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스타트업계의 글로벌 빌보드 차트에서 어떻게 1위를 달성하였나?
2022년 11월 15일 자에 프로덕트 헌트에서 제품 론칭하고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첫 론칭 때 일간 1위 (Product of the Day)를 차지하였다! 국내에서 일간 1위를 달성한 건 Typed에 이어서 2번째라고 한다. 그리고 투표수는 Typed의 투표수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국내 소프트웨어 제품 최다 투표수라는 기록도 달성하였다. 이걸 달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만큼 이러한 성과가 나에겐 진짜 너무나 기뻤고 뿌듯했다. 이번 성과를 얻기까지 나의 여정과 일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여기서 정리하려고 한다. 글이 도움되었다면 글에 '좋아요'와 댓글은 큰 힘이 된다.
프로덕트 헌트는 테크 스타트업계의 글로벌 빌보드 차트로 여겨지고 있으며 가장 최신의 인기 있는 테크 스타트업 제품을 순위대로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노션, 피그마, 슬랙 등 여러 유명한 SaaS 제품들도 이곳에 제품 소개를 한 이력이 있으며 해외에선 글로벌 SaaS 서비스 론칭 시 한 번쯤 거쳐야 하는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프로덕트 헌트에서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은 아래와 같이 있다.
● Product of the Day (오늘의 제품; 5위까지 선정)
● Product of the Week (금주의 제품; 5위까지 선정)
● Product of the Month (금월의 제품; 5위까지 선정)
● Kitty Award (올해의 제품; 제품 카테고리별로 선정)
그리고 제품 순위 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투표 (Upvote) 수
● 댓글 수
● 페이지 내 활동지수
국내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IT SaaS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Milestones 중 하나는 바로 프로덕트 헌트 론칭이었다. 왜 그러했나?
첫 번째는 많은 해외 유저들을 우리 서비스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다. 한국에 사무실을 두고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여러 핸디캡이 따른다. 주요 타깃 시장인 미국 및 유럽과도 시차가 많이 차이나고 직접적으로 잠재고객과의 접점이 제한적이어서 신규 사용자 유치는 실질적으로는 네트워킹 및 검색광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사의 대표 및 이사들은 모두 국내 출신이라 해외 네트워크가 한정적이고 나도 주변에 개발자 지인들이 많이 없어서 우리 서비스를 알리는데 지금도 애먹고 있다. 그러나 프로덕트 헌트 순위가 상단에 등록하게 되면 'Product Hunt Effect'를 경험하면서 웹사이트 트래픽뿐 아니라 실제 가입 및 매출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어서 우리 서비스에는 프로덕트 헌트 론칭이 필수적이었다.
두 번째는 VC로부터 투자받기 위해서다. 대표님 말씀으로는 많은 VC로부터 우리 서비스의 기술력과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투자를 주저하는 부분이 바로 해외 사용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22년 10월에 공개적으로 론칭 시작하였고 검색광고 및 SNS 활동으로 해외 사용자 유입 건 및 가입 건이 발생했기는 했지만 VC에게 어필할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높은 금리와 경제적 어려움 등이 동반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아끼는 분위기여서 뚜렷한 성과 및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우리 팀은 프로덕트 헌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우리 서비스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집중해서 프로덕트 헌트 캠페인을 준비하였던 같다.
프로덕트 헌트 론칭 준비하면서 왜 국내 테크 스타트업은 프로덕트 헌트에서의 성과가 미비하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관적으로는 아래의 이유 때문에 그동안의 국내 성공사례가 별로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아직 국내에서는 프로덕트 헌트 인지도가 낮다. 실제로 Typed가 일간 1위를 달성한 기사가 올라왔을 때도 기사 제목에 프로덕트 헌트 대신 '글로벌 소프트웨어 빌보드 차트'라고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번 캠페인을 위해 대표님이 주변 IT 회사 대표들과 투자자들에게 연락을 돌렸었는데 거의 모든 분들이 물어보는 게 '프로덕트 헌트가 뭐예요?' 였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프로덕트 헌트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 종사자들도! 설사 프로덕트 헌트를 알고 있고 론칭 진행한 팀은 있어도 프로덕트 헌트 론칭의 중요도와 일간 순위가 가져다 줄 파급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필살적으로 준비하지 않아 좋은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프로덕트 헌트에 대한 인지도가 낮을까? 다음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2022년 10월 19일에 진행했었던 글로벌 SaaS 세미나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얘기가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SaaS 팀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 있다 하더라도 성공한 팀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내 테크 스타트업이 가진 선천적 핸디캡 때문이다. 지리학, 문화, 언어적 장벽이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성공적인 글로벌 SaaS로 발돋움한 케이스가 국내에선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글로벌 SaaS 마케팅 전문가들도 많이 없다. 그리고 SaaS 사업의 특성상 시장에 먹히는 기능을 갖춘 SaaS를 개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기다릴 인내심을 가진 VC 및 투자자들이 국내에는 없다는 게 글로벌적으로 통하는 완성도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00억 달러에 어도비(Adobe)에 인수된 피그마(Figma)도 2012년에 개발 시작하고 2015년에 공식 론칭하였고 지금 다들 사용하고 있는 노션(Notion)도 2013년에 창립되어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과연 국내 투자자들 중 이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줄 곳이 있을까?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캠페인 준비하면서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속한 그로스 팀은 어떻게 프로덕트 헌트 일간 1위를 달성했는가?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많은 액션들을 진행했었는데 이 중 크게 기여한 결정적인 요소들 몇 가지를 리스트업 해보았다.
프로덕트 헌트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 분은 바로 대표님이었다. 앞으로 언급할 주요 요소들이 작용할 수 있었던 것도 대표님이 그로스팀의 결정을 믿어주고 지원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 캠페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절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업무보다 해당 캠페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셨고 전사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었다.
프로덕트 헌트 론칭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에 더 일찍 준비할 수 있었다. 프로덕트 헌트용 서비스 소개 동영상은 내가 입사하기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본격적인 준비는 론칭하기 1개월 전에 돌입했었다. 심지어 개발적으로 서비스를 완벽하게 보완한 후 론칭하기 위해 론칭일을 1차례 미뤘었다. 그만큼 더 일찍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준비하려 해도 성공 경험자가 없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4강으로 이끈 이력을 가진 거스 히딩크 감독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영입했던 것처럼 우리도 성공적인 프로덕트 헌트 론칭 경험이 많은 해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다. 나를 포함해 내 팀원 중에 성공적인 프로덕트 헌트 론칭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적이었고 그분의 도움으로 더 체계적으로 캠페인을 준비할 수 있었다.
노션에 아래와 같은 론칭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모든 관련 항목들을 늦지 않게 완료하며 나갔는데 개인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준비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타사 레퍼런스 참고하며 순조롭게 제품 페이지에 있는 이미지, 영상, 문구 등 개발 및 리뷰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와 함께하는 전문가로부터도 좋은 평을 받았다.
프로덕트 헌트 론칭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일간 1위 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타이밍과 운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매달 첫 주, 특히 화-목은 경쟁이 심한 편이다. 월간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선 당월에 일찍 제품을 론칭하는 게 중요한 만큼 많은 팀들이 월초에 론칭하게 되어 경쟁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월초는 제품 론칭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대부분 주중 대비 투표 수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주말도 피해야 한다. 물론 일간 1위만 따고 싶다면 주말에 제품 론칭하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내 팀은 처음에 11월 9일 (수)에 론칭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물론 프로덕트 헌트 때 보여줘야 하는 제품 기능들이 준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11월 15일 (화)로 일정을 미뤘다. 더 미룰 수는 있었지만 월간 1위 타이틀에 도전해보려면 너무 늦지 않게 제품 론칭이 필요했기 때문에 해당 일자로 픽스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결과였고 2위 하고는 500표 이상의 투표 차로 1위를 하였다.
다만 운도 따랐다. 다음날인 11월 16일에 노션이 제품을 론칭했는데 우리 제품보다 앞선 투표 수로 1위를 차지했다. 만약 노션이랑 경쟁을 했었다면 아마 1위는 어렵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이 론칭 2주 전부터 힘을 합쳐서 주변 지인들에게 프로덕트 헌트 제품 론칭 일정 전달 및 투표 요청 차원에서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그런데 왜 2주 전일까? 확인해본 바로는 프로덕트 헌트에 가입한 지 1주일이 넘지 않는 사용자로부터 받은 투표수는 무효 처리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1주일 전에는 프로덕트 헌트에 가입시키기 위해 2주 전부터 연락을 돌렸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채널에서도 투표 요청을 했었는데 해외 커뮤니티에서 반응은 미비하였으나 대표님의 도움으로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를 뚫고 라포를 형성하여 효과적으로 프로덕트 헌트 캠페인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인들 중에는 프로덕트 헌트 계정이 아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미 프로덕트 헌트 계정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 중 팔로워가 많거나 자사 서비스와 유사한 제품에 댓글 혹은 upvote 한 이력이 있는 사용자들에게 연락을 돌려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참고로 프로덕트 헌트 알고리즘 상 해당 플랫폼에서 활동한 이력이 많은 사용자로부터 받은 upvote가 일반 upvote보다 더 많이 쳐주는 것 같아서 이러한 액션이 캠페인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론칭 당일에는 기존에 연락한 모든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었고 프로덕트 헌트 관련 커뮤니티에도 홍보하였다. 참고로 프로덕트 헌트에서 일간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 30분 동안 얼마나 많은 투표수를 받는가가 중요하다. 프로덕트 헌트 방문자들의 심리 상 투표수를 많이 받은 제품에 더 많이 투표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이러한 액션들을 취했어야 했고 결과적으로는 일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투표수도 중요하지만 댓글 및 페이지 내 활동지수가 랭킹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페이지에 달린 댓글 수가 프로덕트 헌트 랭킹에 보이기 때문에 첫 30분 동안 최대한 많은 댓글을 얻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론칭하자마자 모든 지인과 커뮤니티에 소식을 뿌린 다음 페이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달리는 모든 댓글에 댓글을 달고 upvote 처리했다. 이 작업에는 모든 그로스 팀 멤버들이 다 참여하였기 때문에 댓글 수가 더 많아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댓글 수를 늘리기 위해선 추가 댓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댓글 달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 제품에 관심 있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가지고 댓글 달았었다.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며칠간 가입 전환율 모니터링한 결과 신규 방문자 대비 우리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한 사용자의 비율이 5% 미만으로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하고 대대적인 웹사이트 개편에 들어갔다. 서비스 특성상 우선 우리 서비스를 경험한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게스트 계정으로 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고 웹사이트도 피그마 디자인 링크를 올리거나 자체적으로 큐레이션 한 디자인 템플릿 클릭하면 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설계하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신규 방문자 대비 본 서비스를 경험한 사용자 비율은 거의 20% 수준으로 상승하였고 가입자 수도 상승하였다. 보다 쉽게 자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UI/UX 변경했기 때문에 사용자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수많은 댓글 수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프로덕트 헌트 페이지를 등록할 때 프로모션 문구를 넣을 수 있는데 제품 페이지 클릭률이 해당 문구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금 단계에서는 매출보다는 해외 사용자 수 모집이 더 중요하기에 클릭률 증대 및 바이럴 효과를 기대하여 월 65불, 연간 624불에서 월 1불, 연간 10불로 플랜 가격을 극단적으로 변경하였다. 물론 이 요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프로덕트 헌트 론칭 이후 방문자 수가 급증하였으며 유료 구독 건수도 다수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위에 있는 요소들이 받쳐진다 하더라도 자사 제품의 기술력이 해외시장의 니즈에 맞지 않거나 호응을 얻기에 부족하다면 프로덕트 헌트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자사 서비스와 유사한 다른 제품들도 프로덕트 헌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었기에 제품의 강점만 잘 어필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많은 투표 수와 댓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해외 사용자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고 일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프로덕트 헌트 캠페인에서 일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해당 캠페인을 진행하겠다면 좋은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Product Hunt Effect가 기대한 것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자사의 경우 신규 방문자가 평상시 대비 20배가량 증가했고 가입 및 구독 전환 건수도 다수 발생했다. 그리고 캠페인 진행하면서 제품 페이지에 팔로워 수가 몇천 명 생기면서 추후 론칭 때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캠페인을 론칭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으로 진행한 만큼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개발 일정도 겹쳐 있어서 다소 일정이 빠듯하기도 했고 모든 일들을 빠르게 진행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이슈들로 준비한 모든 것을 제시간에 진행하지 못해 더 큰 투표수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하지만 일간 1위는 달성하였고 앞으로도 FUNCTION12는 더 보강하여 다음 론칭 때는 더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투표수 및 회사 팔로워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 글이 혹시라도 도움되었다면 아래 페이지 방문해서 투표와 응원의 메시지 남겨주면 큰 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