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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Nov 29. 2024

감사로 가득 찬 하루

공공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의 기쁨

연이은 폭설 소식과 함께 지방공무원 정책연구 발표대회의 날이 밝았다.

올해 진행한 공직자 정책연구모임의 과제를 논문 형식으로 제출해 본선 7개 과제에 선정된 것이다. 혹시 모를 도로 상황을 고려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다행히 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수원역에서 출발한 기차 밖 풍경은 겨울왕국이었다. 폭설로 변해버린 기차 창가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글을 쓰고 나니,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천안을 지나니 수도권의 폭설과는 달리 큰 눈이 오지 않았음을 보며 차를 가지고 올 걸 그랬나 잠시 생각이 든다. 눈 걱정, 눈 없는 걱정 사이에서 절로 웃음이 나는 내 모습에 피식 실소가 터진다.

전주에 도착해 교육 중인 송지혜 과장님과 함께 점심으로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갔다. 전주의 대표 음식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이 식당의 진짜 스타는 바로 돈가스였다. 아삭한 튀김옷을 입은 돈가스는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졌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 담당자의 추천이 결코 헛된 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따뜻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에 몸과 마음이 든든해졌다.

발표장에 들어서니 무대와 심사위원석이 너무나 가까웠다. 숨소리조차 들릴 것만 같은 거리에 부담감이 엄습했지만, 동시에 발표대는 웬일인지 무척이나 멀게만 느껴졌다. 결국 기존에 준비한 스크립트 대신 원고 카드를 들고 무대 가까이 서기로 마음먹었다. 제비 뽑기에서 하필 1번을 뽑았다. 순간 마음이 움츠러들었지만, 곧 1번이 모든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잘해보자. 우리 팀의 연구는 정말 훌륭해."

마이크를 잡는 순간, 그동안 연습했던 내용들이 차분히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동재 주무관의 센스 있는 원고넘기기 덕분에 발표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긴장이 풀린 후 다른 발표들을 감상하며 잠시 여유를 느꼈다.

최종 결과는 행정안전부장관상이었다. 미묘한 아쉬움 속에서도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의 기쁨이 더 컸다. 함께 노력한 연구모임 팀원들에게 감사했다. 특히 화성시 연구모임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실제 발표 클로징 멘트가 이랬다.


"도시는 사람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공공시설은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닌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입니다. 화성시는 8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공직자 정책연구모임을 운영해 왔고 화면에 보이는 과제는 그동안 제가 참여한 과제입니다. 오늘 제안한 정책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이 자리가 화성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설명하는 뜻깊은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해부터 빠짐없이 연구모임에 참여해 온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함께 만들어낸 성취감이 매년 나를 이 자리로 이끌었다.

상을 받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아내였다. 언제나 내 활동을 묵묵히 지원해 주는 소중한 동반자. 예쁜 꽃다발을 받으면 좋아할 아내 모습이 웃음이 지어졌다.

터미널에서 부대찌개를 먹고 버스에 올라 단잠을 청했다. 집에 도착하니 만만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교로 집에 있는 아이들, 그들의 끼니와 회사일에 지친 아내, 몸살기운의 둘째 아들, 밥을 챙겨달라는 큰 아들. 오늘 받은 모든 인정과 보상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 위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가족이 있기에 가능하고, 가족이 있기에 행복하다.

문득 한신대 학생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한신대 공공인재빅데이터학부생들이었는데 공공의 급여 수준과 근무환경을 묻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공공영역에서의 일은 적은 급여와 큰 책임 사이에서 나만의 가치를 찾는 일이다. 내가 고민하고 행동하면 그게 많은 사람과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이 매력이며 그 즐거움을 아는 분이 공공에서 일하면 좋겠다."이라고 했던 내 말처럼, 오늘 느낀 감사를 누군가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국밥 한 그릇의 따뜻함으로 시작한 하루. 내일은 또 어떤 감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p.s. 사전 투표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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