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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Dec 23. 2023

지적하는 꼰대가 아닌 솔선하는 리더로

행사장에서 얻은 뜻밖의 가르침

최근 한 행사에 갔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행사여서 기대가 컸고, 저명한 연사들의 강연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행사운영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강연이 모두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한 청년이

“저는 OO대 학생입니다. 데이터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했고


강연자 중 한 분이 충격적인 답변을 했다.


“학생이시죠? 그럼 헛짓거리 하지 말고 교수님 말 열심히 듣고 학교 수업에 충실하세요.”


답변을 듣고 순간 내 귀를 의심했고 ‘헛짓거리’라는 네 글자가 머리를 멍하게 했다.


손을 들고 그 부분에 대한 정정 요구와 청년이 원하는 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행사 분위기를 헤치고 싶지 않아 자제했다.


전체 행사가 마무리 되고 해당 답변을 했던 연사가 퇴장하길래 쫓아가서 말했다.


“선생님 아까 답변 중 말씀하셨던 ‘헛짓거리’라는 표현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하신 표현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오늘 행사의 주인공은 청년이고 조금이라도 좋은 정보를 전달하고 청년의 꿈을 응원하는 기괘 입장과도 대치되는 말이었고 그 표현을 듣고 입장차이가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불편해 하거나 실망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연사는 아 그랬었냐.. 알았다. 라고 하시고 머쓱해하면서 황급히 사라지셨다.


결국 모든 말은 메시지, 태도, 표현방법의 결합인데 이 경우는 메시지도 태도도, 심지어 표현방식까지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나 또한 ‘솔직함을 빙자한 무례함’을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전에는 그게 꼭 말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왔었지만 그 방법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행사가 마치고 그 학생에게 따로 안내를 좀 해줄 것 그랬다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학생이 볼 일은 없겠지만 만약 누군가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사실 좋은 데이터전문가는 정말 많은 소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생분의 질문을 기술적인 성장에 한정한다면 이렇게 답변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유튜브나 코세라, 무크 등 학교 외에도 본인이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창구가 많습니다. 패스트캠퍼스, 메타코드, 인프런, 유데미 등 민간에서 운영하는 양질의 유료교육도 있고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능력을 키우시면 좋겠고, 깃허브, 허깅스페이스 등 코딩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글로벌 커뮤니티도 많이 활성화 되어 있으니 그런 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내가 어느정도 준비가 되었다 생각된다면 국내외 데이터 관련 여러 공모전 참가 기회가 있으니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지적하는 꼰대’보다는 ‘솔선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만 기대어 새로운 지식 습득을 게을리 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거부한다면 그 사람은 그 순간부터 전문가로서 자격이 없지 않을까.


‘엎지른 말과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말하든 메시지, 태도, 표현방법에 대한 숙고를 하고 말해야겠다.  이 글도 개인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

 


여담인데 집에 와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서 큰 아이에게 내가 겪은 이야기를 말해주고 “현장에서 말했어야 하는데 안 한 거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 있다.”라고 말하니

아들 왈, “거기에서 말하지 않은 건 잘 한 거야. 아마 그 분도 사회적인 지위가 있고 품위를 잃지 않길 바라기에 아빠가 즉석에서 지적했다면 크게 반박했을 것이고, 그건 참석자로서 맞지 않는 행동이야.”라는 답변을 주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괜스레 기특한 마음이 들어 웃음이 지어졌다. 이대로 잘 자라서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운 건강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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