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떨리는 건 모험이기 때문
100일간의 무일푼 세계일주
2024년 12월 30일(월)
(1)
"떨리는 이유는 네가 모험을 떠나기 때문이란다."
나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해. 누가 한 말이냐고?
20년도에 공군 병사로 복무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공군 인트라넷에는 '휴머니즘'이라는 공군 전용 커뮤니티가 있거든.
거기에 '여행 이야기'라는 게시판에 어떤 병사가 쓴 아프리카 종단 여행기에 적혀 있던 말이야.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그 병사가 공항으로 가던 길에 부모님이 해주셨던 말이었던 것 같아.
그 사람 글이 희미하게만 기억나는데, 저 말은 아직도 내 가슴 깊이 파고드는 것 같아.
그 병사의 글을 읽고만 있어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거든.
그리고 지금, 공항에 와 있는 내 마음이 그래.
엄청나게 떨려. 아마 모험을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 건가 봐.
(2)
오늘은 날씨가 별로 안 추웠어.
아침 9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입구로 향하는데 하나도 춥지가 않았어.
배낭 때문에 등이 따뜻해서인지도 몰라.
아무런 문제 없이 출국 수속을 밟고 보안검색대까지 무사히 통과했어.
배낭 때문에 어깨랑 허리가 피로했는데, 수화물로 붙이니까 이제 좀 살 것 같아.
나는 인천공항이 이렇게 넓은지 정말 몰랐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도 넓었는데, 검색대를 통과하니 더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더라고.
온갖 화장품 매장과 식당, 그리고 스타벅스까지.
나도 뭔가를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행여나 늦을까 게이트부터 찾아다녔어.
'제2터미널 / 탑승구 257 / 출발시간 12:24 / 아에로멕시코 항공'
이걸 머릿속에 외우려고 어찌나 반복했던지.
나는 멕시코시티를 경유했다가 리마에 도착할 예정이야.
멕시코시티도 둘러볼 수 있으면 둘러볼게!!
지금은 게이트에서 조금 떨어진 스타벅스에서 카페라테를 마시고 있어.
아무래도 무일푼으로 세계일주를 하면 이런 사치가 그립겠지?
무일푼 세계일주라.. 지금은 설레기만 하는데 뭔가 엄청 어려울 것 같아.
경영학을 전공했으니 어떻게든 살아남아볼게.
일기 마칠게.
커피 마시면서 웹서핑 좀 하다가 비행기 타야겠어.
13시간 비행에 행운을 빌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