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시작
오늘 아침도 새벽 5시부터 도시락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준비하고 아이들 아침밥을 준비하면 6시 30분 전에는 일이 끝난다. 그때 아이들을 깨운다.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아침밥을 먹는다. 이제 아이들이 컸으니 말로만 지시하면 된다. 그러면서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큰 집에서 살아본다. 대략 60평이 되는 집을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 것은 노동이 맞다. 한국에선 국평 34평에 살았는데 거의 두 배가 되는 집을 아침마다 청소하기란 벅차다. 하지만 나의 몫이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없으니 얼른 청소기를 돌린다. 나의 아침 루틴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간헐적 단식을 내 맘대로 하고 있는 지라 8시 넘어서 아침을 먹는다. 아이들은 7시에 아빠와 같이 기사아저씨 차를 타고 학교를 간다. 오전 시간은 나에게 정말 소중하다. 얼른 하던 집안일을 내려놓고 커피캡슐을 하나 내린다. 그러고 나서 노트북 앞으로 간다. 오늘은 무얼 해볼까?
방학 내내 노트북은 내 차지가 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두 개나 되는 노트북을 하나씩 차지하고 숙제도 하고 과외도 받는지라 앉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방학이 끝났으니 내 세상이다.
개학 첫날은 나도 멍.... 때렸다. 진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커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밖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함이 어색했다. 아침 루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을 놓고 있었던 중국어 과외도 다시 시작해야겠고 글도 계속 쓰겠다고 다짐했다. 영어는 까먹으면 안 되니 유튜브를 틀어놓고 따라 읽기 한 시간 이상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랑 같이 영어책 집중 듣기도 하고 스터디도 꾸준히 했는데 중국에 와서 손을 놓아버렸다.(아이들은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 몇 권 안 챙겨 온 책은 다 읽었기에 밀리의 서재를 가입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원래 한국에서 살던 동네 도서관에서 전자 도서관 책이 많아서 읽었었는데 어느샌가 창이 닫혀버려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중국은 와이파이로 할 수 있는 앱들이 적어서 VPN이라는 우회 통로로 접속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앱도 고르려면 신중해야 한다.
중국의 아침은 창문을 열어두면 어디선가 중국의 전통 노랫소리가 들린다. 아침마다 어른여자 사람들이 모여서 춤도 추고 운동을 공원에서 하신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노랫소리도 정겹다. 노랫소리와 타자 치는 소리가 너무 좋은 아침이다.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