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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긋 Jan 06. 2023

매일 써야 한다

생산자의 삶을 시작한 나에게

 고장 난 엄지손가락이더라도 글은 써야지11월부터 아프기 시작한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1월이 되도록 나아지지를 않는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 일을 했던가 깨닫는 매일매일이다.

 방아쇠증후군에 걸린 엄지손가락이라는 것은 물건을 잡을 때마다 통증이 있다는 뜻이다. 손톱깎이는 이용조차 못 할 만큼 아프고 병뚜껑을 열기도 힘들고 설거지 할 때 특히 숟가락이나 포크류를 닦을 때 아프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형태에도 변형이 와서 관절이 굽어진 채로 영영 굳어버리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치료는 뒷전이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 글쓰기 외의 것들은 다 뒷전이 되어버렸다. 


 내가 무려 삼수 끝에 붙은 브런치 작가라서 더더욱 열성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싶은 건 브런치의 가스라이팅에 당했기 때문인 걸까? 브런치에 작가 신청하고 불합격 메일을 받아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려워'라는 문구가 눈에 잘 띄는 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이런 강조된 문장이 적힌 메일을 두 번 받아보니 '아니 저, 시켜만 주시면 잘할 자신 있다니까요?'의 자세가 필연적으로 세팅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만 발행하면 될 것을 일주일에 두 편 이상 발행하고 싶어서 벌어지는 난리부르스랄까.


 물론 나는 작가이면서 엄마니까 가족들 먹이고 재우고 챙기는 것이 1순위 그다음이 글쓰기다. 챙겨 먹이고 글 쓰고의 반복. 미처 해내지 못한 청소와 정리는 오래된 숙변처럼 나를 괴롭히지만 빨리 해야 할 일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고 있다. 나의 시어머니가(무려 두 분이다) 갑자기 찾아오시는 분들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를 도와주시지 않아서 서운한 것보다 나의 살림에 대해 아무 말씀 안 하시는 것이 감사할 뿐. 



독박육아의 결과,  동반자 -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데 엄지손가락 관절의 변형이 제법 보인다

 첫째를 키울 때도 아팠던 엄지손가락이다. 그때도 제대로 된 엄지 척 동작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동작은커녕 가만있어도 만지기만 해도 통증이 있는 정도이다. 처음 아팠던 몇 년 전에 들은 말로는 덜 쓰면 나아진다였다. 진짜로 몇 년에 걸쳐서 정상처럼 되었었는데 정상이 아니었나. 이제 와 적지 않은 나이에 둘째 육아를 홀로 하다 보니 다시 심각해졌다. 


 이럴 때마다 깨닫는 나의 저질근육과 체력.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나는 몸 쓰는 일로는 생산자의 삶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뜻이겠지. 근데 글쓰기도 몸 쓰는 일 아닌가? 글쓰기를 오래 하려면 운동이 필수라고 배웠는데. 


 무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매일매일 글을 쓰고 달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는 운 변태가 더한다고 낄낄 거리면서 어떻게 매일 달리기 하고 매일 쓴다는 것인가 하고 웃어넘겼지 아마. 


 그러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갑자기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였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루키는 소설 쓰기가 육체노동이라고 했다. 육. 체. 노. 동.

아. 이걸 어쩐담. 나는 글쓰기에도 부적합한 체력인가.

 매일 달리기는 못하지만 매일 글쓰기는 하고 있다. 1월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루에 블로그 포스팅 1개도 꼬박꼬박 하는데. 지금은 초보 작가니까 자원 배분을 제대로 못하고 헤매며 배워나가는 중으로 치자. 이 혼돈을 빨리 지나치고 글쓰기와 운동을 내 삶에 정착시켜서 아픈 엄지손가락도 낫게 하자. 그러려면 역시 매일 써야 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쓰는 나 멋지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의 치료에는 수술적 치료, 비수술적 치료가 있는데 제가 현재 모유수유 중이라서 약물복용 및 수술적 치료가 힘듭니다. 제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으며 아껴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작가님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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