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쌍자궁 엄마
오른쪽 왼쪽 어디가 좋을까요?
"태아는 오른쪽 자궁에 자리 잡았네요."
"오른쪽이요?"
"자궁이 두 개인 경우에 한쪽은 점점 퇴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임신하더라도 오른쪽에 임신이 될 거예요."
콩알보다 작은 그 녀석이 기특했다. 엄마의 오른쪽 자궁이 더 튼튼해 보이니 그쪽에 자리 잡아준 너. 너는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을 했겠구나. 의사 선생님은 태아가 점점 커가면서 만삭이 됐을 때 왼쪽자궁은 전혀 보이지도 않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조산의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조심하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다. 의사의 낯빛에 환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듯 난 주치의 선생님의 표정을 유심히 보게 됐다. 18년간 아이를 분만하며 나처럼 자궁경부까지 둘로 나눠진 임산부는 세 번째라고 하셨다. 내 앞서 먼저 경험하신 선배 산모님의 연락처라도 받고 싶었다. 솔직히 나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실까 봐 맘을 졸였다. 처음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지금 그녀의 이름을 검색창에 치면 '28년간 약 1만 7천 건의 분만에 참여했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대략 만 명의 산모들을 만나왔을 것이다. 만명중 세명에 내가 포함이 됐다. 이렇게 자궁이 완전히 둘로 나뉜 경우에 간혹 콩팥은 한 개만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시며 다시 초음파를 보기 시작하셨다. 인체는 신비롭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좋아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콩팥은 일반인들처럼 두 개라고 하셨다. 하나만 있어도 될 자궁이 두 개고, 두 개가 있어야 할 콩팥이 한 개였다면 심하게 억울할 뻔했다. 산부인과 진료를 보기 위해 3시간을 대기하는 날도 있었다. 쌍자궁 분만 경력이 있는 분께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감수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엄마, 나 자궁이 두 개래. 그래서 우리 까꿍이는 오른쪽 자궁에 임신이 됐데."
"그게 무슨 소리니?"
"엄마 딸이 자궁이 두 개라고. 그런 사람도 있데."
"어머머머 너무 신기하다 얘."
"그래. 나도 신기해."
임신 12주 차. 어느 정도 안정기가 됐다는 생각이 들자 친정엄마에게 '쌍자궁'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작 나를 이렇게 낳으신 분이 날 신기하다고 하니 웃음이 났다. 엄마는 내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딸,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
이날 '쌍자궁 이야기'는 엄마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됐다. 그래서 처음 날 진료했던 의사가 나만 알고 있으라고 했던 것일까? 그때 엄마에게 울면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면 엄만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을 일이었다. 죄책감까진 아니더라도 딸이 결혼을 해 임신을 하고 무사히 출산을 할 때까지 함께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그럴까 봐 '조산'에 대한 이야기만 쏙 빼고 '쌍자궁'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드렸다. 엄마는 자궁암 검사를 두 번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가장 흥미로워하셨다. 나에겐 '기가 막히다'라고 하셨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