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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5. 2022

어미의 못난 모습

한달에 한 번 그날이 찾아오는 것처럼 나의 마음 속 큰 화도 찾아온다.

마음 속에 자잘하게 담겨있다가 한 번에 흘러넘치는 것이 맞는 표현 같은데

평상시에는 그냥 그렇게 잘 지나가다가 어떠한 날 그 날처럼 불쑥 강렬한 색을 드러내며

별 큰일도 아닌 일이 촉발되어 부와앙, 왈칵 쏟아져나온다.

내 안에 화가 이만큼이나 적립되어 있었나?라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일을 끝내고 두 아이를 데리고  마감 임박시간에 애태우며 병원에 겨우 갔다.

병원비를 결제 하려는데 내 핸드폰에 있어야 할 신용카드가 안보이는 것이다.

진정하고 생각을 더듬고 주변을 찾아보면 되는데,

순식간에 사고회로가 정지되고 뭐지..뭐지... 중얼거리고만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마음이 단단히 상하여 표정이 일그러진다.

나의 실수를 용납하기 어려우며 나에게 이런 불상사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살다보면 이런일이 불시에 생길 수도 있다는

명제가 나에게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늘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당황스러운 감정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화로 표현한다. 

나는 심각한데 옆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손발짓을 하며 춤연습을 하는 첫째아이,

까불거리며 병원을 휘젓고 다니는 둘째아이가 못마땅해졌다.

그렇게 어찌저찌 약국까지 계좌이체로 돈을 지불하고 지난 시간을 상기시켰다.

주차타워라서 차를 빼는 데도 오래걸리고, 차 안에서 두아이는 싸우고 있고, 

저녁시간이라 차는 막히고, 집에 가서 할 일도 많은데 이래저래 아까운 시간을 

다 써버리는 것 같고, 이 시간까지 쉬지 못하고 이렇게 또다른 업무를 보는 것 같은 

서러운 마음부터 그래도 어린이면 이 비상 상황을 눈치채고 조용히 있는 사회적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데 눈치코치 없는 저 아이들은 엄마한테 뭐 사달라고만 하고 엄마를 

도울 줄은 모르는 못된 아이들이라는 마음까지 드는 걸 보니 내 안에 악귀가 쓰인것 같았다. 

그리하여 나는 세모큰소리괴물이 되어 차안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단번에 제압하였고,

거친 운전으로 차를 몰아 이전에 방문했던 곳으로 가서 카드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세모큰소리괴물은 물불안가리고, 친절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무서움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차안에는 오늘 아이들과 함께 저녁에 놀려고 사온 보드게임이 함께였지만 

기분상 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화 또한 삶의 큰 에너지이기에 바른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내 삶에 좋은 화력으로 쓸 수 있다.

나 역시 내가 너무 부정적인 감정에 안절부절이고 뜨끔해하는 것을 잘 안다.

서로 안맞으면 싸울 수도 있고,

이유없이 화가 계속 날 수도 있고,

아이들이 엄마의 안좋은 모습도 볼 수도 있고,

일이 잘 안풀릴 수도 있고, 

기분 나쁜 날이 연속일 수도 있고,

욕심이 많아서 애닳을 수 있고,

기대했는데 실망이 커서 못 받아들일 수도 있고,

비우려고 비우려고 해도 잘 안될 수도 있고,

나는 열심히 하는데 내 마음은 아무도 몰라준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나의 감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 안에 드는 감정이니 떠올랐을 때 크게 놀라지 말자.

단 그 깊이의 차이를 조금씩 줄이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첫째 땡땡이와 자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는데,

화난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지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엄마가 화날 때 진짜 괴물 같아? 꽃달고 있는, 좀 정신을 놓은 사람 같아? 어때?"라고 물으니....

"아니 무서워........... 

 그런데 괜찮아. 만약에 나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이 있으면 엄마가 그 사람을

무섭게 혼내줄 거 같아. 그 사람이 엄마를 보면 무서워할 거 같아....."

나의 모난 모습을 보고도 포용해주는 아이.

참 고맙게도 엄마의 못난 모습을 아름답게 포장해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갬동도 이런 갬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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