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먼저 세대 구성원들의 취향과 습관을 살펴야 한다.
물론 공간이 넓으면 좋겠지만 제한된 공간, 제한된 높이에서는 사실 난해하긴 한데, 그걸 또 공간적으로 풀어내는 게 재미다.
아파트는 주상복합 대비 천장 높이가 낮다.
이유는 주상복합은 거의 철골구조로 기초뼈대를 만들고 층별 가로 뼈대 위에 데크플레이트라고 부르는 오목볼록 금속판을 올려 바닥재를 만든 것이다.
아파트는 거의 벽체가 상층부 힘을 수직으로 받아내는 콘크리트 내력벽 구조인데, 이유는 대단지 건설의 경우 철골구조는 비용이 높아서 실행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단지를 철골구조로 만들면 돈이 안된다....
왼쪽 주상복합 /오른쪽 일반적 콘크리트 구조 아파트
그래서 주상복합 세대 내부는 거의 옆집과의 경계벽이나 욕실 일부분을 제외하면 모든 벽이 석고보드 골조다.
때문에 필요하다면 일부벽을 터서 공간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이라고 부르는 것 외에는 구조벽 훼손은 불가하다.
최근 뉴스에 아파트 최상층에 사는 주민이 자기 맘대로 발코니 벽 일부를 터서 문제가 된 사실이 있다.
건축대장상 구조벽으로 나와있는 부분은 철거도 부분 오픈도 안된다.
인테리어 하자고 건물을 붕괴시키면 안 되지 않겠나.
대신 주상복합 세대의 기밀성(구획별, 방 별로 독립된 공간구조)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상가 사무실에서 옆 사무실 타이핑 소리가 다 들리는 것과 유사하다.
주상복합 주거지의 벽이 구조벽이 아닌 벽체라고 마음대로 터버리는 것도 소방법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니 사전 승인을 받는 게 절차다.
그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인테리어는 어찌 보면 딱히 도면 그릴 것도 없는 작업이다.
주어진 박스형 공간은 다 같고, 용도와 취향껏 마감재를 바꾸고 문 형태를 바꾸는 정도뿐이라 그렇다.
어떤 사람은 아예 천장고 낮은 게 싫다고 천장을 다 털어 버리고 성수동 카페처럼 콘크리트가 노출된 파격적인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비추다.
일단 천장에 석고보드 마감이 하는 역할은 심미적 이유도 있지만 차음/방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에 실내온기 보존의 역할도 중요하다.
어차피 외벽에 닿은 벽도 아닌 천장이 왜? 하실지 모르지만 겨울철이건 아니건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그러면 천장이 높아진 만큼 난방효율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대체로, 원래 노출 천장이 아닌 것으로 계획된 슬래브는 마감이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카페 같은 상업공간을 계획하실 때, 점주님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제안했을 때 무조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인테리어 쪽 상담자는 무조건 ‘업자’ 다. 디자이너도 엔지니어도 아니라는 뜻이다.
아파트의 노출천장과 같은 이유인데, 게다가 상업매장은 특성상 수많은 냉난방용 배관과 위층의 하수관, 수도관, 오수관 이런 게 천장을 가로세로 오간다.
전선관은 물론이며 에어컨 배관도 지나가며, 아무튼 뭐든 많이 지난다.
그것이 흉하기 때문에 배관들을 깔끔하게 정렬시켜야 하며, 정리한 배관을 예쁘게 테이프로 감싸야한다.
당연하지만 노출된 기구들도 흉하지 않게 노출이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골라야 하니 비싸다.
그러고도, 천장바탕이 너무 흉하면 콘크리트를 갈아내어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결국 싸지 않다. 일반 석고보드 천장을 만들어 작업하는 것보다 심하면 두 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건물의 외벽도, 내부도 노출콘크리트를 좋아한다.
하지만 노출 콘크리트 면을 정말 노출콘크리트답게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노고와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알기에 노출공사를 원하지는 않는다.
이유가 있다.
과거 60~7,80년대에 지어진 빌딩들은 거의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졌다,.
남산타워 가 그렇고 강북의 종로, 명동의 오래된 건물 대다수가 노출 콘크리트 외장이다.
그 시대에는 일단 목수들의 인건비가 저렴하니, 외부에 다른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목수들의 손기술로 형틀을 만들어 손비빔 콘크리트 시공을 하는 게 깔끔하고 자재비가 비쌀 때이니 그런 마감이 돈이 덜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외벽에 치장용 벽돌을 쌓거나, 돌을 붙이거나, 타일을 붙이거나였는데 비용이 꽤 드는 자재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건비가 자재비를 앞지르자 이제는 노출 콘크리트 같은 섬세한 형틀작업을 할 수 있는 손솜씨가 좋은 목수가 거의 없다.
오죽하면 노출콘크리트 ‘전문’ 업체가 있고, 공사현장에서 망치만 들고 다니면 목수라는 현장 우스개가 있을 정도이니.
어쩌면 의문이 들 분들도 계실 것이다.
지나다니다 보면 고가도로, 교량, 터널 등등 온전히 콘크리트 만으로 마감된 대형 구조물들이 꽤 있는데 표면도 반질반질 상태도 좋은데 왜 노출콘크리트 기술이 드물다는 거지? 하실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그런 구조물들은 형틀이 거의 금속으로 만들어져 매끈하고, 사용하는 콘크리트도 특수 콘크리트인 경우도 많고, 나중에 형틀을 떼어내면 거칠게 나오는 부분들도 많다. 그 부위에 다시 시멘트를 채우고 현장에서 ‘미다시’라고 부르는 연마작업을 통해 표면을 다듬고, 다시 투명 코팅제를 뿌린다.
대개 매끈하고 반질해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들은 그런 과정을 거친 것이다.
제주도에 있는 안도 타다오 설계 ‘유민 미술관’(과거 지니어스 로사이)을 가보니 여기저기 균열을 덮은 시멘트 자국이 현저하게 보였다. 과거 지니어스 로사이 라는 공간으로 불릴 때는 일종의 '명상' 공간이라서 거의 어둠에 덮여서 희미하게 공간만 드러나는 정도였어서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운영자가 바뀌어 미술관으로 바뀌다 보니 조명이 밝아져서 더 현저하게 드러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바닷가.... 염분 침해도 꽤 있었을 것이고.
정작 과거 60~70년대에 지어진 과거의 건물들은 노출 콘크리트 상태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
아쉬운 것은 노출 콘크리트에 공해로 오염된 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현재의 건축주분들은 그냥 페인트를 칠해버리는 것으로 리모델링을 해버렸다는 거다.
이 부분은 많이 아쉽다.
고 김중업 선생의 신당동 산부인과 건물 변천사
현대 아파트의 형태는 이미 고대 로마에서 불렀던 ‘빌라’ 타입의 로마 외곽지;역에 거주하던 각종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거주지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그 시대에도 보통 건축주가 있고, 다소 열악한 환경의 다층구조로 현대의 다가구 주택과 비슷한 형식으로 주방에서는 나무로 불을 지펴 조리를 한 형태도 발견된다.
당시에도 악덕건축업자가 많아서 빌라가 붕괴되거나 불이 나서 거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도 있다.
때문에 당시 로마의 법률에 하자 있는 건축을 만든 건축가는 사형에 처한다는 문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대신,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만큼 의사 법관 들과 유사한 지위를 주었다고도 전해진다.
온전한 현대식 아파트 구조의 최초는 르 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히는 주상복합 건물에 가깝고 세대별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주변 건물들에 비해 엄청나게 큰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건물 폭 24m, 길이가 140m 나 된다. 높이는 56m로 18층이다. 기준층은 58세대로 구성되고 단위세대는 복층으로 되어있다. 단위세대의 한 층은 건물 끝에서 끝까지 24m를 모두 쓴다. 그래서 공용복도는 3개 층마다 있다. 이 공용복도를 "스카이 간선도로"라고 표현한다. 세대수는 총 337개로 약 1600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당대에도 입주민들이 ‘잘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시대적 배경 때문에 현대적인 설비가 들어서기에 어려운 부분과, 1층을 필로티로 만들고 상가를 위에 올려버리는 바람에 입주민 외 주변 거주자들의 방문이 드물어서 상업적으론 실패라고도 한다.
아래 해당 건물에 대한 건축평론을 옮긴다.
"복합도시
이 하이라이즈 아파트 건물에는 주거기능뿐 아니라 쇼핑, 슈퍼,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호텔 등의 상업기능과 갤러리, 도서실 등의 문화예술 기능, 조깅트랙, 물놀이시설, 체육관 등의 운동시설이 건물 전체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5층과 지붕층에는 집중되어 있다. 버티컬 시티이다. 도시 속의 도시이다.
복층 단위세대
복층의 단위세대는 동, 서측 입면에서 보면 폭 3.6m로 매우 좁다. 대신 한 층에서는 3.6 m×18m (양쪽 3m 발코니 제외)의 매우 길쭉한 평면이 된다. 가능한 한 세대수를 늘리려고 폭을 좁게 하는 길쭉한 단위평면을 택했다고 한다. 3.6m 폭의 외벽으로 햇빛이 적게 들어오는 단점이 지적되지만 동서양측을 관통하는 자연통풍 cross ventilation 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반박한다.
대부분이 동서축에 평행한 세대들이고 건물 남측단부에 다른 타입의 세대들이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구조
처음에는 철골구조로 계획하였으나 예산 관계로 거대한 필로티 위에 올려놓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했다고 한다. 마감은 거친 노출콘크리트이다. 당시 전쟁이 끝나고 시민들의 생활이 피폐해져 있는 사회상이 반영됐다고 한다. 아마 콘크리트를 고집한 것은 콘크리트의 조형성에 익숙한 코르뷔지에 일 것으로 추정된다.(박영우)
아마 철골구조로 처음 계획한 이유는 당시 미국 쪽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철골구조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스가 철골조로 설계한 시카고의 프로몬터리, 레이크쇼어드라이브 아파트 등은 1946년에서 1951년 사이 지어졌다. 또한 공사가 빨리 진행된다는 장점도 있다. (박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