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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5. 2022

투덜거리는 귀차니즘

요즘 일상은 적당히 잘 돌아간다.

우리 땡땡이들과 때때로 긴장의 끈을 부여잡고 있지만,

별탈없이, 감정의 큰 소용돌이 없이, 하루하루 넘어가고 있다.

일도 무난하다.

그런데 왜 마음에 차지 않고 툴툴거릴까.


무료한 보통의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고 불평하는 호강에 겨운 소리랄까.

기분이 탐탁치 않달까.

기쁨이 부족하달까.

마음에 뭐가 꼭 맞지 않아 언짢달까.

괜스레 씨니컬해진달까.

표정에 냉기가 돈달까.

화난게 아닌데 말투가 딱딱해진달까.

잠깐잠깐 느껴지는 감정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달까.

이것도 저것도 별로, 귀찮고, 움직이는 것도 마뜩잖달까.

가을탄다는 감수성 곁들인 말로는 들어맞지 않는달까.

가을발라드를 듣고 애잔해지거나 뭉클해지지 않고,

단풍의 고운 색도 눈에 안들오기 때문이다.

우울과는 다르게 움직임은 여전히 재깍재깍이며,

무기력한 느낌은 비슷하달까.

허무함과는 달리 내 역할을 충실히 하며 의미를 찾고 있지만 쓸쓸함은 남아있달까.

마음에 게으름이 덕지덕지 붙어 늘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하루를 보내도 피곤이 가시지 않고,마음에 둥둥 떠다니는 건더기들이 사라지거나 없어지지도 않는다.

지나가게 놔둬야 하는걸까.

몸을 일으켜세워 어거지로 산책이라도 가야할까.


아줌마들의 육아에 지친 삶이 비슷하지 않을까.

갓난아이이면 갓난아이대로, 어리면 어린대로,

몸이 컸더라도 마음이 맞지 않아서

혼자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나는 그럼 육아로 가득찬 일상에 지친것일까.

취미와 적성에 맞지 않은 일 때문에 그런것일까.

가만히 있어도 어질어질한 것 같고,

들려오는 소리들이 소음으로 민감하게 들리고,

눈은 졸린듯 계속 감기고,

온 몸에 맥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고,

속은 일렁일렁 멀미하는 것도 같고,

만사가 성가시다.


어떤 일이, 누군가 나에게 성수를 내려준다면 생기롭게 피어나고 싶기도 하다.

스스로 하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느껴진다.

남에게 기대거나 어떠한 이벤트를 바라는 내 속도  

좁은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 금방 그 마음을 거둬들이기는 하지만 좋은 운수가 생긴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은 있다.

날씨가 추워져서 몸이 오그라들듯 마음도 맞춰가는 걸까.

마음의 건기는 조금 길어질려는지 이 마음들이 오래되어 까마득하다.

행복이란 단어는 좀 거창한 것 같다.

기분도 좋고, 만족스럽고, 좋은일들이 일어나 흐뭇하고,

그 마음의 지속 기간 또한 길어야 쓸 수 있는 표현 같아서다.

대신 기쁨을 조금씩 느껴보려고 한다.

일차원적이지만 나의 불만족스러운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이 되어 흡족해지면 되니 조금 더 쉬울듯 싶다.

이참에 옷쇼핑을 하러 가볼까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서 브런치나 먹어볼까나.

생각은 많은데 몸이 안따라주니 설움이 든다.

다시 몸을 일으켜세우면 일시적 기쁨은 얻을 수 있지만

도로 되돌아오는 마음이 함정이다.....

이놈의 투덜거리는 귀차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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