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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Aug 29. 2023

#80 등단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오는 병



8월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 무렵부터 글 쓰는 사람들의 마음은 괜히 뒤숭숭해집니다. 등단병이라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글을 써서 완성을 시키거나 초고를 써놓은 글이 있으면 다듬어서 11월에 신춘문예 응모 공고가 나오기 시작하면 내게 맞는 신문사나 문예지에 투고를 해야 해요. 저는 응모부문이 단편소설 쪽이었어요. 당시 가르쳐주시던 소설가 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해 주시기를, "등단 바로 앞 단계에 와 있는데 이 고비가 정말 깃털만큼의 차이여서 눈에 보이지 않게 살랑이고 있다"며 "힘든 시기를 포기하지 말고 지나라"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현재로선 포기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네요. 소설을 읽지도 쓰지도 않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제가 포기할 것 같아서 그런 격려를 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아닌 게 아니라 소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욕망으로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간파하셨기에 재능과 간절함이 보이는 후배에게 그런 말을 건네셨을 거라고 이제 와 생각이 드네요.






등단

 어떤 사회적 분야에 처음으로 등장함. 주로 문단(文壇)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이른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등단의 기준. 첫 번째, 짧은 글에서 좋은 작가인지 알아채기는 어려우니 문장력이 좋을 것! 문장력이 좋다는 건 기본기가 되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죠. 두 번째, 주제에 대한 참신한 시각과 이를 풀어가는 구성의 참신함 이게 신인 작가의 존재이유겠죠. 세 번째, 그러나 너무 참신하지는 말 것! 신문사의 심사위원들의 당선 기준에 글의 주제와 구성이 너무 시대를 앞서 가서도 안되며 납득이 될 정도의 참신함을 가져야 한단 거예요. 천재적인 참신함은 간혹 인정받을 뿐, 확률적으로 주제와 문장이 안정적인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등단이라는 시스템이 때론, 대입시험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틀에 맞춰진 기준이란 것에 맞춰 짜 맞추는 거죠.


물론, 그렇게 등단한 작가 중에는 진짜 본인의 실력을 갖추고 등단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고, 그저 등단용 글을 쓴 작가들은 활동을 멈추고 등단작가라는 타이틀로 다른 길을 걷더라고요. 어쨌거나, 등단을 했다는 것은 많은 기회를 가지는 것이므로 그것을 인생에 어떻게 할 용한지 고민하는 일은 늘 부럽습니다. 이제 찬바람과 함께 등단병이 불어올 예정입니다. 글 쓰는 분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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