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
형은 놀부 같다
돈 욕심 많이 내니까
형은 호랑이 같다
힘만 세고 무식하니까
형은 츤데레 같다
츤츤거리면서 날 챙겨주니까
오늘도 형한테
올 때 메로나라고 한다
싫다면서도 꼬박꼬박
사 오는 우리 형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때 썼던 시다. 츤데레 형은 낼모래 군대를 가고 둘째는 고3이 되었다. 그 츤데레 형은 츤데레 아들이 되었다.
오늘은 첫째의 생일이다. 대개 생일날은 미역국에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게 우리 집의 의식이지만, 낼모래 입대하는 아들을 위해 어제는 잡채와 두부조림, 닭볶음탕을 해 두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생일상을 차리고 아침을 먹는데 이른 시간이라 잠이 덜 깼는지 별 대화도 없이 덤덤한 식사를 했다.
모임이 있어 나왔는데 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마침 일행 중 한 명과 만나 악수하고 인사하느라 제대로 전화를 못 받았는데 머라고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는다. 끝마디가 '~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 것 같은데 뭘 받았다는 건지 제대로 못 들었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란다.
츤데레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저녁에 와서 그 전화의 배경을 알게 되었다.
아내가 아들에게 여자친구랑 가라며 호텔 뷔페권을 예약해줬다고 한다. 점심을 먹으며 여자친구의 권유로 전화를 한 것이다. 어쩐지 조금 뜬금없는 전화라 생각했다.
그래, 여자 말을 잘 들으면 사는 게 편하지...