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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Dec 21. 2024

정치는 생활이다

내 삶과 사회에 대한 관심의 표현

정치란 무엇일까요?


정치란 단어는 다스릴 정(政)과 다스릴 치(治)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상을 바르고 평화롭게 다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양의 정치(politics)는 고대 그리스어 polis에서 유래한 말로 도시국가를 뜻합니다. Polis는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해 가는 공동체였습니다. 이 단어는 오늘날 정치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도모하는 행위가 본질임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정치를 통해 추구해야 할 가치는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정치가 안정되어 사람들이 살기 좋은 시절을 '요순시대'나 '팍스 로마나'라고 합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됐다고 말하는 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치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테네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회의가 정치의 중심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했고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물론 당시의 민주주의는 성인 남성 시민만 참여할 수 있는 제한된 형태라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는 이상을 처음으로 실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아테네의 유산은 현대 민주주의에 영감을 주었으며 정치가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가치를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정치는 어떨까요? 정치란 더 이상 거대 담론이나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정치란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출근길의 교통, 식탁 위의 물가, 아이들의 입시, 공기 속의 미세먼지까지 모든 것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 시민사회활동을 하던 지인이 '생활정치가 바로 서고, 내재화되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삶과 동떨어져서는 생명력을 잃는다는 이야기였는데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행위, 이것이 바로 생활정치입니다. 정치는 우리 삶과 떨어뜨려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의견 표명이 종종 불편한 시선이나 편견에 부딪힙니다. 특히 공무원이라면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이 특정 정당이나 세력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는 행정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토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치적 중립이란 특정 정당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을 의미할 뿐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의견 표명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도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시민입니다. 그들은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사회의 가장 가까운 문제들을 경험하고 통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공무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은 오히려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특정 이념을 강요하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삶의 문제를 인식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정치적 의견을 억압하거나, "정치색이 있다"는 비난을 통해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가 사회적 논의를 왜곡하고 본질을 흐리게 합니다. 공무원도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직업 특성상 그 방식에 대한 공정성과 균형이 필요합니다. 업무 내에서는 중립을 엄격히 지키되 업무 외 시간에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있다면 어떨까요. 익명성을 보장하는 참여 플랫폼이나 정치참여에 대한 명확하고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무원이 안전하게 정치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국가운영에 근간이 되는 헌법 제1조 1항과 2항입니다. 민주공화국은 '민주'와 '공화국'이 연결된 말로 대한민국이 국민의 주권 아래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치에 기반해 운영되는 국가임을 나타냅니다.
즉, 모든 국민이 평등한 권리를 갖고,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국민의 참여와 합의를 통해 사회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치는 소수의 특권이나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정치는 생활입니다. 우리의 삶과 너무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의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이 바로 정치이기에, 정치에 대한 관심은 나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걷는 길 위와 먹는 음식, 마시는 공기 안에 있습니다. 내가 속한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정치의 주체가 됩니다. 그 관심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축복,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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