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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안 Jul 12. 2023

어느 날 탈모가 내게로 왔다.-(2)

'하. 이거 어떡해. 그동안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 일단 샴푸부터 검색해 보자. 검은콩이 머리카락에 좋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아닌가, 그건 흰머리 예방이었던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옮겨본다. '한 검색'하는 (네이버에 최적화된) 한국인답게 카페와 지식인의 도움으로 탈모에 좋다는 각종 정보를 얻어낸다. 지역카페에서 꽤 효과를 봤다는 후기를 보고 탈모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병원을 찾아 예약했다. 급한 만큼 놀라운 기동력으로 움직였다.






"고민은 되시겠네요. 걱정할 단계는 아니에요. 본인이 원하시면 약도 먹을 수 있긴 해요."

"아.. 네.."


‘네?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요? 제 머리숱이 원래 많았는데 이것 보세요. 가르마 옆으로 얇아진 머리카락들을요. 선생님은 대머리 환자분들(죄송)을 자주 만나시니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시는 건가요. 탈모는 한 번 진행되면 빠질 일만 남는다는데 어서 저에게 명쾌한 해결책을 주세요. 약을 먹으라는건가요, 말라는 건가요’


건조한 말투의 의사 선생님께 주저리주저리 속마음을 말하진 못하고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내니 의사 선생님은 덧붙여 말했다. 탈모라는 게 이전의 머리숱 시작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이 느끼기에 탈모라고 느끼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란다. (고로 난 지금 탈모(ㅠㅠ) 맞는 거 같다)  여하튼 지금부터 관리하라고 한다. 약복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약을 먹으면 머리카락이 두껍게 나고 채워지는 반면, 약을 끊으면 바로 탈모가 진행되므로 체감상 머리숱이 더 없어진 거 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약복용을 한 번 시작하면 쉽게 그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죽을 때까지 먹을 각오로 먹어야 한다) 매우 신중해야 했다. 사람에 따라 약으로 오는 부작용도 있기에 나는 약의 도움으로 머리카락을 증식시키기보다 현재 있는 머리카락을 지키며 두피관리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쪽을 택했다.  






 ‘전문가가 보기에 괜찮다는데...’

조금은 안도했다. 아직은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는 말을 철떡 같이 믿고 싶었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역시나 앞가르마 두피는 이전보다는 하얗게 넓어 보였고 앞머리와 윗머리는 눌리지 않게 볼륨을 넣어 손질해야 했다.



'탈모'라는 피하고 싶은 단어를 검색창에 검색하면서, 탈모 영양제를 직구하면서, 두피 건강 관련 자료들을 찾아 읽으면서 조금 서글펐다. 나이 먹는 건 자연스러웠는데 비어있는 두피를 마주하는 일은 매우 갑작스러웠다. 물론 그전에도 가리려고  애써도 모습을 드러내는 노화의 속도는 실감하고 있던 터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어느 날 튀어나온 새치가, 노랗게 올라온 눈 밑 기미가 우산 없는 날의 소나기 같았다면 탈모는 열어놓은 창문에 예고도 없이 들이친 태풍 같았다. 역대급 타격감.






노화는 늙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겠지. 운동과 관리로 늦추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해져 있다면 대비하며 살아야겠다. 목 넘김이 힘들어서 안 먹던 오메가쓰리 두 알을 입에 털어 넣으며 생각한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관리하니 머리카락이 더 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전보다 빠지는 거 같진 않다. 다행이다. 두피 샴푸를 사용하고 에센스도 꼬박꼬박 바르고 미녹시딜을 소량 뿌려 살살 문질러준다.  직구로 산 비오틴 영양제와 국내산 검은콩 환도 잘 챙겨 먹는 중이다. 나 머리털에 정말 진심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건강하게 살기도 어렵고 그저 그대로 남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로구나.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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