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생을 살았던 것일까?..
이번에 글또라는 글쓰기 커뮤니티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삶의 지도"라는 것에 대해 작성을 해보라는 내용이 있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나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돌아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 지를 다시 한번 인지해보라는 의도" 같았다.
꼭 지원하는 목적으로 쓰는 글이 아니더라도 나한테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라 생각이 들었고 잔잔히 써 내려가본다.
나는 생각보다 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자식에 대한 학구열이 높으셨기에 나에게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시키고, 교육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으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때는 바이올린, 검도, 수영, 농구, 미술등 같은 앉아서 공부하는 과목들 이외에도 배우도록 하셨으니, 공부에는 얼마나 투자하셨던 걸까?..
나는 이것들을 왜 해야 하는 건지, 여기에 돈을 투자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돈을 투자한 만큼 아웃풋이 나올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냥 시키니깐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외와 학원들을 전전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할 일이다.)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공부를 하니깐 하는 거지 이게 나의 의지는 1%도 들어가지 않은 채 그냥 하는 척을 했다. 이런 상태로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역시나 나는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 점수에 맞는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가야 했다. 여기서 별일 없이 평범하게 지나오던 나의 인생에 큰 이벤트가 하나 발생한다.
부모님께서 수시전형인데, 해외 대학을 갈 수 있는 과정(그 당시 국내 대학에서 1학년을 하고 해외 대학에서 3년을 하는 과정)이 있다고 제시해 주셨다. 이런 선택권이 있는데 지원해 보겠냐 라는 제안에 나는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감당해야 할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딥하게 고민하지도 않은 채 수락을 했다. 지원을 했고, 운 좋게 합격을 했다.
어쩌면 학창 시절 내내 나는 나에게 어떤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될지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그렇다고 공부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몰입을 한 것도 아니고, 정~~ 말 그저 그런 삶을 살았다.
미국행도 어쩌면 나의 100% 의지가 아닌 '지방대학을 가고 싶지 않다'는 어쩌면 그런 도피로 결정을 했었다.
그래도 미국에서 처음에는 굉장히 열심히 했다. 어쨌든 이때는 성인이 되었고 돈의 가치에 대한 개념이 서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돈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 한 학기 빼고는 나름 좋은 성적을 받았고, 다니고 있던 학교에는 엔지니어링 메이저가 없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과정이 있는 대학교로 편입까지 성공을 했다. 이 2년 동안에는 이전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선택의 자유도 있었고, 나름 내가 선택한 과목에서 시간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온다라는 것을 깨달은 시기이기도 하다. '어?.. 나는 이제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름 내 의지를 가지고 시간 투자하면 또 어떻게든 되네?'
편입하고 나서 슬슬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을 안 들어간 지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공부를 슬슬 초기 대학 다닐 때 처럼 하지 않았다... 사실 그전에는 전공보다는 뭔가 대학교 초반의 일반과목들이라 어느 정도 하면 성적이 나왔을지 모르지만,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였던 것이다. 그냥 그만큼 하면 될 줄 알았던 공부 방식으로는 전공과목 시험에 비빌 수 없게 되었고, 끝내는 학고까지 받게 되어버린다... 나는 자신감을 완전하게 상실했고, 어쩌면 인생에서 최악의 어둠의 시기를 보냈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아야 했을 시기에 나는 그와는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최악의 선택(자퇴)을 하고 나의 그간 학창 시절에 했던 노력은 모두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더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나락의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나는 두 가지 선택정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어쨌든 대학교는 다녔던 기록이 있으니, 한국 대학교로 편입을 한다. 혹은 어디서든 일을 시작한다.
그 당시 공부에는 치를 떨었기 때문에, 나는 후자인 어디서든 일을 시작하는 선택을 하였다. 근데 대학교도 졸업 안 한 나를 어디서 쓸까??
하늘이 무너 저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이 여기서 쓰인다고?.. 또 내 인생에 큰 이벤트를 안겨준 일이 발생하게 된다.
친구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는데, 자기도 거기서 일 중이니깐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냐?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당연히 수락을 하게 된다.
회사는 성수에 위치해 있었고, 방송국에 들어가는 장비들을 제작해서 납품하는 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CAD를 이용하여, 2D 설계를 하고, 도면을 공장에 전달하여 그곳에서 제작된 원자재들을 다시 납품받아 우리 회사에서 검수를 하고 완성품으로 제작을 하는 업무를 맡았다. CAD를 조금 공부하여, 익숙해지니 설계 같은 것은 위의 지시를 받아 금방금방 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다 보니 인력이 많이 없고, 이외에도 더 많은 업무를 핸들링해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실제 최종 고객사에 완성품 납품, 제품 포장, 전시회 나갈 부스 디자인, 홈페이지 운영 등을 떠안게 되었고, 가끔은 이 회사는 내 위치에 비해 너무 중요한 일들을 맡기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에서 뒤가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일을 안 하고 다시 백수로 돌아가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패배자로 전락하게 되는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았다.
어느덧 이 회사에서 3년 차가 될 무렵 어느 날 여기에서 10년 후에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무언가 전문적 인일은 아닌데, 몸이 상해가며 주어진 일만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의 모습.
이대로 무난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뭔가 파괴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나는 10년 20년 후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인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때 당시 나는 회사에서 노코딩 툴로 회사 홈페이지를 유지보수 하는 업무도 맡았었는데, 이때가 제일 재밌고 행복했다. 나는 이때부터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오프라인에서 코딩을 교육해 주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의 의지가 100% 들어간, 주체적인 선택을 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나는 퇴근 후 약 8주간 웹 기술 초 기초를 배우게 되었다. 교육 기간 동안 교육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웹 개발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정말 나의 성향과 너무 잘 맞았고, 늦은 시간까지 해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물론 다음날 회사 가서는 지옥이었지만...)
무언가를 배운 게 대학교 이후로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오랜만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니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내가 작성한 대로 화면에 노출되는 프론트엔드 영역이 너무 매혹적이었다. 그때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나의 인생에서 제일 책임감이 있는 결정을 내린 순간이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병행하여 더 심화 과정을 하는 건 오히려 개발자로 취직하는 시기를 늦추는 것이라 판단했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개발자 부트캠프를 들어가게 된다.
3개월 동안 너무 좋은 동료 개발자들을 만나 행복하게 개발을 하며 끝내 스타트업 신입 개발자로 취직을 하게 된다!!
온전히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나의 선택으로 당당하게 사회의 구성원이 된 느낌이었다. 너무너무 뿌듯했고, 드디어 진짜 사회로 진출한 게 아닐까 라는 기쁨을 앉고 열심히 일을 했다.
나는 이왕 개발자로 취직한 만큼 빠르게 급성장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첫 회사에서 정말 다양한 기술적 시도와 인덱싱을 넓혀나갔다. 안타깝게도 사수가 없어, 방향성과 코드 퀄리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현재 프론트엔드 기술 트렌드와 현재 나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프론트엔드 지식들을 익혀갔다.
주말에는 개발 취직 전 같이 공부했던 동료들과 만나 "모각코"를 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동료들 모두 개발자로 취직을 하여 "앞으로 우리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자"라는 모토와 함께 행복한 코딩 생활을 이어나갔다.
첫 개발자로 다니던 회사에서 약 1년 3개월 정도를 일하게 되고, 나는 또다시 한번 이직이 필요한 순간임을 느꼈다. 혼자 개발을 하는 것 역시 지속이 되면, 나의 커리어에 좋은 영향을 끼 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회사를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운이 좋았는지 혹은 꾸준히 해오던 공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직 준비 2주 만에 지금 보다 훨씬 큰 회사로 이직을 했다.(사실 여기 말고 정말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에 서류가 합격했지만, 코딩테스트에서는 떨어졌다 ㅠㅠ)
이직을 성공하며 인생에서의 자신감이 점점 누적되어가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도전을 하고 달성하고 다시 도전을 하고 다시 달성해 내고 그런 과정을 겪는지, 내가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누적된 자신감은 앞으로 도전함에 있어서 큰 원동력이 된다.
지금은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프로덕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개발 프로세스 및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팀, 디자이너팀도 함께 일을 하고 미팅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문득 신기하기도 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벅차오름이 있다.
지금 내 위치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전까지는 다음 이직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또다시 도전할 날이 올 것이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을 이미 알고 있고 효율적으로 내 커리어를 갈고닦아 나갈 것이다.
쭉 나의 인생을 들어보니 이렇게 글이 길어질지 나도 몰랐다. 나름 무난한 노잼 인생이라고 생각하여 쓸 내용이 많이 있을까? 했는데... 나름 우여곡절이 있는 인생이었다.
정리하자면, 20대 중반까지 나는 내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지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닥치면 닥치는 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인생에 욕심도 없었다....
하지만 특정 시점 이후로 나의 생각이 바뀌었고, 변곡점이 되어 완전 다른 세계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지금 내 생활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은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 방향성 결정이 늦은 만큼 지금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하지만 인간인지라... 나도 가끔은 과거의 나로 돌아갈 기미가 가끔 툭툭 나를 건드린다. 게을러지고, 안주하고 그런 습관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완전히 나락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 조절을 잘하는 게 앞으로의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장점들을 극대화시켜가며, 앞으로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나는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