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지 않은 삼각대@에든버러 공항
이번 여행은 역사탐방여행이었다. 스코틀랜드에 3년간 살았다는 이유로 비행기값을 제공받아 여행에 함께 참여했다.
스케줄은 피곤함이 예상대는 역대급 일정이었다. 처음 여행을 기획할 때, 스코틀랜드의 춥고 비 오는 날씨를 말하며 겁을 주었지만 다들 가겠다고 했다.
대중교통도 편하지 않으니 차를 렌트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운전기사에 렌트비, 호텔비에 식비까지 어마어마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간다는 마음은 모두 변하지 않았다. 경비를 줄이고 줄였다. 걸어 다니고, 음식은 해 먹는 걸로 결정되었다. 에어비앤비와 대중교통으로 18시간 비행기여행으로 도착한 날 그날 아침부터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스코틀랜드의 8월은 그나마 날씨가 좋았던 것 같기도 했다. 15년이 훨씬 넘었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열심히 섬겨야지라는 각오를 했다. 여행의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자, 막바지에 계속해서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총 23명의 역사탐방팀이 결성되었고, 두 팀으로 나누어 각각 출발하게 되었다.
스코틀랜드는 한국과 시차가 8시간이다. 멀리멀리에 있는 나라다. 입국공항은 에든버러이고 출국 공항은 런던 히드로였다. 여행사에서 표를 구했다. 핀란드 국적기인 핀에어를 타고 생전 처음 헬싱키 공항으로 도착했다. 거기서 두 시간 후에 에든버러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항상 의문인 것은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는데도 왜 공항에서는 기내용 캐리어를 꼼꼼히 검사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꼼꼼히 검사했다. 트렁크 하나씩 열어서 다 체크했다. 심지어 읽으려고 들고 갔던 책 페이지 한 장 한 장까지 체크했다. 한국은 일사불란하게 빨리빨리 움직이지만 유럽에 큰 언니들은 덩치만큼 여유로웠다. 그나마 갈아타는 게이트가 바로 옆이어서 마음이 쫓기지는 않았다.
밤에 출발했던 비행기는 11시간을 날아 헬싱키에 도착했다. 야속하게 이곳은 아침이다. 그리고 또 4시간을 날아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여기도 아침이다. 7시 반이었다.
에든버러의 날씨는 맑았다. 스코틀랜드에서 햇빛이라니 이런 럭키비키가!!
이틀 전에 먼저 출발했던 A팀에서 짐이 하나 도착하지 않은 게 있었나 보다. 심카드를 갈아 끼우고 A팀에 전화를 하니 한 명이 공항으로 간다고 떠나지 말고 기다려 달란다.
12명이 30분을 공항 바깥에 서서 기다렸다. 참고로 에든버러 공항은 우리나라 국내선 공항 같은 크기이다.
짐을 찾으러 온 친구에게 물어보니, 상황을 잘 모르고 무작정 공항으로 온 것을 알았다.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공항으로 온 것이다. 그것도 택시를 타고. (택시비가 8만 원이었다. 비싼 영국물가 ㅜ)
그 친구의 촬영용 삼각대가 도착하지 않았다. 결국 팀을 먼저 보내야 했다. 알려준 전화번호는 대표번호였다. 다른 번호를 알려주어 전화하니 자동응답기였다. 아무도 전화받지 않았다. 결국 메시지만 남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짐 찾기 위해 받아온 온 정보는 데스크 이름뿐이었다. 그것도 공항 어디에 있는지 몰라 물어보아야 했다. 아침 8시라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그 친구에게 상황을 차근차근 물으니, 짐을 숙소에 가져다준다고 했는데, 그 시간에 숙소에 사람이 없어서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외국은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한국처럼 서비스가 빨리빨리 진행되지 않는다. 일단 숙소로 가자. 지금 여기에 마냥 기다린다고 짐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짐은 숙소로 가져다주는 것이 맞다. 반드시 가져다줄 것이다.‘라고 짐 주인을 안심시키고는 다시 택시 타고 숙소로 갔다.
얼떨결에 나만 택시로 편하게 숙소로 가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트램과 버스를 갈아타고 와야 했다. 여행용 캐리어와 함께. 떠나기 전날 감기기운이 있어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택시를 타고 가게 되어 감사했다.
놀랍게도 숙소에 도착하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짐을 가져다준다는 연락이 왔다. 짐은 무사히 도착했다.
해외여행 시 짐을 분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포장을 잘해야 한다. 비행기 화물은 애지중지 운송되지 않는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다른 벨트로 옮길 때 거의 집어던진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니 깨지거나 소중한 물건은 반드시 잘 포장해야 한다. 삼각대를 분실한 그 친구는 그냥 삼각대 천 가방 그대로 들고 비행기에 부치려고 했단다. 반드시 뽁뽁이로 보호하고 잘 포장해서 부쳐야 한다. 그러지 않았을 때 공항에서 다시 짐을 싸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반드시 짐 표를 보관해야 한다. 아무렇지 않게 짐이 나오고 무사히 세관을 통과하면 다행이지만, 불상사가 생길 경우, 짐 표만이 오직 증명서류가 되는 것이다.
비행기의 정보와 고객의 정보가 다 들어있는 짐 표의 바코드는 도착해서 짐을 찾을 때까지 절대로 버리면 안 된다. 반드시 잘 보관해야 한다.
삼각대를 잃어버린 친구는 짐 표도 버렸단다. ㅜ 정말 다행스럽게 짐을 찾아 보내주었기 망정이지 크게 어려울 뻔했다.
세 번째는, 여행자 보험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행복하게 여행을 마치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지만, 불상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럴 때 손해를 커버하기 위해 보험을 드는 것이다. 보험을 들지 않을 경우, 이런 불상사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보험도 안 들고 짐 표도 잃어버리고 보험을 들었지만 짐의 이름이 바뀌는 불상사들도 생길 수 있다. 해외에서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된다면, 여행자 보험에서 비용을 보상받을 수도 있다.
해외여행에서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그러니 한국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에든버러에서의 일정을 4박 5일 마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짐을 챙겨 나와서 게이트를 향해 걸어가는 중에 전화가 왔다. 영국번호였다. 네가 짐을 잃어버렸다고 메시지를 남겨 놓아서 전화했다고 했다. 나는 그 짐을 찾았다고 말했고, 그녀는 다행이라고 말하며 끊었다. 메시지를 남긴 후 5일 후에 전화가 온 것이다. 이 정도의 처리 속도라는 걸 인지하면 해외여행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독자 여러분들은 아무쪼록 아무 불상사가 없이 해외여행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