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하준이 죽고 난 후 그날저녁 22:00시
## 내방
나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갔다. 숨을 참고 얼굴까지 담갔다. 불과 한 시간 전 하준을 밀 때 그 손끝의 감각과 여운이 잊히지 않는다. 너무나도 뜨겁게 뛰고 있던 내 심장 마치 내가 다시 살아숨 쉬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그리고 차에서 들렸던 낯선 목소리 ‘안녕? 나는 하진이야‘ 너무나 생생한 그 목소리 뭐였을까? 나는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고 물에서 나왔다.
’하- 하-‘
나는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말렸고 나는 그렇게 잠들었다.
## 아침 06:00시 내 방에서 거실
집안이 시끄러웠다. 나는 일어나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유선영은 넉이 반쯤 나간채로 울부짖고 있었고 아버지는 그런 유선영의 어깨를 감싸 안고 비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아.. 하준.. 죽었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하준이.. 하준이가.. 죽었다는구나..”
나는 놀란 척을 하며 말했다.
“네..? 그게 무슨.. 어제 저랑 술 한잔 먹고 헤어졌어요.”
유선영이 울다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너지? 네가 우리 하준이 죽였지!! 살려내 우리하준이!!!”
라며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고 아버지가 제지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제정신이야? 당장 그만하지 못해!!”
유선영이 울부짖으며 말했다.
”아니면 우리 하준이가 갑자기 왜 죽어요!! 하린이 쟤랑 있다가 죽었다잖아요!! 지가 지입으로 그러잖아요!! “
라며 계속 울부짖었고 나는 말했다.
”아버지 괜찮아요. 어머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
”그래 우선 장례 치를 준비부터 하자 “
”네 아버지“
나는 유선영을 한번 바라보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검정재킷과 검은색정장바지로 갈아입은 후 방을 나섰다.
## 거실
(전체적으로 집안을 롱샷)
집안은 유선영의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졌고 하준의 사진을 품에 안은 하도윤은 검은색 세단을, 나머지 인원은 검은색 버스를 타고 하준의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오늘 날씨는 유독 흐렸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 하준의 장례식장
양쪽으로 화환 수십 개가 놓여 있었고 밖에는 수많은 기자들과 수많은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다. 다들 눈물은 흘리지 않지만 슬픈 척 연기하고 있다. 장례식장안은 시끄럽지만 묘하게 무거웠다. 공기 속엔 향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고 내 코끝을 천천히 스쳤다.
기분 나쁜 향은 아니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남자는 25년 전 우리 엄마와 불륜스캔들이 있었던 에스텔그룹에 회장 윤태국이다. 진한 향수 냄새가 내 코끝을 스쳤고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려놓고 두 번 인사를 한 뒤 아버지에게 온다.
(하회장손을 잡으며) “하 회장님 이게 무슨 비통한 일입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
”경찰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보며)“아직 수사 중입니다.”
(실수했다는 표정으로)“아.. 아직 그렇겠네요.”
라며 윤태국은 급하게 나갔다.
뒤이어 들어온 남자는 라비앙그룹의 회장 최영국이다. 아버지의 대학동문이자 사업초기에 동업자였다. 라비앙회장답게 반지, 목걸이 반짝이는 보석으로 한 것 꾸미고 왔다. 나이는 아버지보다 어리지만 사업수단은 좋았다고 한다. 서로 브랜드 방향성의 차이로 각자길을 가기로 했고 현재는 하성그룹과 최대 경쟁사이다. 마찬가지로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려놓고 두 번 인사를 한 뒤 아버지에게 온다.
“회장님 힘내십시오.”
“고맙네.”
간단하게 인사한 뒤 나갔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30년 라이벌 벨루아그룹의 장인수 회장이다. 사람들 눈을 의식했는지 검소하게 왔고 아들 장윤혁과 같이 들어오고 있다. 한때 아버지가 인수하려 했던 회사를 직접 키워 성공시켰다. 장윤혁은 나와 대학동기다 과거 연인이라면 연인일까? 결혼을 전재하로 만나라고 했지만 내가 싫다고 했었던 게 불만이었는지 아직 까지도 나만 보면 배알이 꼴리는 놈이다. 인사 후 역시 아버지에게로 온다.
“형님.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속이나 천 번이고 타들어가지.. 윤혁이는 오랜만이구나.”
“소식 듣고 놀랐습니다.. 마음 잘 추스르세요.”
“고맙다.”
다들 가면 속에 살아가는 거 힘들지 않은가.. 장윤혁은 나를 흘깃 보더니 아버지를 뒤따라 나갔다. 유선영은 울다 쓰러져 몇 번이나 실려갔고 나는 자정이나 돼서야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바람 쐬러 밖으로 나갔고 기자들도 몇 없었다.
“넌 안 슬프냐? 그래도 가깝게 지내는 것 같던데”
첫째 오빠 하도윤이다.
”내가 우는 거 봤어? “
”그렇긴 하지 “
”그러는 오빠는? “
”나는 원래 하준이랑 상극인데 뭐“
그렇게 하도윤과 나는 한참을 말없이 하늘만 바라봤다.
그때 저 멀리서 남자 한 명이 걸어왔다.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마포서 강력 1팀 정민재입니다. “
”…“
나는 말없이 명함을 받아 들었고 형사를 쳐다봤다.
”아..! 다른 게 아니라 그날 마지막으로 같이 있던 분이 하린 씨라고 하셔서 여쭤볼 게 있어서 늦은 시간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
나는 담당 변호사 명함을 주며 말했다.
”아.. 그럼 나중에 다시 오세요. 제가 좀 피곤해서 “
라고 말한 뒤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원래 저래요. 나중에 다시 오시죠. “
”… 네 알겠습니다 그럼. “
정민재는 그렇게 돌아갔다.
## 입관 06:45
입관식이 시작됐고 하준의 얼굴은 가려져 있었다. 떨어질 때 얼굴이 80% 이상 함몰되어서 복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최대한 복구하려 했지만 못했다고 한다. 입관식은 울음으로 가득했고 결국 유선영은 하준의 입관식을 다 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아버지는 참담한 표정으로 입관식 내내 미동조차 없었고 장의사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해주라고 했다.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하준에게 다가갔다.
‘이미 했는데..’
(아무도 안 들리게 귓가에 가까이 가서)“내일은 좀 뜨거울 거야. “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입관이 끝나고 아버지께서 나를 불렀다.
“린아 좀 쉬다 와라 한숨도 못 잤잖니.”
“아니에요 아버지도 못 주무셨잖아요. 좀 쉬다 오세요. “
”아니다 내가 지키고 있으마 쉬다 와라. “
”알겠어요. “
## 차 안
나는 잠시 쉬러 차로 왔고 저 멀리서 유선영이 하도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하루가 더 남았다는 생각에 급 피곤해졌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하린의 꿈속
뭐지..? 여긴 어디지?
‘나야 하진.‘
’ 그때 차에서 그 목소리?!‘
’ 맞아 나였어. 네가 나를 너무 늦게 깨워서 심심해 죽는 줄 알았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야^^‘
라는 말과 함께 꿈에서 깼다.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정비서다.
“네 괜찮아요”
“회사에 급하게 결제 건이 생겨서 잠시 회사에 다녀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아버지께는 제가 말씀드리고 나올게요.”
나는 차에서 내려 장례식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 장례식장
유선영은 나는 노려 보았고 나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우리 하준이… 너지? 네가 죽였지… 그렇지?”
나는 유선영을 쳐다봤고 그대로 유선영에게 걸어갔다.
(유선영을 살짝 안으며 귓가에)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아니고? “
라고 말한 뒤 유선영을 한번 쳐다보고 아버지에게 갔다.
유선영은 입술을 콱 물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한숨 쉬면) “그래 다녀와라.”
나는 그대로 나와 집으로 향했다.
## 내 방
나는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바로 출발했다.
## 사무실
나는 급한 건을 처리한 후 잠시 쉬고 있는데 밖이 좀 소란해서 보니 정비서가 어제 왔던 형사를 제지하고 있었다.
‘안됩니다. 약속 없이는 들어가실 수 없어요.‘
’한 가지만 물어보면 됩니다. 5분이면 돼요!’
라고 말하며 정비서를 뿌리치고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괜찮아요. 나가보세요. “
”네 알겠습니다. “
”하린 씨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협조 부탁드립니다. “
”제가 제 변호사 명함 드리지 않았나요? 지금 굉장히 불편하고 불쾌한데요.”
”그날 함께 술 한잔 하셨다고 하던데 하준이 떨어진 그 시간에 어디 있었습니까?”
(언짢은 표정으로) “화장실이요.”
“로엔비에는 CCTV가 없어 확인이 어렵습니다. 그걸 증명해 줄 사람이 있습니까?”
“정비서랑 바텐더한테 물어보세요.”
“협조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제 변호사와 연락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나는 이 상황이 몹시 불편했고 짜증 났다. 나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 장례식장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슬픈 척 위로하는 척 가면들을 쓰고 왔다. 하준의 장례식장에는 유선영의 울음소리뿐 이틀 동안 그 누구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화면이 빠르게 전환)
## 발인 07:00
하도윤이 하준의 영정사진을 들고 발인장으로 이동했다. 유선영은 더 이상 울 힘도 없는지 눈물만 뚝뚝 흘렸고 나는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하준의 관을 보았다. 불현듯 갑자기 불길 속에서 날 밀어내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고 나는 발인장을 나와 버렸다.
아침 공기는 쌀쌀했고 나는 아침공기를 음미했다.
## 3시간 뒤
화장이 끝났고 이제 장지로 이동한다고 한다. 장지는 아버지께서 땅을 사서 따로 준비를 해두셨다고 한다. 하준의 유골함은 땅에 묻혔다. 드디어 끝났다. 모든 장례가 끝났고 아버지에게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하준 사망사건은 주변 지인들 진술과 사건현장을 확인했을 때 술을 물처럼 마시고 다녔고 술 먹으면 항상 옥상난간에 걸터앉아 위험하게 술을 마셨었다고 한다.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하준은 술에 취해 옥상난간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떨어졌고 떨어질 때도 술잔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고사’로 처리 됐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유선영은 당연히 펄쩍펄쩍 뛰면서 절대 아니라고 소리치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아버지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비서에게 유선영을 잘 모시라고 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나도 아버지를 따라 나왔고 집으로 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 사무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책상에는 낯선 서류봉투가 있었고 그 안에는 하성그룹 비자금내역과 USB가 하나 들어 있었다. 하린은 USB를 바라보며 말했다.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