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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Nov 23. 2024

와이탄의 야경은 여전히 아름다울까

상하이 여행

예기치 않은 여행이다.


이번 달 초만 해도 전혀 상하이에 갈 계획이 없었는데 어느덧 출국장 안에 들어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정도 거주했던 도시. 중국 여행을 때면 관문처럼 드나들었던 . 익숙함과 그리움이 적당히 혼재된 장소.


내게 상하이는 그런 도시였다.


웬만한 관광명소는 다 가 보았고, 디즈니랜드에는 관심도 없고, 딱히 거기에서 무언가를 할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하이라는 이름은 항상 내게 묘한 설렘을 불러온다.  


나는 10대와 20대의 시간 대부분을 중국이라는 나라에 빠져 살았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중국어과를 갔고 틈만 나면 배낭을 메고 중국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그리고 그 여행의 대부분은 상하이에서 시작해 상하이로 끝날 때가 많았다.(상하이로 입국한 뒤 거기서 다시 중국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곤 했다)


어떤 때는 일 년에 세 번씩 드나들기도 했던  이곳을 어쩌다 보니 년이 넘게  잊고 살았다.


가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상하이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내 머릿속 어딘가에 머물러 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음이 울적할 때면 혼자 멍하니 앉아 있곤 했던 강후이 꽝창, 종종 드나들었던 신텐디 카페들, 내가 좋아하는 서점들이 가득했던 푸저우루, 세련된 분위기가 흘렀던 화이하이루 등......


그때의 순간들이 이렇게 생생히 떠오르는 걸 보니 나는 그동안 상하이를 잊고 살았던 게 아니라 잠시 내 안에 묻어두고 있었나 보다.


여느 대도시가 그렇듯 상하이도 야경이 무척 아름다운 도시다.


평소 여행객들이 몰리는 관광명소를 좋아하진 않지만 몇몇 예외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와이탄이다.



처음 와이탄을 가게 되었을 때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한편엔 중세 유럽풍 건물들이, 다른 한편엔 초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중국으로선 유럽 열강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던 아픈 역사의 잔재이기도 하겠지만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거의 십 오 년 만에 다시 찾는 상하이가 그리고 와이탄의 야경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지금은 남편이 되어 있다.)과 둘이서 수도 없이 오갔던 그곳을 이번엔 우리 둘을 반반씩 닮은 토끼 같은 아들과 함께 간다.


가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엄마가 사랑했던 도시 상하이의 이모저모를......


셋이 함께  와이탄 거리를 걸으며 탕후루도 사 먹고 개인적으론 홍콩 야경보다 훨씬 멋지다고 생각하는 와이탄 야경도 실컷 보고 올 생각이다.


가이드북 대신 준비한 책 한 권을 들고 1시 55분 항공펀에 몸을 싣고 상하이로 향할 예정이다.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와이탄의 야경은 여전히 아름다운지......


그리고 상하이는 여전히 내 마음을 설레게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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