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이겨내는 일상
자취생이라면 꼭 구비해놓는 필수품, 전자레인지는 햇반 혹은 대충 자른 스팸을 데우거나 불닭볶음면에 치즈 올려서 녹여 먹기 위해 꼭 필요한 생필품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인스턴트를 잘 먹지 않는 편이고 밥도 직접 지어먹기 때문에 햇반을 돌리는 일은 또래 자취생에 비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레인지 없이 생활하기에는 사소한 불편함이 종종 있어 나 또한 구비해놓았다가 새 자취방으로 이사하면서 기존에 쓰던 전자레인지는 개인 사정으로 돌려줘야 하는 일이 있어 새로 구매했어야 했다.
새 자취방에서는 이전보다 좁은 주방으로 인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하여 데우기, 오븐, 에어프라이어 등의 기능이 함께 있는 복합오븐을 구매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 기능인 줄 알았던 '데우기'는 일반 전자레인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냉동식품을 온전한 상태 그대로 해동시켜주는 역할이었다. 문의 상담 이력이 지워져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냉동밥을 '데우기' 기능으로 돌리게 되면 해동되는 것이 아니라 겉면이 구워지는 것이었다.
전자레인지를 추가로 사기에는 주방 공간에 더 이상 큰 전자제품을 들여놓을 수가 없어 처음으로 전자레인지 없이 생활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에 최적화되어있는 본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새 자취방에 온 지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자레인지 없이 잘 살고 있다.
평소에 밥을 지어먹으면 꼭 1~2 공기씩 남아 냉동밥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시 그 밥을 데워 먹으려면 냄비에 1/5 정도 물을 채워 넣고 냉동밥을 담은 그릇을 넣어 뚜껑을 닫아 폭폭 쪄낸다. 물론 전자레인지보다 5분가량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냉동밥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해동해야 하는 식품, 냉동떡이 있다.
대나무 찜기에 냉동떡을 담고 끓는 물에 15분~20분가량 쪄줘야 촉촉한 떡이 된다. 전자레인지로 1~2분이면 데워질 떡을 몇 배의 시간을 더 들여 기다려야 하지만 가끔씩은 이런 느림의 미학을 즐기게 되는 듯하다.
물론 전자레인지가 없어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필수적인 일상을 가지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나만의 생활방식을 찾아가면 된다.
불편함이 때로는 여유로운 일상을 선사해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