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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호강의 맛,
달콤 쌉싸름한 딜레마

내 마음이 비로소 말하는 것

by 이혜원

연일 무더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날씨에 민감한 나 지만, 오늘은 이 더위와 기꺼이 맞서기로 했다.

마음 가는 대로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채 차를 몰아 연희동 한 레스토랑, 셰프 '수'에게로 향했다.

그곳은 처음 반지하에서 시작해 이제는 셰프님이 직접 집을 사서 리모델링한 곳이다.

2년 전 와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 발길을 옮긴 참이었다.


도착하니 그 새 공간이 참 많이 예뻐져 있었다.

여자의 손길이 스쳐간 듯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셰프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한낮의 무더위 때문인지 손님은 나 혼자뿐이었다.

셰프님은 간판과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셨다.


그날 그 장소에서 그 맛을 짧은 글로 남긴다.

달콤 쌉쌀한 맛.

달콤한 맛은 나 자신에게 주는 토닥임이었다. 수고한 나에게 베푸는 작은 호강.

쌉쌀한 맛은 멋진 장소, 멋스러운 음식과 그 맛을 뒤로하고 문을 나설 때 느껴지는 허전함이었다.

그 허전함은 대체 무엇일까?


그 허전함의 답은 내 마음에 있었다. " 관계 "그리 고 " 사람 "이었다.


나는 가끔 나 자신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좋은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온전히 나 만을 위한 호사를 누린다.

셰프 '수'의 레스토랑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순간만큼은 오직 나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맛의 향연,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공간,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축복

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나를 호가시키는'달콤함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행위, 스스로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하지만 그 달콤함의 절정 뒤에는 늘 쌉쌀한 맛이 따라온다.

마치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난 뒤의 쌉쌀한 뒷만 처럼,

호화로운 시간을 보낸 후에는 가슴 한편이 텅 빈 듯한 허전함이 밀려온다.

레스토랑 문을 나서며, 햇살 아래 홀로 서 있을 때 그 허전함은 더욱 짙어진다.

이토록 좋았던 시간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름다운 공간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누릴 누군가가

없다는 쓸쓸함이 파고드는 것이다.


우리는 홀로 설 수 있는 존재지만, 결국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것을 보고 맛보더라도, 그 경험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 기쁨은 반쪽짜리가 된다.

"이거 정말 맛있다, 너도 와서 먹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상대가 없다는 것, "이곳 분위기 정말 좋다"

며 감탄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바로 그 허전함의 정체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루어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존재를 통해 충만함을 느낀다.

호사스러운 음식과 공간이 주는 즐거움은 잠시의 만족일 뿐, 진정한 행복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외로운 식사라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호사를 누릴 때조차도 홀로 즐기는 법을 완전히 익히지 지못하는지도 모른다.

가장 찬란한 순간에 오히려 가장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역설.

그 허전함은 나약함이 아니라, 우리가 본질적으로 관계를 갈망하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호사를 선물했지만, 그 호사 덕분에 오히려 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위한 달콤함 뒤에 숨겨진 쌉쌀함은, 화려한 것들보다 소박한 관계와 사람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신호였다. 앞으로는 나를 호강시키는 시간도 좋지만,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사람을 곁에 두는 것에

더 많은 마음을 기울여야겠다. 허전함 없이 온전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늦여름의 무더위만큼 뜨거웠던 하루가 저물어 가는 시간, 나는 그 깨달음을 가슴에 품고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조금은 허전하였지만, 그 허전함 덕분에 더욱 충만해진 마음으로.

셰프님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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