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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의 섬

詩라고 부르는(247)

by 봄비전재복

*낯섦의 섬, 詩라고 부르는 / 전재복



낯선 섬이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지침서를 손에 들고

해무가 짙게 깔린 섬에 올랐다

아니다 그건 인공으로 피운 연기

스멀스멀 무대를 먹어치운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다

매캐하고 스산하게 앞장서서

길을 감추고 길을 열던


안갯속에서 불쑥 길을 막는

창백한 유령들의 춤사위

얼씨구! 조오타!

어울려 추임새를 넣는 사람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는

허둥대며 좌절하며

혹시 아는 얼굴을 만날까

기대를 업고 비틀거렸다

(끝내 기대는 등을 돌렸다)


천연덕스럽게 칸칸의 방 앞에선

'좋았어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호객을 하는 여행객들


아! 혼자만 망했다


길이 스스로 끝을 보여줄 때까지

혼자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런 섬이 있었다

그날

詩라는 낯섦의 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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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일, 詩로 만난 그날 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편식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얄팍한 앎에 머물러 있었는지! 흐려진 거울의 먼지를 닦으며, 부족한 나를 확인하고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어디로 심부름을 가는 길...>인지 시원하게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너무 깊게 자책하지는 말자.

색깔의 다양성! 형광으로 빛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2025.10. 안개에 갇혔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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