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Nov 18. 2024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멜빈의 사업일지

인생의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내게 그 순간은 딸이 태어났을 때였다. 작은 생명의 탄생이 월 300 벌던 나의 삶을 월 수천만을 버는 삶으로 완전히 뒤바꿔놓을 줄은,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 했다.


딸 출산 전까지의 나의 여정

회사원으로서의 삶은 나름대로 순탄했다. 첫 직장에서 시작된 나의 커리어는 꽤나 흥미진진했다. 인도네시아 웹툰 시장 개척을 위한 신규사업팀 컨설턴트로 시작해,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과 SNS 커뮤니티 관리까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 경험을 발판으로 싱가포르 소재의 화학제품 유통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회사의 온라인 마케팅의 기초를 다지고, 없던 팀을 새로 꾸리며 동남아 국가를 포함한 9개국 지사의 온라인 마케팅을 총괄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하지만 더 전문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고, 결국 한국으로의 귀국을 결정했다. 



귀국 후에는 온라인 판매대행사, 퍼포먼스 광고 대행사, 그리고 두 개의 스타트업을 거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퍼포먼스 마케팅과 그로스 마케팅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되었다.


육아와 커리어의 기로에서

평화로웠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 건 육아라는 현실적 과제가 눈앞에 닥쳤을 때였다.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회사를 오가는 출퇴근 시간은 더 이상 '나만의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이사를 고민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자 내가 육아휴직을 신청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회사 사정으로 인한 해고 통보였다. 그 순간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늘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고, 주말에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일했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게 나는 언제든 정리할 수 있는 '인력'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경험은 직장 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으로 이어졌다. '남의 사업을 위해 이렇게까지 헌신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내가 쏟은 시간과 노력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계획은 완전히 뒤흔들렸다.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사업을 위해 내 열정을 바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만 해도 이 시련이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내가 진정한 나의 길을 찾아가는 시작점이었다.


첫 발걸음: 시행착오의 시간

실직은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그동안 부업으로 진행하던 일들을 본격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가장 자신 있는 분야부터 시작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설치 대행과 교육 컨설팅, 메타 광고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웨비나로 판매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구피디라는 온라인 강사의 웨비나 마케팅 교육이 큰 영향을 미쳤다. 165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의 교육이었지만, 그곳에서 배운 것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 수익성 있는 온라인 교육 사업의 가능성을 직접 목격했고, 체계적인 사업 구조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희망적이었다. 웨비나 판매에서 ROAS 600%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며 '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성공은 일시적이었다. 초기의 반짝 성과 이후로는 지속적인 수익화에 실패했고, 결국 내가 세웠던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아이템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아내의 수강생 중 한 명이 보험설계사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나는 온라인 마케팅 기법을 보험업계에 접목시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험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마케팅 퍼널 체계를 구축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로서의 도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매우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보험의 필요성은 이해했지만, 다른 이들을 설득할 만큼의 확신은 없었다. 내가 진정으로 믿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는 후에 내가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기준이 되었다.


전환점이 되었던 아내의 사업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아내가 운영하던 퍼널마케팅 교육 컨설팅 사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월 매출 1천만 원을 넘기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지만, 동시에 문제도 드러났다. 아내 혼자서는 이 성장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아내의 사업에 퍼포먼스 광고 전문 강사로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덕분에 이 사업의 잠재력과 개선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체계화와 자동화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24년 7월, 나는 아내의 사업에 완전히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부부사업의 도전과 극복

처음에 나는 아내와 함께하는 사업이 탄탄대로일 거라 기대했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이인 만큼, 완벽한 팀워크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업의 방향성을 두고 충돌이 시작되었고, 부부라는 관계가 오히려 갈등을 더 깊게 만들었다.


내가 기획한 시스템을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고, 아내의 사업 진행 방식은 내 기대와 달랐다. 서로에 대한 실망감이 쌓여갔다. '왜 아내와 함께 사업을 하기로 했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왔고, 심지어 이혼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사업 파트너로서의 갈등이 부부 관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오히려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장점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워갔다. 아내의 뛰어난 세일즈 능력과 내가 가진 시스템 구축 능력이 만나 더 탄탄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한 팀이 되어갔다.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우리만의 방식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업 지속성을 위한 방안, 시스템 구축

사업 초기, 나는 수강생 케어 시스템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문제는 명확했다. 아내의 개인 역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 수강생 케어의 비효율성, 성공사례 창출의 지연 등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첫째, 수강생들이 언제든 학습할 수 있는 수십 개의 VOD를 제작했다. 이는 실시간 강의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수강생들이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반복 학습할 수 있게 되면, 아내가 매번 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비효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둘째, 수강생의 학습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전에는 수강생의 진도나 이해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적절한 시점에 개입하지 못했다. 특히 퍼널 마케팅이 기획, 디자인, 카피라이팅, 광고 운영 등 다양한 스킬을 필요로 하는 종합 예술과도 같은 분야이다 보니, 한 번에 모든 것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데일리 과제 제출 시스템을 도입했다. 큰 과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어 매일 실천 가능한 미션으로 제시하면, 수강생들이 부담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를 통해 완성된 퍼널 구축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단순히 진도 체크를 넘어, 수강생들의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시키고 그것이 최종적인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핵심 장치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셋째, AI 기반 자동화 템플릿을 개발하여 수강생들이 과제를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존에는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수강생들을 일일이 개별 지도해야 했다. 이는 아내의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소모하는 요인이었다. AI 템플릿을 통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 수강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는 곧 성공사례 창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처음에는 더디게 진행되는 과정에 조급함도 느꼈다. 특히 아내가 다른 사업가들과의 일정으로 바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는 답답함도 컸다. 하지만 내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결해 나가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강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아내도 새로운 시스템의 효과를 체감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내가 모든 것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이제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회사원으로서의 경력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 도전이 내 진정한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사업 지속성을 위한 사업 운영 자동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더 잘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직장인일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가능해졌다. 아침마다 여유롭게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도와주고, 때로는 오후에 아이와 함께 동네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삶의 질이 달라졌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쌓이면서,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확신이 더욱 커져갔다.


때로는 인생의 가장 큰 위기가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법이다. 내게는 육아와 실직이라는 위기가 오히려 진정한 나의 길을 찾게 해 준 축복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동안의 모든 경험들이 이 순간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것 같다. 글로벌 기업에서의 마케팅 경험, 다양한 스타트업에서의 도전,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사업 시도들까지,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이 사업일지를 통해 나의 솔직한 경험과 깨달음을 나누고자 한다. 비슷한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특히 회사원에서 사업가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 그리고 부부로서 함께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전시켜 나갔는지, 그 과정에서 배운 교훈들을 더 자세히 나누어보고자 한다. 우리의 여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리얼마케팅: 2023년 알아야 할 마케팅 패러다임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