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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언니 Dec 15. 2022

영국살이, 언니가 다 알려줄께

영국에서 아플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영국에 거주할때 지인이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 연락해보니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했다. 문병을 가야할 것 같아서 물어보니 당일 수술 후 퇴원을 했다고 한다. 수술부위를 소독 및 처치할 수 있는 드레싱, 진통제등을 주며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설명해줬다고 하지만 순간 유방절제술이 너무도 간단하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시술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NHS의 슬로건, We are here for you (출처-NHS 웹사이트)

전화를 끊고는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가 과연 긍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한국과는 다른 의료서비스 이해하기


영국에서는 처음 이사를 가면 동네에 있는 GP(General Practice)에 등록을 해야 한다. 내가 아플 때 연락해서 찾아갈 수 있는 1차 동네 병원이다. 치과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아프면 무조건 GP에 전화해 예약하여야 한다. 백신 및 정기검진도 모두 GP에서 이루어진다. 치과는 별도로 Dental GP에 등록하여야 한다. 필자의 경우 치통으로 치과 진료를 잡으려고 했는데 치과 등록은 따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치과 GP등록하는데 일주일을 대기하고 등록할 수 있었다. 치과에선 의사가 내 치아들을 살피며 treasure hunter(보물사냥꾼)이 된것같다며 많은 금니의 흔적들에 놀라워했다. 한국에서 했다고하니 듣던대로 기술이 정말 좋은 나라라며 치료볻는 내 떼운 치아들에 관심을 많이 갖는 모습에 불안하기도 했다-결국 한국인이 하는 치과를 찾아 뉴몰든까지 다녀왔다는건 함정. 후 한국을 잠시 나올일이 있어 치과를 들렀더니 스케일링도 안되고 관리가 필요하다며 엑스레이 등을 찍고 봐주는 것을 보며 대충보다 과잉진료가 낫겠다라는 이상한 편견이 생길 뻔 했다.


GP등록을 마치자 마자 병원 갈 일이 많이 생겼다. 감기, 심한 아토피, 수두 등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아무래도 더 자주 아팠던 것 같다. 아이들의 경우는 당일 예약이 가능해 아침에 전화해 진료 예약을 잡으면 오후 혹은 오전 빈 시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항생제 처방도 몇 번 받았으니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너무 걱정하지않고 영국에 와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은 전혀 달랐다. 남편이 급 통풍이 오는 바람에 약처방을 받고자 GP에 예약전화를 하니 2주후로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이 심하니 급하게 약을 처방 받고 싶다고 하니 약국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급하면 111에 전화해서 문진 후 응급실로 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지금 통증이 너무 심한거지 이 통풍 통증이 2주를 가진 않을꺼라는 항의에 2주후엔 사라질 통풍인데 그럼 굳이 진료가 필요하느냐는 리셉션의 말에 사실 할말이 없긴 했다.

응급실에 갈만큼 심하지않으면 전화로 문진후 결정하라는 111의 홍보문구. (출처-NHS trust 웹사이트)

통풍은 그때의 통증이 심하지만 생사를 넘나들 정도의 질병은 아니기에 차마 111에 전화하진 못했다. 다행히 주변에 통풍환자가 있어 급히 약을 구할 수 있었지만 NHS가 Natural Healing Supervisor(자연치유감독관)의 약자가 아닌가 의심을 품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우스개소리로 영국에선 제대로 된 진료 혹은 의사를 만나려면 죽을 만큼 아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정도로 2차 진료기관까지 리퍼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영국에선 어설프게 아프면 의사를 만나 관련 진료를 받기 쉽지 않다. 다시 말하면 영국인들은 웬만하면 버티거나 약으로 해결해보려고 한다.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 환자들이 가는 곳이고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니 그런 상황이 아니면 GP에 예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지인의 경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응급실에 가겠다고 하니 주변 영국 친구들이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니라며 말렸다고 한다. 피가 철철 나거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문제이니 GP예약을 빨리 하라고 했지만 본인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분은 A&E(Accident and Emergency)에 가서 문의하는 도중에 저혈압으로 기절해 바로 입원 및 후속 처치를 받았다고 한다. 쓰러지면서 손가락이 부러졌는데 입원함과 동시에 진료를 볼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암벽등반을 하다 손가락이 부러진 영국인친구는 정석대로 GP에 전화해 2주 후 예약을 잡고 의사 진료 이후 2주 후에 엑스레이 예약을 잡아 몇 주 후에 깁스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말 그대로 손가락이 부러졌다고 생명에 지장이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오십견이 온 지인이 너무 힘들어해 함께 GP에 가준적이 있다. 정말 우기고 우겨서(이게 옳은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리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다시 예약을 잡았는데 물리치료사가 운동처방을 먼저 해주었다. 운동처방을 받고난 다음,약 한달 후에 물리치료 예약을 (겨우)잡아주며 운동으로 스스로 이겨내보고 물리치료를 받아보되 중간에라도 괜찮아지면 취소해도 된다는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유방절제술, 손가락 골절 수술 모두 전신마취 후 진행된 수술이었는데 모두 당일 퇴원이었으며, 수술 후 한 끼는 먹고 퇴원해야 한다고 해서 비스켓에 차 혹은 샌드위치에 쥬스를 먹고 퇴원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수술 후 바로 먹을 메뉴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식단이다. 출산 후에도 같은 식단이 제공된다.



영국 의료 시스템의 장점


여기까지만 보면 영국의 의료 시스템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장점도 있다. 우선 병원에 입원을 하고 수술하는 모든 과정이 무료이다. 특진의, 1인실 등의 옵션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료행위가 무료로 진행된다. 모두가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 돈을 들여 프라이빗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보통은 필요에 의해 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받고 진행이 된다. 레터를 받고 공지된 장소로 가면 의사와 간호사에게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수술 혹은 시술이 끝나면 필요에 따라 입원도 하겠지만 보통은 처방전을 받아 그냥 집으로 가면 된다. 돈이 없어 수술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시피 한다. 딸이 사시가 약간 있어서 병원에서 사시수술을 받았었다. 등록의 과정도 없이 그냥 지정된 장소에 가서 의사를 만났고 수술 후 아이옆에 대기하다 아이가 깨었다고 하니 그럼 집에 가라며 밝게 인사해주는데 참 당황스럽고 어색하였으나 아이를 데리고 쭈뼛거리며 나왔다.


굳이 따지자면 어른들은 처방전으로 약을 사는 비용정도만 든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경우 약도 무료여서 처방전을 가지고 약만 잘 받아오면 된다.


16세 이하의 어린이라면 £64~£85, 약 96,000원에서 127,000원 사이의 안경테는 무료로 처방받을 수 있다. (출처-Specsavers 웹사이트)

아이들의 경우 안경도 무료이다. 물론 압축 등의 옵션과 비싼 안경테는 추가 비용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제공이 된다. 큰아이의 학교 친구 하나가 큰아이 안경을 던지거나 부러뜨려 매우 당황스럽고 화가 났었다. 안경 비용을 매번 결제해야 했다면 복잡하게 해결했을 문제였는데 무료로 다시 맞출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이들의 경우 필요에 의해 치아 교정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한국처럼 예쁘게는 아니지만 비용측면에서는 부담이 없다.

또한 간병인 혹은 보호자가 24시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면회시간에 면회가 가능하고 의료 인력들이 최대한 커버해준다. 환자와 환자 가족이 입원 혹은 입 퇴원 수속 등으로 지칠 일이 거의 없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NHS시스템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영국의 할머니들과 티타임을 갖다가 외국인들이 받는 최대의 혜택이 영국의 NHS 같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나게 흥분했었다. 한국에선 상가마다 병원이 있고 이비인후과, 안과, 소아과, 내과 등등 필요한 만큼 진료를 바로 빠르게 받을 수 있다며 내가 겪은 NHS시스템과 비교해 조목조목 따지니 할머니들이 매우 놀라워했다. 특히 무작정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말이다. 물론 NHS를 선진 의료시스템이라고 좋아할 나라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은 아니라는 자부심에 화까지 날 지경이었다. 우리나라는 의료 선진국이다. 적어도 아픈 사람을 이유도 모른채로 몇 개월을 진료 대기시키지는 않는다.


꼭 영국이 아니더라도 타향살이를 할때는 특히 더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아프지 않으면 제일 좋겠지만 어떻게 사람이 아프지않고 살 수 있겠는가. 그러니 한국에서 영국으로 올 때 본인 혹은 가족들에게 잘 맞는 약이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꼭 챙겨 나오기를 추천한다. 또한 그 나라에서 복용가능한 약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타이레놀을 구매할 수 없다 대신 칼폴 등의 대체약품이 있다. 게보린, 부채표같은 브랜드명이 아니라 파라시타몰, 하이드로코티손 크림 등의 구체적인 성분명을 영어로 몇 개는 기억 혹은 메모해둘 것을 권한다.


오늘도 영국에서, 타국에서 열심히 살아내고있는 여러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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