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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30. 2022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대화를 하다가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을 느끼면 흡족하다.

내가 말한 사실이 맞다고 확인 해주었을 때,

내가 겪었던 것을 본인도 겪어 봐서 안다고  공감 해줄 때,

내가 느낀 감정을 말했을 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줄 때, 

내가 어떠한 사건에 대해 의견을 말했을 때 '아니 그런게 아니고'대신 동의해 줄 때

나는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아이 친구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이 없는 일을 겪었을 때

엄마에게 전화해서 말하면 유난 떨지 않는 엄마가 격하고 강한 어투로 나보다 더 화내 줄 때

아이 때문에 화가 나고, 남편 때문에 섭섭하다고 솰라솰라할 때 

'아니 왜 그런다냐'라며 나보다 더 답답해 할 때

그러고 나서 아이들에게 '땡땡이는 내 딸이니까 내 딸 힘들게 하지 마~'라고 경고할 때

나는 어렸을 적 삶이 고된 엄마에게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 표현을 충만하게 받는다.

나의 큰 욕심이 고민될 때

나의 밑바닥까지 꿰뚫고 있는 언니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며 다독여줄 때

나의 큰 육아고민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셋, 넷, 다섯번 이야기할 때

내가 문제가 아니라고 아이들도 에너지가 많다며 

말은 객관적이라고 하지만 사심을 곁들여 안심시켜 줄 때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마음이 우울할 때

별 일 없냐고 먼저 선수쳐서 걱정해주고 내 일정을 궁금해할 때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한 사람, 언니가 있어서 가족의 존재에 대한 위로를 받는다.

남편과 아이들이 마트에 갔다 돌아와서  "이거 엄마가 좋아하는 거라 사왔어"라고 말할 때

뭉클함이 올라왔다가 "아빠가 엄마 이거 좋아하는 거라고 사자고 했어." 라는

이어지는 말에 애잔함까지 느껴질 때

온갖 합리화로 아이를 다그쳤는 데도 " 엄마 기분 풀어~"라고 큰그릇 아이들이

나를 따독거릴 때

내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남편에게 떠넘겼을 때  군소리 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낼 때 

나의 잡스러운 이기심과 못난 마음을 감싸주는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안정감을 느낀다.

양육에서 가장 좋은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잘 살피고 헤아려주는 것이다.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지, 배고픈지, 놀고 싶은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말이다.

아이가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엄마가 마음을 알아주고 적절하게 반응을 해주면 

존재의 가치로서 사랑받음을 느끼고 신뢰하게 된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관계만 따지고, 되도 않는 충고를 하고, 요구하지도 않은 조언을 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일방향으로 소통하고 생색낼 때

혐오를 느낀다.

조금 친해졌다고 나의 모든 것을 안다고 떠벌거리거나 나의 감정에 오바스럽게 몰입할 때

감정적인 것은 교양이 아니라며 혼자 이성적인 척 할때

표정과 무드는 접어두고 주둥이만 살아서 형식적인 공감을 이야기할 때 

소통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굳이 말하지 않아도 따스한 눈빛이나 고개 까닥거림, 하나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내가 처한 억울한 상황에 대해서 굳이 일부터 열까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의 분함을

알아주는 믿음만으로도  나는 감격한다.

내가 한 인간으로서 누추함을 보여도 평가질하지 않고 다독여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한 사람, 절대적인 한사람만 있어도 충분하다.

혹은 가깝지 않아도 오늘 하루 중에 나의 마음을 눈치채준 누군가의 한마디, 공감의 말

잠깐의 그것만 있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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