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커 Mar 25. 2024

내 취향이 아닌 분야의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

NHN 사내 기획 스터디 #즐클럽

취향이 분명하다는 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취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무엇을 보고 들었을 때 행복한 마음이 드는지 잘 알기 때문에, 내 의지대로 크고 작은 행복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직업이 브랜드 기획자인 사람은 좁고 깊은 취향보다는 되도록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 유리하다. 그리고 하필 나의 직업은 브랜드 기획자다. 어떻게 취향을 넓힐까? 내 취향을 벗어난 곳에서 일어나는 인사이트들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집단지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격주에 한 번 참여하는 사내 기획 스터디에서 우리는 각자 관심이 가는 분야의 기획 사례를 조사해 공유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날이 돌아왔다.


곰돌이사전 (오이뮤)

"대한독립 만세!" 그리고 76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어를 뿌리로 둔 용어들이 많다.


싸바리 안쪽으로 오시가 들어가니까
감안해서 사이즈를 잘 잡아야 해요.


특히 인쇄 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그건 우리나라 인쇄술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어로 일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몇 주 전에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에게 도대체 '싸바리'가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별 희한한 용어가 다 있네라고 혼자 생각만 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


불편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OIMU)에서 일터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구전용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모은 곰돌이 사전을 만들었다.


2024.03.25 현재까지 총 158개의 단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의미를 전하는 '곰돌이 사전'


문예창작학을 복수 전공한, 광고 문안을 쓰는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금도 밥벌이의 원천을 한글이라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 바람직하고, 고마운 프로젝트라 생각했다. 실제로 인쇄소 곳곳에 곰돌이 사전 웹사이트로 연동되는 QR코드가 삽입된 스티커를 부착해,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내민 초보 인쇄업자나 디자이너와 베테랑 소장, 실장님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에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곰돌이 사전'의 기획 사례에 대한 발표를 들으며 가장 궁금했던 '곰돌이 사전'이라는 이름에 대한 의도 알아봤다. 역시나 잘 브랜딩 된 캠페인은 멋진 네이밍에서부터 시작한다.



“왜 곰돌이인가요?” 곰돌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곰돌이 사전 사이트에 올린 글을 빌려보자면, 누구나 서툴고 불안한 시간을 겪고 성장합니다. 어릴 적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부드러운 털을 가진 푹신한 곰돌이 인형을 껴안곤 했는데, 이제는 곰돌이 인형 없이도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마음을 동여매고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일을 해결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신입 디자이너 시절엔 모르는 것이 많아 여기저기 눈치 보기 일쑤에, 일을 그르치게 될까 전전긍긍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특히나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업무 현장에서 느꼈던 긴장감을 떠올리며, 새롭게 일을 배우는 동료들에게 다정한 안내자가 되어줄 곰돌이 사전이 부드러운 말과 몸짓으로 작은 변화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곰돌이 사전이 도움 된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든든한 곰돌이가 된 것 같아 참으로 기쁘고 좋습니다! 곰돌이 사전 웹사이트 제안하기를 통해 다양한 단어들도 올려주셔서 30여 개의 단어가 추가로 등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하는 곰돌이 사전이 되길 바라며, 사진은 어느 해 12월 정겨운 옛집에서,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곰돌이 인형과 함께.(특징:너구리 닮음)

✍️ 출처 : 오이뮤 인스타그램 게시물


이 외에도 오이뮤는 '시대정신을 갖고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있는 디자인 활동을 하며, 다양한 인쇄매체와 제품, 공간, 전시, 콘텐츠 퍼블리싱 등을 통해 디자인을 제안한다'라는 브랜드 철학으로, 이제는 쓸모를 다 한 성냥, 지우개에 디자인을 입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해 전통을 이을 수 있는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오이뮤 X 유엔상사
오이뮤 X 화랑고무


사실 나는 22년에 진행된 언리미티드 에디션 UE14에서 처음 오이뮤를 만났었다. 그 당시에는 브랜드 스토리와 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굿즈나 소품을 파는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갔었다. 그렇게 내 취향의 범주에 들지 않았던 브랜드를, 이번 스터디를 통해 다시 알게 되었고 이렇게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오이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내 취향의 브랜드가 하나 더 늘었다.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기획 사례를 스터디하길 참 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하세요 즐클럽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