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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6일째, 보정속옷 착용

기분: 안개(foggy)

by 아로미

유방암 수술 후, 4인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깊은 수면에 들지 못하고 있다.

소변이 마려워서 잠에서 깬 건지, 잠에서 깨면서 소변이 마려운 지 모른 채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갔다.


매일 아침 요플레와 마그네슘이 들어간 약을 복용하고 어제는 일명 관장라떼로 불리는 아이스 연유라떼를 마시며 화장실을 가고자 애를 썼는데 드디어 소식이 왔다.

토끼똥처럼 작고 동그란 게 똑똑 떨어지는 게 아닌가!

수술 후 5일 만에 큰 일을 본 건데 생각보다 상쾌하진 않았지만 변비로 가지는 않겠구나 라는 안도감과 함께 다시 잠을 청하러 병실로 갔다.

아침을 먹고 난 후, 간호사 선생님께 “저 화장실 갔어요! 이제 화장실 가도록 도와주는 약 안 주셔도 되세요” 라고 말한 후 더 이상 마그밀을 먹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느다란 똥을 하루 이틀 더 누었다가 검은색 빛이 도는 변으로


그리고 황금색 까진 아니지만 예쁜 색상의 똥을 매일 아침 넣으며 화장실 스트레스는 말끔히 해결되었다.



오늘부터는 수술한 오른쪽 유방의 실리콘이 잘 안착되도록 보정브라라 부르는 ‘써지브라’ 를 착용하였다.


여기에 실리콘 보형물은 위로 올라가려는 성향이 강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잡아 주는 찍찍이 형태의 ‘윗밴드’ 도 함께 착용하였다.


아직 수술 부위의 붓기가 빠지지 않아 M사이즈면 내게 맞을 줄 알았는데 작아서 L사이즈로 변경하였다.


보정브라는 입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일반브라와 똑같은데 잠그는 후크가 뒤가 아닌 앞에 있고 후크 대신 지퍼를 올렸다 내렸다 하여


수술 후 팔 사용이 부자연스럽고 힘든 유방암 환자 혼자서 입고 벗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윗밴드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생김새와 기능은 복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어느 정도로 압박을 해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세게 했다가 느슨하게도 해보았다.


매일 하루 한 번 성형외과 진료실에 가서 소독 후 마지막에는 간호사님께서 윗밴드를 채워 주셨는데 그 위치를 볼펜으로 표시 하여 같은 위치에 부착 해보기도 했다.

붓기가 빠지면서는 윗밴드를 좀 더 조여야 해서 탈부착 위치가 계속 바뀌었다.

결국, 환자 본인이 느끼기에 살짝 조인다는 느낌을 받는 정도가 적당해 보였다.

근데 이걸 24시간 동안 착용해야 하는데 그 말은 잠잘 때도 해야 한다는 거였다.

한 달도 두 달도 아니고 세 달씩이나...



처음 적응시기를 거칠 땐 윗밴드를 착용한 채 밥을 먹을 때면 윗가슴과 함께 겨드랑이도 쪼이면서 답답해서 그런지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고충을 말씀드리니 교수님의 허락 하에 밥 먹을 때는 잠깐씩 풀고 편하게 식사를 하곤 했다.


취침 시에는 윗밴드가 수술한 가슴을 잘 잡아주어 통증을 덜 느끼면서 낮 시간과는 달리 도움을 받곤 했다.


허리가 아프면 복대를 하는 원리와 같았다.


그렇지만 항상 평온한 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 자다가 깨면 수술한 가슴이 빵빵하게 부푼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윗밴드를 바닥에 팽개치기도 했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시 너무 힘들 때 빼고는 써지브라와 윗밴드를 벗지 않고 열심히 착용했다고 자부한다.


그리하여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수술 후 1개월이 되었을 때 써지브라를 빼고 와이어가 없는 스포츠브라로 바꾸었고


3개월이 되었을 때는 윗밴드와 안녕하며 스포츠브라만 착용하여 보정속옷 없이 실리콘이 내 몸에 적응하는 상태를 지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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