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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지만 남의 떡

꽃에 취하고, 撫月에 취하고(246)

by 봄비전재복


휴일도 아닌 평일에 우리마을 주민 18명이 가을 나들이길에 나섰다.

일터를 떠날 수 없는 한두 명, 몸이 아파 거동이 어려운 두어 명,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몇 명 빼고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이다.

아침 8시 30분에 마을을 출발하여 오후 5시 30분에 제자리로 돌아오기로 했다.(실제로는 20여분 늦게 도착했다.)


예년에 없던 무더위와 자주 내리던 비도 꼬리가 뭉텅 잘린 듯하다. 아침저녁 선들바람이 불더니 어정쩡한 가을이 떠날 준비도 못했는데 하루아침에 훅~ 옆구리를 치고 겨울이 밀고 들어왔다.


은파호수공원 가로수들조차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한다. 한쪽에선 서둘러 잎을 다 떨구고 단정하게 서서 겨울맞이를 하는데 한쪽에선 아직도 초록잎이 무성한 채로 단풍도 채 들지 못했다.


시도 때도 없이 훅훅 치닫는 열기와 등줄기를 훑어 내리는 냉기로 콧물이 줄줄 흐르는 이 변덕이 진즉에 지나간 갱년기증상의 발현이라니, 정신 못 차리는 저 나무들도 필경 나처럼 갱년기를 앓는 모양이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가을 속의 늦더위와 폭우 같은 이상한 날씨 탓일 게다.

그리고 또 느닷없이 한파가 밀려올 테지.


어쨌거나 모처럼 손없는 날을 받아 마을주민 18명, 농촌지도센터 지도사 2명,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위한 도우미 2명, 총 22명이 센터에서 마련해 준 리무진 버스를 타고 전남 화순의 가을꽃 축제장으로 달렸다.


2시간 여를 달려서 도착한 고인돌 유적지!

온통 가을꽃으로 뒤덮인 들판과 나지막한 언덕은 수천수만의 꽃들로 꽃바다를 이루었다.

꽃과 꿀벌들과 꽃으로 만든 조형물들, 그리고 그 사이를 누비는 사람 사람 또 사람들... 도시의 축제장과는 비교도 안될 청량감, 푸른 하늘, 흰구름, 맑은 바람, 수많은 인파를 품고도 넉넉한 꽃들의 나라! 진짜 아름다운 축제의 날이었다.

꽃 속에서 한 시간쯤 머물다 선진마을 견학에 앞서 예약해 둔 식당으로 이동, 맛있는 오리탕과 오리 주물럭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서둘러 오늘의 진짜 목적지인 대숲 맑은 담양의 무월마을로 향했다.

무월마을의 '무'자는 없을'無'가 아니라 어루만질'撫'라 한다.

신선이 달을 어루만진다는 <무월마을>

과연 그 이름답게 마을은 아름다웠다.

양지바른 산자락에 분지형으로 들어앉은 마을은 옆과 뒤로 산자락이 포근히 마을을 감싸고 있고, 마을 앞에는 제법 넓은 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65 가구 중 20여 가구가 한옥으로 지어져 있고, 여러 가지 전통 체험프로그램과 민박 등으로 주민들의 소득에도 쏠쏠한 기여를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환경과 체험활동우수마을로 표창도 여러 개 받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전하는 선진마을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딸기찹쌀떡' 만들기 체험활동을 하고, VCR로 마을의 현황을 설명 들었다. 그러고 나서 이장님의 안내로 마을 고샅길을 누비며 현장학습 나온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한옥을 감싸고 있는 돌담길을 걷다 보면 발갛게 매달려있는 감나무, 몇 안 되는 석류를 달고 있는 석류나무, 가시 속에 노란 열매를 품고 있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고, 오래된 우물, 디딜방아간 등이 보존되어 있어서 정겨움을 더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정성스럽게 잘 가꾸어진 마을의 면면이 부럽고 욕심은 나지만 그건 남의 떡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만큼을 인정하고 마음을 모으며,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면 될 것이다.

시내권에서 멀리 떨어진, 읍소재지에서도 뚝 떨어진 작고 내세울 것 없는 옥정리여!

그래도 우리 손 잡고 잘해보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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