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가는 길
기십년만에 도달한 석굴암 주차장은 적요하였다.
실제로는 명절 연휴를 낀 날 중 하나라 염주꾸러미처럼 돌고 도는 수많은 차량들에 끼인 상태였으나, 가는 비 인지 토함산을 두른 낮은 구름인지 짙은 안개인지 모를 거대한 습기가 군중들의 발소리까지 묻어버리고, 깊은 몽혼 속에서 낮게 울려 번지는 범종 소리가 비현실적이었다.
딸의 손을 잡고 희미하게 드러난 석굴암 일주문을 향해 다가서자 그제야 황톳길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왼편은 돌덩이라도 굴러 내릴 듯 위태한 절벽이요 오른편은 운무에 휘감긴 까마득한 낭떠러지.
어쩌면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에게 보이는 건 불과 열댓 걸음 속 나무와 초록잎과 황톳빛 산길.
그 앞에 무엇이 펼쳐져 있을지 짐작도 할 수 없고 굽이를 돌면 오르막일지 내리막일지 혹은 산사태가 났을 지조차 알 수도 없는 석굴암 가는 길.
산 아래에서 은은히 퍼지는 범종 소리만이 그 산중이 현세라는 것을 깨닫게 할 뿐 뒤돌아봐도 지나온 길이 아스라이 숨어 있고 앞 길은 얼마나 더 걸어야 석굴암에 이를지 알 수도 없는 그런 길.
그렇게 휘청대며 혹은 기다리며 도달한 석굴암은 찰나로 스쳐 지나고 다시 거칠고 앞가늠이 안 되는 길을 걸어 내려갈 일만 남은 그런 길.
인생이란 그런 거 아닐까.
몇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뒤 돌아봐도 아슴푸레하며 결국 언제 끝날지 막연하게 걷는 길.
석굴암 산행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어간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