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함

by 능선오름

쓰레기 같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하여

거의 매일, 정해진 루틴으로 글을 쓴다.

그것은 때로 시답잖은 세간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의 이야기 이기도 하며 때로는 제법 전문가인 척 직업과 관련된 글이기도 하다.

또 때로는 감상에 젖어 시 답지도 않은 시시한 시를 쓰기도 한다.

이 모든 글자 하나하나가 온라인 세상에서 불필요한 용량을 점거? 할 터임을 생각하면 내 글들이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는 현타도 온다.

그렇지만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쓴다는 것은 매일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서 모르는 사이에 글 쓰는 근육이 붙기 때문이다.

말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매일매일 일정량을 해내야 그 힘이 쌓여 축적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 내가 사라지면 아무도 돌아보지도 않을 떠도는 글이 될 것이다.

그중 누군가라도 기억을 해준다면 정말로 고마울 일일 테지만,

일기가 아닌 이상 타인이 읽어주지 않는 글을 줄곧 써대는 것은 정말로 쓸모없을 일이다.

사실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직업적으로도 관계없고,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므로 브런치뿐 아니라 자유의사로 글을 쓰고 올릴 수 있는 수많은 플랫폼 중 하나에 글을 올리는 익명의 수십만 명 중 하나 일 뿐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머릿속을 헤매는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는 과정이고,

그 정리를 통해서 또 다른 새로운 생각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자꾸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고 배치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것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본능’ 같은 것 때문이다.

글을 써낼 때마다 주옥같은 명문장이 나오고 누가 읽어도 공감이 될법한 글을 쓰는 재주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내게 주어진 것은 그저 쓰는 재주일 뿐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재능도 박약하고 무책임하다.

멈추지 못하는 것은 본능이고, 본능의 결과물은 시답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수많은 스쳐가는 인연 중에 누군가는 내 빈곤한 문장 하나에 뭔가 힘을 얻거나 어떤 계기가 될는지도.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결과와 경과는 무관하게 글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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