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 함부로 하면 안 되는 말
남편의 의심을 샀습니다.
결혼기념일을 부부끼리 챙기고, 심지어 자녀가 그것을 챙겨준다는 신박한 말.
우리 부부는 놀랄 것도 없이, 동일한 속도로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반응을 마쳤다. 뭐 그런걸 다...
결혼이란 게 기념해도 될 만한 일인지.
잠시 생각해 본다.
그렇지. 인간들은 기어이 전쟁기념관이라는 것도 지어 인류의 비극마져 기억하기에 열심을 다하고, 개개인의 죽음이라는 아픔까지 기념들 하는데.
결혼이라고 기념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너무 무심했나
싶었지만 다행히 남편도 나와 같은 부류라 누가 더 민망할지 고민할 필요없어 좋다.
학기말 업무가 몰아쳐서 몸도 마음도 지쳤던
어느 오후.
달콤한 사람들은 이렇게 남도 가족도, 꼼꼼하게 타인을 챙겨낸다. 그 애미에 그 딸들인가.
서로 격려를 불어넣느라 오랜만에 완전체.
동학년 11명 모두 모인 오후시간_
주제는 다름아닌 결혼기념일이었다. 꼬박 하루 전 두 딸이 준비해 준 파티에서 찍은 사진이라하니, 앞다퉈 휴대전화를 돌려보며 부러움에 젖는다.
엄마한테 딸은 있어야 된다는 둥.
충분히 살아 이제 헤어져도된다는 둥.
그럼에도 부부금슬이 좋으니 결기도 아직 챙긴다는 둥.
곧죽어도 나이들면 남는 건 남편뿐이라는둥.
주거니받거니 간만에 둥~치기 대화로
어수선했던 업무에서 잠시나마 떠나왔다.
덕분에 많이 웃어 시간쪼개길 잘했다 싶던 찰나.
우리 밥내기 할까? 각자
남편한테 똑같은 문자 보내서
가장 스윗한 사람이 밥 쏘는거?
대체 스윗의 기준이 뭔가에 대한 이견이 분분했으나, 누구하나 거절하는 이 없이 휴대전화를 집는다. 다들 지쳤었구나.
측은.(이제와보니.. 누가누굴측은해하냐 싶습니다만.)
다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소진될 만큼 지쳐
가볍게 웃고 넘길 이벤트가 절실했던건가.
고민할것도 없이 동참!
남편의 장점이라하면
연애 때나 지금이나 풍화없이 한결같다는 건데.
스윗함이란 그 소식이나 행방따위를 알길이 없는 남자라 딱히 기대랄건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망설일 이유도 없으니 뭐.
당당하게 보낸다. 11인 동일 고정텍스트.
여보 ~사랑해♡
하나 둘.
답장이 오기 시작한다.
-응, 나도♡
-내가 더 사랑해~!
-뭐야~부끄럽게. 나 오늘 생일인감?
-뭐 먹고싶어? 나도 당신 스릉해요♡
띠링.
왔다왔어. 의리있는 그대.
읽씹은 아니구나. 휴우~~~!!
(겨우 체면 사는 최부장)
저런.
사람들이 나를 본다. 동공이 제자리를 못찾고 흔들린다.
안타깝게도 의심을 샀다.
결과적으로 여럿 웃겼고, 나만 씁쓸하면 공익에 기여한 건가.
내기를 제안한 동학년 막내 쌤이 연신 내게 사과를 하는 바람에 살짝 더 초라해지는 가을날.
나는 누구인가. (너누구냐니ㅜ)
사실대로 말하라는데. 사과부터 해얄까.
어느 부부사이엔,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말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