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의 삶을 시작한 나에게
방아쇠증후군에 걸린 엄지손가락이라는 것은 물건을 잡을 때마다 통증이 있다는 뜻이다. 손톱깎이는 이용조차 못 할 만큼 아프고 병뚜껑을 열기도 힘들고 설거지 할 때 특히 숟가락이나 포크류를 닦을 때 아프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형태에도 변형이 와서 관절이 굽어진 채로 영영 굳어버리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치료는 뒷전이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 글쓰기 외의 것들은 다 뒷전이 되어버렸다.
내가 무려 삼수 끝에 붙은 브런치 작가라서 더더욱 열성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싶은 건 브런치의 가스라이팅에 당했기 때문인 걸까? 브런치에 작가 신청하고 불합격 메일을 받아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려워'라는 문구가 눈에 잘 띄는 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이런 강조된 문장이 적힌 메일을 두 번 받아보니 '아니 저, 시켜만 주시면 잘할 자신 있다니까요?'의 자세가 필연적으로 세팅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만 발행하면 될 것을 일주일에 두 편 이상 발행하고 싶어서 벌어지는 난리부르스랄까.
물론 나는 작가이면서 엄마니까 가족들 먹이고 재우고 챙기는 것이 1순위 그다음이 글쓰기다. 챙겨 먹이고 글 쓰고의 반복. 미처 해내지 못한 청소와 정리는 오래된 숙변처럼 나를 괴롭히지만 빨리 해야 할 일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고 있다. 나의 시어머니가(무려 두 분이다) 갑자기 찾아오시는 분들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를 도와주시지 않아서 서운한 것보다 나의 살림에 대해 아무 말씀 안 하시는 것이 감사할 뿐.
매일 달리기는 못하지만 매일 글쓰기는 하고 있다. 1월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루에 블로그 포스팅 1개도 꼬박꼬박 하는데. 지금은 초보 작가니까 자원 배분을 제대로 못하고 헤매며 배워나가는 중으로 치자. 이 혼돈을 빨리 지나치고 글쓰기와 운동을 내 삶에 정착시켜서 아픈 엄지손가락도 낫게 하자. 그러려면 역시 매일 써야 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쓰는 나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