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보자 보자 해놓고 해를 넘기고서야 시간이 맞아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친구 둘이 내가 사는 동네로 놀러 왔다. 브런치로는 해물칼국수와 해물파전을 먹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해물파전은 여느 집에서 본 적 없는 비주얼로 카메라를 켜게 했다. 파전이 튀김가루를 시스루 걸치듯 한 모습이었다. 해물칼국수는 별다른 것 없지만 바다를 200m 앞에 둔 식당에서 먹으니 도심지 건물에서 먹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저기 잘 다니고 먹는 장소를 잘 찾아보는 친구가 고른 맛집이었다.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제대로 뷰 맛집으로 유명한, 바다를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갔다. 한창 딸기철이라 커피부터 디저트까지 딸기 천지였다. 내부는 나무와 수국을 주제로 자연 친화적이어서 바다 앞 작은 숲 속에 와 있는 느낌을 주었다.
바다를 보며 차를 마신 카페, 출처: 내 사진
우리가 만난 곳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관광지화된 구읍뱃터였다.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서쪽으로 내달리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여기는 영종도다.
놀러 온 친구들이 모두 인천에 살긴 하나 나름 꽤 떨어진 곳에 산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카톡으로 인사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여 어린이집 픽업에 늦었다길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엔 너희 사는 곳으로 내가 갈게. 육지에서 만나자."
같은 방에 있지만 놀러 오지 못했던 친구들까지 하나같이 웃었다. 바로 '육지'라는 내 표현 때문이었다.
인천은 원래부터 해안 도시이고 다른 도시에서 볼 때는 섬이 많기는 하나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은 내륙이다. 송도, 영종도, 강화도도 섬이었던 곳으로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배를 타지 않고 차나 열차로도 갈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 다리를 건너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던 터라 영종도가 섬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출근은 동쪽으로 하고 퇴근은 서쪽으로 하기에 매일 아침 일출과 일몰을 보는데 요즘처럼 겨울이라 출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태양 빛이 바다에 물들어 안 쳐다볼 수가 없다.
매일 100km/h 이상의 속도감으로 10분 이상 기다란 다리를 건너며 집이라는 편안하고 안정된 삶의 터전에서 나와 일터라는 곳을 향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뻥 뚫린 하늘과 맞닿은 바다, 자그만 섬까지 보고 있노라면 계절과 날씨,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달라지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2023년 1월 영종대교 위에서 바라본 일몰, 출처: 내 사진
2022년 4월에 남편이 지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다. 신도시나 이미 자리 잡은 단독주택지가 아니라 아직은 한산하고 이웃이 없는 곳이어서 정말 한적하게 지내고 있다.
송산에서 떠오르고 백운산으로 지는 해를 보며 살 수 있는 곳, 늘 푸른 소나무와 그곳에 앉아 우는 새들, 가끔 고라니와 꿩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오롯한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와서 새벽 기상이 자리 잡았고 글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내가 보는 시선에 항상 하늘과 자연이 가득하다는 것이 이렇게 감미롭고 행복감을 주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아무 일정이 없어 집에만 있는 주말에는 여행 온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흔히 생각하듯 꽃과 식물을 가꾸고 밭에서 작물을 키워내는 전원생활은 아니다. 그저 게으름을 실컷 부리면서도 편리함을 느낄 수 있고 아무리 늦은 시간에 소리를 내도 눈치 볼 일이 없는 평온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