의 기본 소재가 PVC코팅 캔버스다.
같은 디자인으로 ‘진짜’ 가죽으로만 제작된 것들은 특별히 에디션이라고 붙여서 캔버스 가방의 10배 정도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중에서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당초부터 유명해진 브랜드는 프 00이다.
그들은 기존의 가죽인 ‘척’하던 브랜드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커먼 천으로 만들어진 가방을 떡하니 기존 다른 브랜드와 다르지 않은 가격으로 내놓아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3초 백팩의 등장이었다.
그들은 대놓고 나일론 천으로 만들어진 백팩을 내놓으면서 거기에 기존의 명품가방과 같이 파이핑, 손잡이, 네임태그 등에 검은색 가죽을 적용하여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보통 사람들이 ‘프라다 천’이라 부르는 도톰하며 가볍고 광택이 있는 천은 ‘포코노 나일론’이라는 소재인데 과거에 낙하산이나 군용 배낭등 방수, 발수, 거친 환경에 잘 버티는 소재였다.
데님으로 불리는 청바지의 원조가 미서부에서 골드러시가 한창일 때, 천막천으로 쓰이던 데님천으로 광부용 작업바지를 개발했던 리바이 슈트라우스처럼 말이다.
글쎄.
낙하산을 메고 몇 번 강하를 하긴 했으나 좋은 건 줄은 모르겠던데.
당초 현재 세계 1위 가방매출이라는 루 00의 출발이, 식민지들로 여행을 떠나는 파리의 귀족들과 부자들을 위한 여행용 트렁크였으니 가죽보다 더 질기고 썩지도 않는 코팅 캔버스를 적용한 것은 현명했었고 실용적이었다. 귀족층에 맞게 가격이 사악했다는 것만 빼면.
그중에는 당대의 부자 소설가이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위해 만든 여행용 책장 트렁크가 있을 정도였으니.
그런 면에서 요새 뉴스를 달구는 000스 브랜드도 마찬 가지다.
직원들에게 굽실거리고 엄청난 기타 품목을 구매해야 대기권?을 준다는 버 0백 말이다.
그들의 시작은 루 00 보다 좀 더 앞선다.
파리의 ‘마구’ 용품 제조가 시작이었다.
그래서 현재의 로고에도 마차와 말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이탈리아의 구 0, 페000 등 브랜드도 상징이 말밥굽이나 겸자 (말 옆구리에 발을 걸치는 부속) 같은 것이니 그들도 최초 말을 고객으로 삼았었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첨단 소재를 쓸 줄 몰라서 안 쓰는 건 아니다.
일종의 고전적 느낌을 살린다는 이유이고, 정체성을 가진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사실 새롭게 시작하거나 럭셔리의 반열에 오르려고 바둥대던 신규 브랜드들이 보기 좋게 침몰한 거 보면 사람들은 만들어낸 신화라 하더라도 그걸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아예 바라지도 않는다.
이제 명품 이야기는 그만하려고 하는데,
관련 일도 했었고 사용도 해본 입장에서의 내 결론은 딱 하나다.
고급차를 끌고 짝퉁을 잔뜩 걸치고 내리면 다들 ‘명품’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명품을 모시고 다니면서 대중교통을 타면 대충 가짜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물론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이 더 많지만.
굳이 걸친 것으로 ‘나’를 나타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